활동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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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이야기] 다국적 기업의 횡포, 담배가격 인상에서도 나타나
201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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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경실련 사무처장


다국적 기업의 횡포는 담배가격 인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다중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다국적 기업 BAT코리아가 담배가격을 멋대로 인상하고 있다. 서민경제와 직결되는 물가안정에 아랑곳없이 말이다. 오로지 자신들의 첫째 목표인 주주가치 확립을 위해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그동안 묵시적으로 지켜져 왔던 담배가격 통제구조의 틀이 무참히 무너지고 있다.

‘던힐’ 등을 주요 상품으로 판매하는 다국적기업 BAT코리아는 자사 담배가격을 28일부터 8%나 전격 인상했다. 기존 2,500원에서 200원 올린 2,7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물가사정은 물론 정치적 정서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인상안 발표 7일 만에 밀어붙였다. 이에 덩달아 일본계 담배회사인 JTI코리아도 5월 4일부터 마일드세븐 등 10개 제품에 대해 2,700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이번을 계기로 담배가격 인상구조는 다국적 담배회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올릴 수 있는 선례를 남기고 있다. 서민물가 안정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담배가격 인상은 2001년부터 신고제로 바뀌면서 자율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서민물가와 직결된다는 차원에서 일정한 통제구조를 갖고 있다. 즉 담배가격 인상을 위해서는 담배에 붙는 세금 인상 등 특별한 요인이 발생할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했다. 담배회사의 주관이나 영업이익을 근거로 인상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담배가격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통계청이 2005년에 선정한 489개의 소비자 물가품목 가운데 담배의 가중치는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자치하는 담배가격의 비중은 소주가격 비중보다 10배나 높은 1.08%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담배가격 200원 인상은 소비자물가를 0.015% 끌어올린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서민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이번 BAT코리아의 담배가격 기습인상은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도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담배사업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의 불편한 심기에도 막무가내다. 가득이나 담배가격 인상 시점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4·27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납득할 수 없는 인상소식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물론 사재기까지 발생했다. 국내산 잎담배 경작 농민단체들까지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들의 자사 이익만을 고려한 편협한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 다중의 서민 소비자들을 볼모로 한 이기적인 횡포에 대해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담배가격을 기습적으로 인상하게 된 원인과 타당성 등에 대한 일제 조사와 함께 이를 소비자들에게 분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 밖에 BAT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담배장사를 하면서 기부 등 사회에 공헌한 수준은 어느 정도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담배가격 인상은 기업 수익성의 악화와 영업이익의 감소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그렇다면 재투자는 거의 하지 않은 채 해외로 빼돌리고 있는 엄청난 로열티와 주주배당의 규모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BAT코리아는 2002년 경남 사천에 공장설립 당시 거대한 투자계획 등을 발표했다. 10년간 1조4천억 원 규모의 투자와 전량 국내산 잎담배를 원료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약속은 10년이 다돼도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도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인 BAT코리아를 통해 그들의 횡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국내 산업안정 등 재투자 없이 이들이 가져가는 국부유출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경제의 폐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이 떠안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소비하는 담배제품 하나까지도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