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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도시人] 다시 태어나는 도시:도시재생의 명암

 

다시 태어나는 도시: 도시재생의 명암

 

류중석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 중앙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인간과 마찬가지로 도시도 태어나고 죽는다. 인구가 급속도로 팽창하는 시기에는 도시도 끝을 모르고 팽창했다. 그러나 인구가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시기에는 도시도 쇠퇴의 길을 걷는다.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인하여 잿더미에 묻혀 사라진 폼페이나 미국의 역사탐험가 히람 빙햄(Hiram Bingham)이 발견한 잉카제국 최후의 도시 맞추픽추(Machu Picchu)는 자연재해나 정복으로 도시가 사라진 경우이다. 인구 감소와 세수 부족으로 2013년 7월 파산신청을 한 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Detroit)는 잘 나가던 도시도 방심하면 한순간에 쇠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나라인 한국도 이제 인구정체와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어 도시쇠퇴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급속한 경제발전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신도시건설은 이제 옛말이 되었고, 지방도시의 원도심은 눈에 띄게 쇠퇴해가고 있다. 2013년 12월에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정부도 도시재생을 본격적인 국가 도시정책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도시를 제대로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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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폐허가 된 미국 디트로이트 시의 공장부지 (출처 : 위키피디아)

 

도시는 되살아 날 수 있다 – 영국 도시재생 사례의 교훈

 

  영국은 산업혁명 이후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국가였다. 맨체스터(Manchester), 셰필드(Sheffield), 리즈(Leeds)를 포함하는 중부지역의 삼각형 지대를 중심으로 철강, 기계, 방직 등 핵심산업이 일어났고, 이러한 산업을 바탕으로 뉴카슬(Newcastle), 글라스고우(Glasgow) 등을 중심으로 조선업이 발달하였다. 그러나 싼 임금과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하는 일본, 한국, 중국 등 신흥개발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영국의 제조업은 쇠퇴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였던 산업도시들도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1977년에 영국 정부는 “도심재생정책(policy for inner cities)”이라는 도시백서를 발간하였다.

 

그 당시 단편적으로 시도되었던 도심재개발 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도심 쇠퇴문제를 특정 지역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도심 전체의 차원에서 접근하도록 정책을 수정하였다. 또한 도심재생사업의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협화음을 없애기 위해서 이해당사자들간의 협력과 조율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하여 영국의 도심재개발은 새로운 차원의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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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1980년대 영국 보수당 정부하에 추진된 대표적 도심재생 프로젝트인 도크랜즈 재개발 사업 (사진출처: Hydrotech Resource Center)

 

  1979년부터 시작된 영국의 보수당 정부는 1997년 노동당에 자리를 물려줄 때까지 민간 중심의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하였다.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하여 정부의 간섭이나 영향을 최대한 억제하고 도시개발공사가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들이 대거 추진되었다. 템즈강을 중심으로 한 도크랜즈 재개발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민간을 중심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엔터프라이즈 존(enterprise zone) 정책도 시행되었다.

 

민간의 도시재생 사업을 돕기 위한 다양한 보조금 제도가 도입되었으나 90년대로 넘어가면서 단순히 보조금을 지원하기보다는 경쟁적인 입찰방식을 통해서 지자체의 역량강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 시행하는 도시재생 지원예산이 중복지원되는 문제점이 발견되자 여러 종류의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통합하여 하나의 재정으로 묶은 통합도시재생예산 제도가 탄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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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타인(Tyne)강을 중심으로 음악당, 미술관, 그리고 밀레니엄 브릿지 등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한 영국 뉴카슬(Newcastle)의 게이츠헤드(Gateshead) 지역은 폐허가 된 항구도시에서 잉글랜드 북부의 새로운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출처: www.openbuildings.com)

 

  1997년에 집권에 성공한 노동당 정부는 장소에 기반을 둔 도시재생 정책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소외된 커뮤니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근린재생전략(local neighbourhood renewal strategy)”이 채택되어 도시재생 전략은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과거 보수당 정권시절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도시개발공사가 존재하였다면 노동당 정권하에서는 도시재생회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도시재생회사는 실질적인 권한은 거의 없지만 중앙정부, 지자체, 의회, 민간기업 등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하여 도시재생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도무지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영국의 산업도시들은 보란 듯이 되살아 났고, 오늘날 영국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충추 도시의 역할을 잘 담당하고 있다.

  영국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첫째, 부처를 넘나드는 국가차원의 전폭적인 행・재정적 지원, 둘째, 지자체간의 경쟁을 통한 역량강화, 셋째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도시재생의 철학, 마지막으로 도시재생을 도시 일부분의 문제가 아닌 도심 전체의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접근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도시의 흥망성쇠: 죽어가는 도시와 살아나는 도시

 

  우리 나라의 산업 중에서 가장 먼저 사양산업으로 떨어진 것이 석탄산업이다. 수요감소, 임금상승, 채굴여건 악화 등으로 석탄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자 정부는 1989년에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 정책에 따라 주요 석탄 산지인 태백산 일대의 정선, 태백 등의 도시에 카지노를 허용하여 새로운 종합관광단지로 조성하는 도시 재생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카지노 도입으로 지역경제가 오히려 더욱 피폐하게 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석탄산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줄어들어 빈 집이 늘어나게 되면서 주거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인근 음식점과 상점들도 매출이 감소하여 도시 쇠퇴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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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인구 감소로 빈 가구가 많아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강원도 태백시 통리의 한 아파트단지

 

  인구 12만의 교육・문화・관광 도시인 충남 공주시는 백제시대의 도읍지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건설로 인하여 인구가 빠져나가 쇠퇴하는 도시이다. 지방도시의 재정악화, 도시 자체의 일자리 감소, 주변 도시로의 인구유출 등 3박자가 상호작용을 하여 도시를 쇠퇴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도심지역이 쇠퇴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나 공주를 비롯한 중부내륙도시들은 도시쇠퇴와 중심시가지 쇠퇴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종합적인 처방과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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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5> 문을 닫은 점포가 늘어선 공주시 도심상가

 

  그러나 지방의 내륙도시라고 해서 모두가 쇠퇴하는 것은 아니다. 전주시의 경우 한옥지구를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 정책의 지속적 추진, 아트폴리스를 표방하는 예술도시로서의 경쟁력 강화 등의 노력을 통하여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도시재생의 모범적 성공사례 도시이다. 특히 음식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향토문화와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역사자원을 결합하여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수원시는 주민참여형 도시계획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주민주도형 도시계획과 시민예산감시제도 등 선진화된 도시계획 기법을 성공적으로 도입하였다. 또한 수원형 마을만들기 사업인 마을르네상스 사업을 공모형태로 추진하여 주민역량 강화에 이바지 하고 경쟁을 통한 상호발전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수원시의 노력은 유엔 해비타트(UN-Habitat) 대상을 수상하여 그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도시재생을 위한 한국 정부의 대응과정

 

  정부가 도시쇠퇴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본격적인 도시재생을 위한 연구사업을 시작한 것이 2006년이다. 당시 건설교통 분야의 연구개발(R&D)사업의 혁신을 위한 로드맵을 확정하고 도시재생 연구개발을 위한 사전 기획연구를 시작하여 이듬해인 2007년에 도시재생사업단을 출범시키고 본격적으로 국가주도의 연구개발사업을 시작하였다. 총 8년간에 걸친 연구개발사업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도시쇠퇴를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창원시와 전주시에 시범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시행하는 등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본격적인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의 일환으로 2013년말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도시재생 특별법이라 함)이 제정・시행되었다. 이 법은 도시재생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도시재생특별위원회 및 도시재생지원센터 등 추진체계를 정비하며, 도시재생전략계획을 수립하고,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자금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내용만을 살펴볼 때 우리나라의 도시재생 사업은 성공을 위한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가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그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이러한 제도가 잘 운영되기 위한 조건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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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전주 한옥마을 은행나무 거리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도시가 건강하게 되살아나기 위한 조건들

 

  도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쇠퇴하는 도시도 하루 아침에 되살아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의 대부분이 단기간에 큰 성과를 보는 것을 전제로 추진한다. 도시재생 선도사업의 경우도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에 우선적으로 마중물을 부어주고 있다.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 도시재생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일관성 있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제 도시재생은 정권이 바뀐다고 없애거나 줄일 수 있는 성질의 정책이 아니다. 인구감소와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마중물은 우물물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꼭 필요하듯이 정부의 재정지원도 꼭 필요한 곳에 지원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재생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건 변화에 따라 유연성 있게 평가할 수 있도록 평가지표를 개선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지자체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하여 지원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 시행되는 도시재생 관련 예산을 통합하여 지원할 수 있는 행정체계의 정비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제도의 정비도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역량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에만 의존하는 도시재생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헌신적인 리더를 발굴하여 교육하고 그들이 앞장서서 주민들을 이끌고 나갈 때 우리의 도시도 건강하게 되살아 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