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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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와 한국사회의 대안적 발전방향



올해는 한국경제에 있어 사회 양극화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이후 성장잠재력 하락, 고용없는 성장 등 보다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들이 더욱 가시화된 한 해였다.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가속화되는 세계화, 우리 경제가 가진 내적 문제점으로 인해 이제 우리 사회는 새로운 비전과 가치, 사회시스템 등의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경실련과 독일의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은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와 한국사회의 대안적 발전방향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을 공동 주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대표적인 서구모델 중 하나인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연구를 통해 향후 한국사회의 비전과 가치, 사회경제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일시: 2006년 12월 14일 (목) / 오전 10시~오후3시 30분
❏ 장소: 은행연합회관 2층 국제회의장
❏ 주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 순서


사 회 ❘ 최정표 교수 (건국대 경제학과)

<발제 1>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Prof. J. Winterberg (독일 브라운쉬바이크대학 경제학)
<발제 2>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의 한국 경제체제에의 시사점 – 황준성 교수 (숭실대 경제학)
<발제 3> 자유와 상생 : 한국의 재도약을 위한 제안  – 이근식 교수 (서울시립대 경제학, 경실련 중앙위원회 의장) 

토 론 ❘ 신정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    이동주 (매일경제 논설위원)
              이상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    김애실 (한나라당 국회의원)
              심상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문의 : 경제정책국 02-3673-2141]



[발제 요약문]


<발제 1> 독일의 사회적 시장 경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외르크 빈터베르크 (브라운쉬바이크 대학 경제학 교수)


사회적 시장 경제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회적 시장경제는 경제 이론에서는 독일의 특수한 길로, 그리고 경제 정책에서는 공산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의 제3의 길로 간주되고 있다. 이는 종전 후 첫 독일 경제부 장관이었던 루드비히 에르하드트(Ludwig Erhard)에 의해 정치적 논의로 유입되었으며 독일의 경제체제로 자리 잡았다.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개념은 독일과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인 경험을 겪고 난후 20세기 중반에 독일에서 발전하여 정치에 반영된 경제질서와 사회 질서를 의미한다. 나치가 독일에서 막 권력을 장악한 30년대 중반에 태동한 이른바 프라이부르크 학파에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당시의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은 정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강화시켰으며 이는 결국 나치의 권력 장악으로 이어졌는데,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이와 같은 경제적 불안정성의 안정화 외에도 20,30년대 독일에서 경제적 안정과 분배 정의를 저해했던 카르텔 형성을 저지하는 틀을 제시해야 했던 것이다.  


사회적 시장경제가 추구하는 질서 자유주의 (Ordo-Lieberalismus)의 기본 이념


프라이부르크 학파에게 그 대안은 질서 자유주의였는데, 이는 한편으로는 정치적▪경제적 자유주의와, 다른 한편으로는 가톨릭의 사회 이론에서 차용한 질서 개념을 결합한 것이었다. 질서 자유주의는 사유재산과 경쟁의 경제자유적인 원칙에 기초하고 있지만 자유주의와는 달리 강력한 국가를 요구한다. 즉 시장의 질서 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경쟁을 관철하고 지속적으로 시장의 압력에 맞서는 강력한 국가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시장경제가 추구하는 기본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 보충의 원칙(das Prinzip der Subsidarität):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자에 대해 국가는 언제든 지원해 주어야 한다
❍ 연대의 원칙(das Prinzip der Solidarität): 스스로 자립할 수 없는 자는 사회가 도와야 한다
❍ 개인의 원칙(das Individualprinzip): 인간이 사회의 중심에 선다. 인간이 집단에 봉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단이 개인의 이해 관심을 북돋아 주는 수단이다.


사회적 시장경제에서의 경제정책의 세가지 기본 원칙


1. 경제정책의 과제는 경제과정을 위해 장기적으로 유용한 틀을 형성하여 시장기제가 사회적으로 최상의 결과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2. 만약 질서정책이 어떤 성공도 약속하지 못한다면, 경제정책의 과제는 구조적이며 비차별적으로 경제과정에 개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정책(Prozesspolitik)은 한편으로는 보충적 성격을 가지며,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의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구조 정책을 펼친다던가, 개별 기업의 지원을 한다던가 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그 운신의 폭을 좁히는 역할을 한다.


3. 경제정책의 과제는 체제에 맞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다. 사회적 시장경제의 기능 메커니즘은 시장 경제 질서의 기능 메커니즘이며, 이는 바로 가격이다. 따라서 가격 메커니즘에의 개입은 근본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질서자유주의의 경제질서 – 구성적 요소와 규제적 요소


질서자유주의의 이념에 따르면 경제질서는 구성적 요소와 규제적 요소로 이루어진다. 구성적 요소가 해당 법질서에 의해 창출될 수 있는 장기적인 틀을 형성한다면, 규제적 원칙은 구성된 질서가 사회적으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개입의 필요성을 말한다. 프라이부르크 학파는 구성적 요소의 원칙에 대해 ▲경쟁가격을 추구하는 시장 메커니즘 ▲ 가격수준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통화정책의 首位(Primat) ▲독점과 카르텔의 영향력을 없애는 개방 시장의 원칙 ▲국유재산에 대한 사유재산의 우위 ▲계약 자유의 원칙 ▲책임의 원칙 ▲경제정책의 일관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창출된 시장경제 질서는 경제 주체의 효율지향적인 행위를 위한 틀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경제 질서는 어떤 이유에서건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이들을 지원해 준다는 사회국가의 원칙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국가의 독점 규제 ▲일차적인 소득 분배의 교정을 위한 국가의 소득 정책 ▲노동시장에서의 비정상정인 공급행태를 방지 등의 개입이 요구된다.


사회적 시장경제의 사회적 요소 – 사회보장정책과 노동시장질서


사회보장정책은 사회적 시장경제개념의 핵심이다. 사회적 시장경제에서 정의의 모델은 기회의 균등에 따르며 이는 사회국가 원칙과 함께 기본법에 규정되어 있다.이 정의의 모델과 사회국가 원칙 두 가지는 사회정치적인 이유에서 시장경제에의 개입을 요구한다. 이 개입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 질병과 실업에 대한 사회보장과 노년에서 증대되는 간병 보장을 위한 초기업적인 시스템
❍ 기초생활 보호비 (현재의 실업수당II)지원을 통한 최저생활 수준의 보장.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시민의 사회보험료 납부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에 의해 지급됨


또한 사회적 시장경제에서는 노동시장질서를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


❍ 노사자율협상권은 조합원들을 대표해 사용자 단체들 내지는 개별 기업들과 단체협약 (Tarifvertrag)을 체결하고, 극단의 경우에는 파업을 할 권한을 노조에 부여하고 있다.
❍ 근로자는 자신들이 선출한 근로자 대표에 의해 행사되는 공동결정권을 가지며, 기업은 해고와 경영 개선 프로그램과 같은 중요한 결정에 대해 노조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 계약의 자유는 노동법의 상당부분에서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제한되어 있다. 노동계약법은 강제 조항이며 해고보호법은 직장의 상실이 최종 수단이 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현재 그리고 사회적 시장경제의 미래


이 같은 사회적 시장경제를 통해서 독일경제는 시장의 기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의 원칙을 사회적 균형과 결합한 효율적인 질서 틀을 마련한 것이다. 이 질서틀은 나치즘과 전쟁을 통한 파괴를 딛고 ‘경제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빠른 부흥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독일 경제에 대해 들려오는 소식은 더 이상 무조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낮은 출산율로 인한 연금 및 의료보험체계의 부담증가 ▲높은 임금추가비용으로 인한 노동자의 경쟁력 약화 ▲통일비용으로 인한 국가 예산과 사회보장 시스템의 압박 ▲상원과 하원의 겹치는 권능으로 인한 경제 개혁의 정체 등 독일의 경제와 정치가 커다란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물론 사회적 시장경제의 개념과는 무관한 것이며 대개는 정치적인 동기를 지닌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외에도 사회적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것이 지금과 같은 지구화 시대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지 또는 세계적인 경쟁 체제 속에서는 시장의 자율에 맡기고 환경정책이나 사회정책은 연연하지 않는 국가가 승리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경제정책의 모든 세부사항까지 기술함으로써 모든 시대에 통용되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오히려 역동적인 성격을 띠며 단지 국가가 경제정책에 있어 작동하는 기본원칙만을 기술하고 있다. 이 기본 원칙들은 지구화가 시장경제의 게임규칙을 변화시킨 것처럼 그 타당성을 상실한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전지구적 경쟁에서도 지속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생태의 도전에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하는 국민경제가 관철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사회적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에 따른 전세계적인 시장질서 정책은 이에 조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발제 2>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의 특징과 한국 경제체제에의 시사점 – 황준성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시장경제에 주는 시사점 : ‘인본적 자본주의’ (Human Capitalism)체제를 지향해야


독일의 시장경제시스템은 질서자유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두 가지 핵심 축을 바탕으로 하여 제 2차 대전 이후 경쟁력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하여 왔다고 볼 수 있다.


독일 경제시스템의 특징은 첫째, 경쟁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시장간섭이 필요하다고 보는 질서자유주의에 있다.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에서 요구되는 정부의 역할은 경제질서로서 경쟁질서를 창출하고, 이것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항구적으로 감시하여 시장경제의 공정한 성과경쟁이 보다 더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한다는데 있다. 따라서 독일의 자유주의는 시장에 방임하는 형태의 자유주의가 아니라 시장의 경쟁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는 자유주의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독일 경제시스템의 또 다른 특징은 독일의 경제체제를 ‘사회적 시장경제’로 부른다는 데에 있다. 여기서 ‘사회적’ 이 의미하는 것은 안정적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효율성 못지 않게 형평성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의 경험을 통해 한국 시장경제의 사상적 패러다임으로서는 ‘질서자유주의’를 경제체제로는 ‘인본적 자본주의’를 제안하고자 한다. 한국 시장경제에서 질서자유주의와 인본적 자본주의가 갖는 특징을 필자의 입장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한국 시장경제의 사상적 패러다임은 신자유주의보다 질서자유주의에 기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자유주의는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저절로 성립하고 자동적으로 전개된다고 보는 하이에키안 자유주의(Hayekian liberalism)인 반면, 질서자유주의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란 자유의 제 원칙 하에 정부에 의해 조직되고 관리되어야만 형성이 가능하다고 보는 오이케니안 자유주의(Euckenian liberalism)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한국경제는 정부주도의 시장경제로 운영되어 왔으며, 문민정부 이후 시장경제의 확립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 사상적 배경은 신자유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경제에서 정부는 질서자유주의에 기초한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질서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시장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먼저 시장에서의 경쟁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시장기능을 최대한 회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시장경제질서는 기본적으로 경쟁을 바탕으로 하고 이러한 경쟁질서는 스스로 형성되어질 수 없으며, 경쟁질서의 확립은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정부의 시장개입은 시장 대체적이 아니라 시장 일치적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경제는 가능한 한 개별 경제주체간의 경쟁에 맡겨 두어야 하며, 정부는 경쟁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반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그쳐야 한다. 예를 들면 정부가 카르텔이나 독점이 존재할 경우, 정부는 법으로 이를 금지함으로써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우리의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질서 유지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성격상 정부에 예속되어 있어 업무수행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카르텔청(Kartelamt)처럼 동 기구를 정부로부터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


2. 한국 시장경제는 ‘인본적 자본주의’ 체제를 지향해야 한다.


  인본적 자본주의는 진정한 시장경제의 확립을 위한 원리로서 질서자유주의와 휴머니즘에 입각한 공동체 원리를 두 축으로 한다.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가 여타 시장경제와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경쟁질서를 기본이념으로 하되,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경쟁만으로는 사회적 형평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소득분배를 시장기구에만 맡겨 놓을 경우, 소득분배의 불평등이 심화되어 계층 간의 갈등을 가져오기 때문에 정부는 시장에 개입해서 시장의 논리에 따라 발생하는 계층 간의 소득격차를 완화해 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는 사민주의적 조세정책보다는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가 추진한 부의 형성정책을 통한 소득재분배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더 나아가 인본적 자본주의를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확립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한국에서의 사회보장정책은 원칙적으로 연대원칙보다는 보충의 원칙에 의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 한국 사회의 양극화 문제는 결코  자유방임형 시장경제 논리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이 경우,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의 경험을 참고하면 한국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적 시사점과 공동체적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 정부의 경제정책은 경쟁의 원칙에 기초하여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독일 시장경제는 정부가 경제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원칙에 충실하였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오이켄이 정립한 경쟁질서원칙들은 독일 경제정책의 기본원칙으로 간주되었고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고 평가된다. 그 동안 한국의 시장경제는 원칙이 정립되어 있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변화에 따라 임기응변식 경제정책이 많았다. 1997년 외환위기도 원칙을 무시한 정책당국의 자유방임적 경제정책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으며, 현 노무현 정부의 주요경제정책도 일관성을 결여함으로써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질서자유주의에 바탕을 두고 시장경제의 경쟁질서를 유지하는 기본원칙 하에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경우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의 이론적, 정책적 틀을 제시한 오이켄의 구성적 원칙과 규제적 원칙을 적용시켜 볼 필요가 있다.       


4. 시장 못지 않게 ‘실패하지 않는 정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한국경제에서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그 동안 만연된 다양한 형태의 ‘정부 실패’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데 기초하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에서 관료주의의 비효율성과 독점기구로서의 정부 역할에 기인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부패(corruption)의 만연이 초래하는 시장의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패하지 않는 시장의 존재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며, 따라서 이러한 불완전한 시장을 교정하는 정부의 역할은 필요하다는 점이다. 시장 실패를 과소 평가하거나 또는 시장 실패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과거 정부의 도덕적 해이와 타락이 초래하는 정부 실패에만 초점을 맞추어 무조건적인 ‘최소 정부’를 주장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어디까지나 경제에서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정부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문제는 진정으로 시장 실패만을 교정하고 보완하는 ‘선의의 정부’ 가 존재할 수 있느냐인데,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의 과거 경험은 그렇게 크게 타락하지 않는 정부의 역할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즉, 정부의 역할이 시장 실패를 교정하고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는데 충실했던 체제로 평가된다. 이러한 평가는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독일의 독특한 체제 및 제도적 요인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지만, 역사적, 문화적 요인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실증적으로 분석 자료를 제시할 수는 없으나 독일 공무원들의 청렴성이나 부패정도가 한국 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주는 교훈은  정부의 시장 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이나 규제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건전한 시장을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정부의 역할을 인정하는 동시에 도덕적 해이나 부패를 유발하지 않는 건전한 정부를 만드는 새로운 제도나 문화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정부 실패’ 못지 않게 시장도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5. 정치, 사회 및 시장경제는 상호의존성을 가지고 병행 발전해야 한다.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의 사상적 기반인 질서자유주의의 특징은 ‘제 질서 상호의존의 원칙’에 따라 시스템을 운영하여 왔다는데 있다. 이 원칙은 경제질서와 법질서, 경제질서와 정치질서 등 인간생활을 구성하는 제 질서들 사이에는 불가분의 상호 의존관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제 질서 상호의존의 원칙에 의하면 자유로운 경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사결정이나 사회적 관계에서도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치에서의 민주주의와 경제에서의 시장경제는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에서  건전한 시장경제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사회 영역에서도 자유와 안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 시장경제에서 민주적 시장경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사회 영역에서도 지속적으로 자유와 안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본적 자본주의 즉, 사회적 시장경제란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회적으로 운영되고 관리되는 시장경제체제를 말한다.


 여기서 ‘사회적’이란 개념은 경쟁을 최대한 허용하면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장경제 외에 독일의 경제시스템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의미한다. 즉, 사회적 시장경제란 민간경제활동 주체에게 가능한 한 최대의 자유경쟁을 보장하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스템이지만, 사회적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경쟁질서의 확립을 통한 시장경제의 성과를 사회적 목표인 안정, 공정, 발전에 맞추어 배분함으로써 효율과 형평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독일의 사회정책은 사회적 시장경제 원칙에 근거하여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정책은 사회보험, 사회복지서비스, 주택임대제도, 농산물 지지가격제, 해고보호법, 노동시간의 제한, 노동자의 경영참여제도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정책은 독일의 빈곤 해소, 삶의 질 제고, 노사 간 갈등 해소 등 사회의 안정을 이루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현재 한국 사회의 양극화 문제는 결코  자유방임형 시장경제 논리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이 경우,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의 경험을 참고하면 한국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적 시사점과 공동체적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결코 한국경제의 모든 시스템영역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모든 경제체제는 그 시스템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상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현재 한국의 시장경제시스템과 한국의 사회, 문화적 환경을 고려해 볼 때, 제 2차 대전 이후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독일 모델의 장점들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집단문화적 성격이 강하고,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강한 한국에서 최근 경제의 양극화 심화 현상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와 유사한 역사적, 문화적 특성을 가진 독일의 모델이 주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97년 IMF 이후, 한국경제에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에 기초한 시장경제시스템 구축이 영미형의 ‘자유방임형 시장경제’ 제일주의와 ‘실패한 정부’에만 초점이 맞추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경우 시장도 실패하고 있다는 현실 자본주의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실패하는 시장을 교정, 보완하는 일은 아직까지 정부의 역할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과거 한국에서 정부가 부패하거나 도덕적 해이를 보임으로써 시장보다 더 실패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 왔다는 사실이정부 역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해야 할 고유의 기능을 정부가 제대로 수행하기만 한다면, 경제에서 시장기능 못지 않게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규제적 정부역할은 과감히 배제되어야 하지만,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친시장적(pro-market) 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의 바람직한 역할을 정립하는 것은 ‘경제의 모든 문제를 시장에 맡기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시사점이 될 것이다. 



<발제 3> 자유와 상생 : 한국의 재도약을 위한 제안 –
이근식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경실련 중앙위원회 의장)


근대 서양에서 민주주의, 법치주의 및 자본주의라는 근대사회의 기본질서를 만든 이념이 자유주의이므로 자유주의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이런 근대사회질서를 진정한 모습으로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유주의를 이해할 때에 두 가지를 유념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는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구분하는 것이고, 둘은 자유주의의 핵심인 개인주의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상생의 원리로 보완하는 것이다.


개인주의를 보완한다는 말은 개인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주의를 기본으로 하되 개인주의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상생의 원리를 적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마치 자본주의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자본주의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라는 사회주의경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한 혼합경제를 운영하는 것과 같다.


인간의 불완전성의 인정, 만인평등, 인권 존중, 사상과 비판의 자유, 공정한 규칙, 관용, 자립심과 같은 정치적 자유주의의 기본원리는 시대와 사회를 초월한 보편타당성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치적 자유주의의 보급이야말로 인류역사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의식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자유주의의 사회질서도 보편타당성을 갖는다. 보다 나은 외국문물의 수입은 사회발전의 일반적인 방법의 하나이므로 서양의 것이라는 이유로 자유주의를 폄하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닐 것이다.


정치적 자유주의와 달리,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하는 경제적 자유주의는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강력한 인간본성인 자기사랑과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활용하는 자본주의경제는 경이로운 근대문명사회를 건설하였다. 그러나 자본주의경제는 빈부격차, 불황, 실업, 환경파괴, 공공재의 공급부족, 인간소외, 윤리타락, 전쟁촉발과 같은 자본주의의 실패를 갖고 있으므로 이의 해결을 위해 정부가 합리적인 방법으로 경제에 부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시장의 실패와 함께 정부의 실패(정부의 낭비, 무능, 부패)가 존재하므로, 정부개입은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줄이고 정부의 모든 부문에 투명경영을 도입하여 정부실패를 방지하여야 할 것이다. 더우기 우리 경제에는 과거 수 십 년간 개발독재 시대에 만들어진 잘못된 경제규제들이 수없이 많으므로 이들을 철폐하는 경제의 자유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자유주의의 개인주의 윤리로는, 노사문제, 빈곤문제, 인간소외, 윤리타락, 환경파괴, 국제분쟁 등과 같이, 개인과 집단 간에 이해상충이 발생하는 공동의 갈등문제에는 해결방향을 찾을 수 없다. 공동의 갈등문제들은, 다른 사람과 존재의 권리를 자신의 권리와 동일하게 서로 존중해 주면서 서로 아끼고 도와가면서 살아가는 상생의 원리에 입각하여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상생의 원리로 자본주의의 실패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를 기본으로 하되 자본주의의 실패를 보정하기 위하여 사회주의경제인 정부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개인주의를 기본으로 하되 공동의 갈등문제의 해결에는 상생의 원리를 도입한 복지국가가 현실적인 답일 것이다.


상생의 원리로 보완한 자유주의를 상생의 자유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롭게 그리고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자유와 상생의 정신이 우리사회의 ‘시대정신’(Zeitgeist)이 되길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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