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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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이야기] 라다크에서 행복엿보기
200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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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하십니까?
– 라다크에서 행복 엿보기 –


김삼수  경실련통일협회 간사



현재 미국발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는 엄청난 혼란만 가중시키며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의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은행간 금리는 급등하는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금 가격이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하고 국채 가격도 상승하는 등 안전 자산에만 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과 깊숙이 연결된 한국 경제 또한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 중심의 경제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민영화와 규제완화가 핵심을 이루는 신자유주의의 모순에서 기인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신뢰의 상실이 현재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금융시장이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경제는 지금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서 불연 듯 손에 잡히는 책이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가 쓴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Ancient Futures : Learning from Ladakh)(Rider, 1992)”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부와 거대 기업에 의한 자본 및 에너지 집약적인 성장이 지구 전체에 장려되고, 이로 인해 획일화되는 ‘세계화’의 흐름을 비판하며, 각 지역의 문화적·생물학적 다양성에 기반 한 사회발전을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왜 세상은 하나의 위기에서 또 하나의 위기로 비틀거리며 나아가고 있는가? 항상 이러했는가? 과거에는 더 나빴던가? 아니면 더 좋았던가?”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라다크’에서 현지체험 한 16년간의 경험을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 지금도 저자는 1년의 반 이상을 라다크에서 보내고 있다.


‘세계화’라는 망령은 지역, 민족, 국가경제를 모조리 하나의 세계체제 속으로 통합시키려 하고 있다. 서부 히말라야 고원에 자리 잡은 고도의 사막지역 ‘작은 티벳’이라 불리는 황량한 ‘라다크’도 예외는 아니다. 서구식 ‘개발’이 시작되면서 환경파괴, 사회적 분열, 인플레이션, 실업 등 개발논리 속에 감추어진 문제들이 등장하였지만, 서구문화에 대한 선망 역시 커져갔다.


1975년 인도중앙정부의 결정에 따라 외국관광객에게 문호가 개방되기 전의 라다크는 빈약한 자원과 혹심한 기후에서도 검소한 생활과 협동, 생태적 지혜를 통해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해왔다. 긴밀한 가족적·공동체적 삶 속에서 사람들은 정서적·심리적 안정을 누렸다. 개방과 동시에 ‘개발’이 이루어지고, 그 즈음 라다크 지역을 찾았던 저자는 ‘개발’ 전후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가 있었다.


저자는 라다크가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행복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한다. 서구적 선입견에 물든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공동체와 땅과의 긴밀한 관계가 물질적인 부나 고급기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았다고 한다. 현재 라다크는 저자를 비롯한 계몽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반개발과 생태적 공동체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을 국제 금융위기 속에서 거론한 것은 아마도 다시 라다크에 가고 싶다는 욕망의 발로일 것이고, 지금의 혼란 속에 라다크에 대한 선망을 감추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보았던 ‘행복’이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큰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사족(蛇足)이 길었던 것 같다.



한 달간 인도여행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여정 중 대부분을 라다크 지역의 중심도시인 ‘레(Leh)’와 그 일대에서 보냈다. 해발 3,500m 고지에 위치한 ‘레’는 1년 중 4개월 정도만 육로가 열릴 정도로 혹독한 기후와 황량하고 척박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부족한 자원으로 대부분의 물자를 외부에서 반입해서 생활하지만 생태적 공동체를 유지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잇던 실크로드에 자리한 ‘레’는 1962년 중국·인도 사이의 국경분쟁 이후 카슈미르의 중요 군사도시이자, 1975년 개방 이후 라다크 지역 핵심 관광 도시가 되었다. ‘레’는 티벳의 라싸와 고도가 비슷한 고원 도시로서 매우 건조한 반사막 지역이다. 중국 티벳의 사찰이 과거 중국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대부분 철저하게 파손된 후 새로 지은 것과는 달리 이 지역은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라다크 지역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생김새가 비슷하다. 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우리가 어느 덧 잃어버린 정(情)을 가지고 있다. 해발고도가 높은 관계로 이 지역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산병(高山病)’에 시달린다. 그들은 우리 일행 중 한명이 심한 고산증세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 때 제 가족처럼 차로 병원에 태워가고, 아침·저녁으로 병원을 찾아 극진히 보살폈다.


주변지역 여행을 위해 퍼밋(PERMIT)받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들의 시간을 쪼개 해결해 주고, 복사 가게가 문을 닫은 주말 오후에 어렵게 자기들의 인맥을 동원하여 검문소에서 제출할 퍼밋 사본까지 복사를 해준다. 물론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떠나는 날에는 자기들의 차를 이용하여 공항이나 버스스탠드까지 친히 배웅해준다. 그들은 항상 행복하다고 말한다.


라다크는 개발과 반개발이 혼재되어 있다. 관광객의 증가에 따라 허상에 불과한 서구의 삶을 동경하고 개발을 원하는 사람과 자신들의 삶이 더욱 행복함을 깨닫고 지역적·문화적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반개발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라다크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함께할 수 있었던 라다크 사람들이 극히 일부였겠지만, 적어도 라다크 사람들은 대부분 물질적인 욕심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에게 필요한 이상의 돈벌이를 원하지 않으며, 이웃과 함께 작지만 큰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에게서 본 욕심은 자녀들의 교육열 정도이다. 그들에게 행복이라는 것은 물질문명에 길들여진 우리와 너무도 많은 차이가 있다.


라다크의 생태적 공동체를 유지시키고, 개발의 소용돌이에서 지켜내기 위해 내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이겠지만, 그들 속에 자리 잡은 평화와 행복은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었다. 그들은 무조건적인 과거로의 회귀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태적 지혜를 통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개발과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노력은 너무도 아름답다.


무엇보다 개발과 성장이 절대적인 가치처럼 되어버린 우리 삶에서 ‘레’를 포함한 라다크 지역에서의 경험은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것은 근래에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많은 논란들과 사태들 때문에 더욱 크게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를 위한 개발과 성장인지 모르는 정책과 주장들이 정제되지 않고 확산되고, 합리적 사고에 의한 분석 없이 무조건적인 과거부정이 횡행하고 있는 현실에 씁쓸함만이 밀려든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와 제도들이 선진적이고 발전인 양 착각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맹목적인 추종과 모방이 아닌 우리가 가진 환경에 맞는 최적의 발전 시스템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주된 목표라면 지금 이 시기 경제성장과 행복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과연 여러분은 행복한가? 그리고 여러분의 삶에 행복이란 무엇인가?


국민소득 1,000불이 갓 넘는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부탄왕국의 왕은 70년대 초에 안정적인 경제발전, 자연환경 보호, 민족문화의 증진, 좋은 통치 등을 행복의 네 가지 요소라 보고 행복지수인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를 만들었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물질적 풍요가 발전의 척도라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획일화된 물량적 가치보다 문화적·생태적 가치를 유지·발전시키는 총체적 가치가 중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2006년 영국 레스터대 애드리안 화이트 교수가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행복지수이론에 근거한 100개의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SWLS(Satisfaction with Life Scale, 생활만족도 척도)에서 우리나라는 100위권 밖에 머물렀다고 한다. 부탄은 8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