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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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이야기] [릴레이인터뷰]‘누군가’ 보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_국책사업감시팀 권오인 팀장


권오인 국책사업감시팀장 인터뷰

날이 갑작스럽게 추워진 오후에 권오인 국책사업감시팀장을 만났다. 마침 그날이 아들의 생일이라 오늘은 일찍 퇴근한다는 그는 2년여 전 활동가 릴레이인터뷰를 처음 시작한 인물이기도 하다.

Q. 2년여 전 릴레이 인터뷰의 첫 주자였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A. 웹페이지에 콘텐츠를 채우는 과정에서, 옛날에는 활동가 이야기라고 각자의 운동에 대해 한 페이지 정도씩 쓰는 활동을 했는데, 그게 잘 안되었던 적이 있었다.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활동가들의 개인적인 면모에 대해 회원들에게도 소개하고, 또 활동가들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가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 누군가 스타트를 끊어야 하는데 아무도 나서질 않아서 결국 내가 하게 됐다(웃음).

Q. 경실련에서 일한 지가 11년이 넘었다.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안식년도 없이 계속 일하면서 결혼도 여기에서 했다고 들었다. 

A. 결혼했으니 성공한 인생이다(웃음). 이제 나이로는 세살, 만 두돌인 개구쟁이 아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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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내와 아들의 얘기 좀 해달라.

A. 아내와는 아는 동생의 소개로 만났다. 처음 봤을 때부터 ‘아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첫눈에 반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올인했고, 다행히도 결혼이라는 좋은 결과로 끝났다. 아들은 나를 닮아서 무척 개구쟁이다. 잠시만 눈을 떼도 사고를 치거나 다치거나 해서 아내가 좀 힘들어하는 것도 있다. 그래도 보고 있으면 귀엽고 자라는 모습을 보면 보람도 느낀다.

아들의 모습에서 자식이었던 내 모습을 보고, 내 부모님에 대해서,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한다. 키우기 힘든 점이 분명 있지만 지금은 행복하고 보람차다.

Q. 아버지가 되면서 시민활동가 역할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나?

A. 아무래도 아들이 나중에 살아가야 할 사회다 보니 현재의 불합리하고 엉망인 정치나 경제의 여러 면모들이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내가 부동산팀에서 일하다 보니 ‘내 아들이 나중에 자신의 집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 정부는 필사적으로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데, 내 아이가 성장해서 자신의 집을 가져야 할 때쯤엔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거품이 빠진 가격이 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아이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보육 같은 사회정책에도 이전보다 더 관심이 간다. 아이 한 명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한데, 정부에서 그러한 것들을 지원해 주면서 아이 낳으라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순서가 좀 바뀐 것 같은 기분은 드는데, 경실련에 처음 들어오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A. 대학 전공이 경제학이다 보니 자연스레 경제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또 어린 시절 경험의 영향도 있었다. 부모님이 조그만 슈퍼마켓을 운영하셨는데, 장사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또 일을 도우면서 여러 가지가 잘못된 불합리한 유통구조의 폐해를 직접 보고 느꼈다. 내가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 다니던 그 시기가 마침 대기업들의 소매유통 진출이 막 시작되던 때와 겹치기도 했고. 백화점이나 대형유통업체가 들어오면 동네 상권이 다 죽어버린다. 그렇게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재벌이나 그 외 기업들의 윤리 경영, 사회적 책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던 중에 마침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고민하던 시점에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에서 채용공고가 났고, 그렇게 들어오게 됐다. 

당시 경실련에서 했던 운동 중 하나가 대형마트의 셔틀버스 운영에 반대하는 것이었는데 이게 내가 경실련에 대해 알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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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은 국책사업감시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 분야는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A. 원래는 경제정의연구소와 경제정책팀에 있었는데, 2009년에 경실련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있을 때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으로 가게 됐다. 중간에 다시 경제정책팀으로 갔다 돌아오기도 했고.

Q. 경실련에서 했던 사업 중에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라면? 

A. 연구소에서는 ‘좋은기업상’이 사회적으로 많은 인정을 받으면서 보람을 느꼈다. 경제정책팀에서는 재벌개혁을 맡아서 했었는데, 재벌에 대해서 분석, 발표한 것이 사회적으로 상당히 파급이 컸다. 현재 경제민주화 관련된 데이터들과 주장은 그때 경실련 경제정책팀에서 한 번씩 제기했던 것들이다. 일방적인 주장이나 반박을 한 게 아니라 근거자료들을 충분히 조사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이 좋았다. 

부동산국책사업팀에서 일하게 되면서 알게 된 것이 우리나라 토건업계의 문제점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이었다. 국내 경제의 절반 이상이 건설, 토목 산업이다.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 민간투자사업의 제도개선 운동을 했다. 당시에 이런 문제점들을 제기한 단체가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경실련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의 주장들이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정책에 반영될 때 보람이 컸다. 최근에는 경전철 등을 다루고 있다.

Q. 반대로 11년 동안 크게 낙심하거나 괴로웠던 경험은 없었는가? 

A. 어떤 조직이라도 그럴 것이다. 오래 있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이게 내 길인가 하는 회의에 시달리기도 한다. 나도 그런 기간이 상당히 있었던 것 같다. 시민운동을 하려면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열정이나 분노가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버티기 어렵다. 그걸 잃어버린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팀에서 김헌동 본부장, 신영철 단장, 윤순철 사무처장 같은 분들을 보면서 많이 깨달음을 얻었다. 나보다 더 열정적인 그분들을 보면서 나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그리고 때마침 국책사업팀으로 옮기면서 토건업계의 비리와 부조리를 보면서 다시금 분노와 열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 동료애와 열정이 계속 버티고 나아갈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Q. 운동을 계속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줄여 말한다면?

A. 한마디로 줄여 말한다면,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Q.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A. ‘누군가’라기보다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라고 생각한다. 시민들보다 아무래도 내가 이 분야에 대해서 더 알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누군가’라고 말한다면 소극적이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한다고 생각한다.

Q. 부동산과 국책사업은 말했다시피 모든 국민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 분야는 전문지식이 필요해 접근하기가 상당히 쉽지 않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A. 시민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과 고민은 늘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핵심 내용만 쉽게 압축해서 전달하려 많이 노력한다. 국책사업의 경우 제도 자체가 워낙 어렵다. 되도록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이런 전문성을 이용해 정부와 토건업계 등이 제멋대로 해버리는 점도 있다고 본다. 시민들이 관심 가질 수 있을 만한 요금 문제라든지, 재정낭비 규모라든지, 그러한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하려 노력하고 있다.

Q. 시민운동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바라는 점이라면?

A. 우리나라의 모든 제도 개선은 시민들의 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활동가들의 힘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시민들이 각자의 생활에 바쁘겠지만 그래도 보다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 특히 건설업계에서는 아직도 많은 부패와 비리가 있고, 그 비용은 시민들이 낸 세금에서 나간다. 우리도 중요한 내용을 보다 쉽게 전달하려 노력할 것이고, 시민들도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

Q. 이제 막 시작하는 나에게는 10년 선배님이신데,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충고는?

A. 일단 시민운동을 단순한 ‘일’이 아닌 열정을 가지고 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주변의 선배, 동료들과 일에 대해서든 사적인 생활에 대해서든 대화를 많이 나누라고 충고해 주고 싶다. 혼자 끙끙 앓고 있어서는 절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시민운동의 힘든 점들을 함께 이겨나갈 수 있는 동료이니까 무슨 일이든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글_ 허진경 정치입법팀 수습간사

사진_ 권태환 기획총무팀 간사


※릴레이인터뷰는 인터뷰를 받은 상근활동가가 상대를 지목해 인터뷰하는 릴레이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현재까지 권오인 부장 → 최희정 수습간사 → 김삼수 팀장 → 안세영 간사 → 최승섭 간사 → 박한 간사 → 윤철한 국장 → 이연희 간사 → 남은경 국장 → 이기웅 간사 → 윤순철 처장 → 정지영 간사 → 김상혁 간사 → 정회성 간사 → 신동엽 간사→ 김인선 간사 → 채준하 부장 → 김한기 국장→ 정의정 간사→ 권태환 간사→ 박지호 간사→ 홍명근 간사→ 최예지 간사→ 오세형 간사→ 정택수 수습간사→ 허진경 수습간사→ 권오인 부장 의 순서로 인터뷰 기사가 게재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