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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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말기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법제화 논의 시작해야

이제는 말기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법제화 방안의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오늘 법원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제거 청구소송’에서 원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11월 ‘존엄사’를 허용하는 국내 첫 판결을 내린 이후, 환자가 연명 치료를 중단하기를 원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자기결정권에 포함된 것임을 명확히 천명하고, 생명 유지에 대한 말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법제화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1심과 같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환자라도 사전에 남긴 문서 등을 통해 치료 중단에 대한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우리사회에서 존엄사에 대한 논쟁이 시작된 지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존엄사 허용여부 및 개념정의 등을 둘러싼 논쟁에만 머물러 오면서 법, 제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과 성과는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착적 의료행위로 인한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생명연장이 환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고 환자의 가족에게도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가져오는 등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을 치루고 있음에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현장에서도 생명이 위급한 상태에서 일련의 의학적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고 의학적으로 임종이 임박한 경우에 기관 내 삽관, 심장마사지 등의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야 하는지 갈등을 겪게 되지만 현행법을 엄밀하게 적용할 경우 형법상 촉탁살인죄나 자살방조죄에 해당하는 등 법에 의해 허용되지 못함으로써 환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조차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실련은 지난 1월12일, 논쟁적 수준에 머물러 왔던 존엄사를 우리사회의 인식과 수준을 고려하여 사회적으로 합의 가능한 범위에서 법안을 마련하고 국회에 입법청원서를 제출하였다. 이번에 재판부가 연명치료 중단의 4가지 요건으로 제시한 “환자의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중단 의사가 명확히 확인돼야 하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치료만 중단 대상에 포함될 수 있고 반드시 의사가 의료 행위를 멈춰야 한다”는 내용이 거의 동일하게 담겨있다. 또한 말기의료 상황에 불가피하게 맞닥뜨리는 환자들에게 의료가 해줄 수 있는 이득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생전유언이나 사전 의료지시서를 통해 개인이 명시적으로 자신이 어떻게 치료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도록 하여, 그 결과 의식불명인 상태이거나 혼수상태가 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사대로 삶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죽음에 대한 대비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말기환자의 존엄사, 연명치료 중단 등의 자기결정권을 무엇보다 존중받을 수 있고 어떠한 경우에도 차별적으로 취급되거나 무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인권적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제도화하고자 한 것이다.


존엄사는 현대의학으로 치료를 아무리 해도 회복가능성이 없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임을 피할 수 없을 경우 환자에게 인위적으로 생명만 연장하는데 불과한 생명유지 장치를 환자스스로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이러한 의사결정을 존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해도 회복가능성과 효과가 없는 연명치료의 중단이 바로 존엄사의 범주라는 점에서 안락사와는 정확히 다른 개념이라는 점과 생명의 존엄함을 훼손할 수 있는 안락사에 대해서는 명백히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존엄사를 안락사와 구분하지 않고 이를 뭉뚱그려 윤리적으로 시비를 거는 것은 결코 합리적일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사회에서 살 권리 함께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의 핵심은 생명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이를 명시적으로 혹은 추정적으로 사전에 밝힌 경우 회복불가능하다는 의학적인 판단의 전제하에 그 선택권을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사회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로서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줄 시기이다.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거나 막연한 우려만으로 방관자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 모두 경계해야 한다. 더 이상 논쟁만을 반복하기보다 존엄사에 대한 개념과 적용 대상 등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생명 유지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규정하는 법적 요건을 정립하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로 전환할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문의:사회정책팀 02-3673-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