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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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몰핀 경제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jhong@kyungwon.ac.kr








필자는 중증 개혁병 환자다. 개혁피로증에 개혁무용론이 판치며 개혁은 그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현실속에서 혼자만 소리높이 개혁을 외치고 있다. 필자에게만 한국경제의 신음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는 탓일까? 과거의 개혁은 잘못된 개혁이며, 그 개혁이 성과도 없이 좌초한 것은 파괴적 개혁의 결과라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필자는 새로운 창조적 개혁을 주장한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하나라도(!)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고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개혁을 요구해온 이론적 근거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눠보려 한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한국경제의 암담한 현실을 바라볼 때마다 과거의 한 순간에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 없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서 개혁의 기치를 높이 치켜들었을 때 대통령 김영삼은 조순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주지 않았다. 결국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던 조순 총재는 사표를 내게 된다. 안정론자는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를 채울 수 없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며 한국경제의 건전한 성장의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린 순간이었다.


 


  미워하며 배운다고 했던가? 군사독재의 독선을 그토록 질타하며 민주화 세력의 한 축을 형성했던 김영삼 대통령도 코드가 맞지 않는 한국은행 총재를 용납하지 못했다. 그리곤 신경제 100일 계획, 곧이어 신경제 5개년 계획이라는 몰핀이 주사되었다. 박재윤, 홍재형, 이경식 등이 주도했던 몰핀 경제에서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삼성자동차의 진입이 허용되고 각 자동차회사들은 무지막지한 설비투자를 감행하였다.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의 지원 속에 금융기관들은 대출경쟁에 여념이 없었으며 이를 놓칠세라 재벌들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설비확장에 들어갔다. 그런 상황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환율통제로 촉발된 IMF위기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누가 IMF를 기억하는가




  그때 규제완화를 주창하던 학자들, 관료들, 재계 인사들이 조용히 지낸 것은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외환위기의 어려움이 채 가시기도 전 그들은 코스닥만이 살길이라고 했으며, 수출만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며 소비촉진을 위해 무분별한 가계부채의 확대를 꾀했고,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수십 차례에 걸쳐 규제완화를 단행하였다. 진념, 강봉균, 전윤철의 몰핀 정책이었다. 과거 건설부 장관 시절 부동산 폭등을 야기했고 누구보다 먼저 저금리를 주창했던 박승을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한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거품이 꺼지고 나면 고통만이 남을 뿐이다. 코스닥시장의 붕괴는 한국 주식시장의 건전한 성장에 재차 치명타를 날렸으며, 가계대출의 증가는 온 국민을 빚에 허덕이게 만들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으며 기회를 엿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이제 와서 주장한다. 내수가 어려운 상태에서 수출이라도 살려야 한다며 환율의 상승을 막아야 한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환율의 인하를 억제하다 외환위기를 맞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때와 정확하게 같은 방식으로 재경부 관료 두세 명이 아무런 관리도 받지 않으며 환율을 통제하고 있다. 그들은 다시 재벌의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재벌이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기업인은 선처해야 한다고 한다. 아파트 건설사들이 높은 분양가를 통해 올린 수익을 감추기 위한 비자금에 대해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헌재 몰핀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에 온 국민이 탄핵으로 인해 잠시 주의를 돌린 틈을 타서 재경부는 연일 단기부양책을 쏟아내었다. 토지규제완화는 물론이고 재벌에 대해 규제완화를 할 것이며, 신용불량자는 외형상 숫자 줄이기 정책을 취하는 반면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 가계부채를 8%대의 목표를 설정하여 다시 늘일 것이며,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유도할 것이라 한다. 용산이 주상복합아파트 청약 광풍이 불었음에도 재경부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헌재 몰핀이 주사되었다.


 


  개나리꽃이 흐드러진 봄이다. 빼앗긴 땅에도 봄은 오느냐고 광야에서 외친 시인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한국경제의 봄은 언제나 오려는지 아득하기만 느껴지는 때 시인의 절규가 새삼 귀청을 때린다. 



 


아! 돌아오라, 한국경제여….(2004.4.5)


 



(이 글은 경실련의 공식적인 견해와는 무관한 필자 개인의 견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