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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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무늬만 의약품 재분류 결과를 개탄한다

과학성과 전문성에 의한 의약품 전면 재분류를 촉구한다

지난 8일 의약품 재분류를 위해 구성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5차 회의로 마무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모든 의약품에 대한 전면 재분류를 추진하고 과학적 분류기준 마련 및 상시분류시스템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소비자단체 재분류 신청 17개 품목 중 4개 품목을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고 2개 품목을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실련은 이번 재분류 결정이 의약품 정보 축적에 따른 명확한 기준과 원칙에 근거하고 국민의 이익과 입장에 맞춘 재분류 논의결과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위원회 구성부터 의약품 재분류 대상 선정과 논의과정,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합리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과거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에 경실련은 앞으로 의약품 전면 재분류 추진과 상시적 재분류시스템 구축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그간의 의약품 재분류 논의결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필

요하다고 판단하고,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이번 재분류 논의는 의약분업 이후 사실상 첫 논의이고 이후 전면적인 재분류와 상시적인 분류시스템 도입을 위한 계기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있음에도 과거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했다. 현 의약품 분류체계는 2000년 의약분업 시행 당시 분류 결정된 체계를 10년 넘게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2000년 당시 의약계의 의견 대립으로 대부분의 미분류 처방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을 복지부가

 

최종적인 결정을 위임받아 분류결과를 발표한 것을 지금까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의사와 약사의 처방 조제의 실태를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그 의약학적 적정성 및 보건경제학적 타당성을 판단하여 필요에 따라 의약품을 재분류하는 것에 대해서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졌으나 정부와 의약계 모두 이를 실천하지 않았다. 이번 재분류 결정 역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내외 부작용 사례와 외국의 분류사례 등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다.

 

둘째, 이번에 분류 및 재분류 결정된 일부 의약품의 경우에는 안전성과 효능에 의한 의약학적 적정성에 비춰 보았을 때 과학성이나 전문성에 충실하게 부합하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복지부는 의약품 재분류 논의 시작을 알리며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재분류 첫 논의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정작 재분류 논의대상을 경실련과 소비자단체가 요구한 17개 품목에 국한하여 그 결과를 도출했다. 더욱이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 결정한 4개 품목 중 3개 품목의 경우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고도 전문의약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재분류 결정을 퇴색시켰다. 해외사례를 명분으로 삼고 있으나 이중분류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원칙을 발견하기 어렵다.

 

셋째, 식약청은 이번 발표를 통해 의약품 재분류의 기본방향과 원칙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고 재분류에 관한 규정과 부작용 발생현황, 약리기전 비교 등 과학적 근거자료를 기준으로 전문약과 일반약 간 재분류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사후응급피임약의 전환결정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결정을 회피했다. 과학적 근거에 따른 판단이 우선되어야 할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기본방향과 원칙을 스스로 포기하고 재분류의 방향에 혼선을 초래한 것이다. 결국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기준과 원칙 없이 꿰맞추기식 결과 도출에 급급한 복지부와 의약계의 직역 이해관계가 극대화된 상태에서 나눠먹기식 타협의 산물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무늬만 의약품 재분류라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넷째, 의약품 전면 재분류의 기준과 방향은 반드시 과학성과 전문성에 기반해야 한다. 의약품 분류체계가 의약품 사용 행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제도임에도 현 의약품분류는 의약학적 원칙이나 의약품 정의에 비추어 볼 때 일반으로 분류되어야 할 의약품이 전문으로 분류되어 있거나 전문으로 분류되어야 할 처방이 일반으로 분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현재는 이를 재평가하여 분류전환이 필요한 경우에 적절히 재분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과학성과 전문성이라는 재분류의 기준을 분명히 전제하는 것과 함께 의사와 약사의 처방조제 실태와 의약학적 적정성 및 보건경제학적 타당성에 대한 평가를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그래야 의약품 분류기준에 따라 의약품 분류군에 타당성이 떨어지는 의약품을 합리적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 이미 외국의 경우, 상시적인 재분류 시스템을 통해 의약품의 작용 및 부작용이 밝혀짐에 따라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이에 따른 의약품 분류군간 이동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제 전반적으로 의약품의 재분류와 상시적인 재분류 시스템의 필요성은 명백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논의구조를 구성하고 그 과정을 일관성 있게 진행하는 정부의 의지와 태도 문제이다. 아울러 의약품 재분류가 의약계의 타협의 산물로 전락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의약품의 오․남용과 약화사고 방지로 국민건강 향상과 국민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를 전제로 하였을 때 의약품 분류 및 재분류의 적정성이 반영되고 의약품 분류군 간의 경직성을 탈피하여 의약품 재분류를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경실련은 앞으로 의약품의 전면 재분류가 국민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한 사회적 편익 증대와 의료비용을 경감시키고 의사의 처방행태 및 소비자의 의료이용 행태의 변화를 목표로 이뤄져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문의] 사회정책팀 02-3673-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