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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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무원칙하고 철학이 없는 종부세 개편안을 철회하라

  정부와 한나라당이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과세기준을 6억에서 9억으로 상향조정하고, 세율도 현재 과세표준의 3억원까지는 1%, 14억원까지는 1.5%, 94억원까지는 2%, 94억원 초과시 3%이나 이를 6억원까지는 0.5%, 6억~27억원 0.75%, 27억원 이상은 1%로 대폭 낮췄다. 고령자에 대해서도 65~70세까지는 10%, 70~75세까지는 20%, 75세 이상은 39%를 경감해 주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미 지난 1일 세제개편안을 통해 종부세 과세표준 적용율 인상도 지난해 수준인 80%로 동결하고, 주택 및 종합합산 토지에 대한 세부담 상한을 현행 300%에서 150%로 하향 조정한 것 까지 감안하면 정부 여당의 오늘 발표로 종부세는 사실상 폐지나 다름없게 되었다.


  경실련은 정부여당의 종부세 개편안을 보면서 과연 정부여당의 부동산 세제정책에 대한 철학과 원칙은 존재하는지, 누구를 위한 종부세의 사실상 폐기 인지, 그리고 세제 운용에 대한 기준과 장기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첫째, 2005년부터 시행된 종부세의 입법 취지는 ‘저액의 부동산에 대한 저율의 재산세와 함께 고액의 부동산 소유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해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부동산 가격안정을 도모해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것이었다. 시행 3년 만에 이 법을 과연 용도폐기 해도 좋을 정도로 이법의 취지를 충분히 달성했는지, 즉 현재 우리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지방재정은 확보되었는지 정부여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 대다수는 2조 8천억원 정도의 세수를 확보하여 이를 지방에 교부하여 낙후지역의 균형발전과 취약계층의 복지ㆍ교육에 쓰이는 것을 중단하고, 또한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을 조장하더라도 상위 2%에 해당하는 부동산 고액보유자에게 감세폭탄을 주는 것이 옳다는 것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시행 상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면 되지 정부여당과 같이 제도의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반신불수로 만들어 놓는 것은 합리적 판단과 결정이 절대 아니다.


  둘째, 정부여당의 종부세의 사실상 폐지는 보유세(종부세ㆍ재산세)강화 – 거래세(부동산 취ㆍ등록세) 인하라는 부동산 세제의 큰 원칙과 정반대로 가는 것으로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부동산 세제는 다른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부동산 거래를 촉진하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거래세는 낮추고, 능력에 맞게 부동산을 보유하도록 유도하고 투기적 가수요를 막기 위해 보유세는 강화하는 것이 대 원칙이다. 다른 나라의 보유세와 거래세의 비중을 보면, 미국이 98대2, 일본이 95대5, 영국이 89대11인 반면에 우리나라는 겨우 31대 69에 불과하다. 이처럼 보유세 부담이 낮고, 부동산 조세구조가 기형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상황에서 종부세가 우리나라의 보유세 강화정책의 첫걸음을 내디딘 데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이를 사실상 폐기하여 부정하고 있다. 
 
 현재 보유세 실효세율은 미국(1.5%), 일본(1%), 캐나다(1%), 영국(1.2%) 등 주요 선진국은 모두 1%를 초과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경우 0.3%대에 머물고 있다. 보유세 부담률을 알 수 있는 GDP 대비 보유세액을 비교하더라도 ‘06년 우리나라의 ‘보유세/GDP비율’은 0.8%인데, 이는 미국(3.1%)의 26%, 영국(3.3%)의 24%, 캐나다(2.8%)의 29%, 일본(2.1%)의 38%, 프랑스(2%)의 40%에 불과하다. 이러한 통계는 보유세 부담이 선진외국에 비해 결코 높지 않음을 나타낸다. 눈만 뜨면 선진화를 외치는 정부가 이러한 것은 따라하지 않으면서 무엇을 선진화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부동산세제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철학과 원칙이 부재함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지식도 결여되어 있음을 이번 종부세 개편안은 반증하고 있다.


  셋째, 이번 개편안은 일부 부동산 부유층에 세금감면 혜택만 있을 뿐 부동산 거래의 활성화를 원하는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장상황이 전개될 것이고 그 효과성이 부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는 정부여당은 부동산 부자를 위한 종부세 폐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국토부가 지난 4월에 밝힌 자료에 의하면 올해 6억원 초과 주택은 총 28만6536가구이다. 이중 9억원 초과주택의 경우 10만 3천여 가구로 종부세 부과대상이 9억원으로 상향되면 18만여 가구가 수혜를 입게 된다. 9억원의 이상 초과 주택 보유자들은 적지 않은 감세혜택을 보게 되는데 이번 정부 개편안 이 적용될 경우 공시가격 10억원인 주택은 올해 360만원에서 내년 18만원으로, 12억원 주택은 576만원에서 54만원으로 세액이 90%이상 줄어든다. 고가의 주택의 보유세가 자동차세 정도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들 수혜자들은 대부분 부유한 특정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현재 종부세 대상자 중 다주택 보유자가 61.3%이고, 이들의 세액 점유율도 71.6%에 해당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혜택은 대부분 다주택 보유자나 고액 부동산 보유자일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종부세가 완화되면 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물건을 거둬들이고 호가만 높일 공산이 크다. 수요자 역시 경제 불안요소로 관망세를 유지하며 매도자와 매수자간 호가 폭이 커져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다수 의견이다. 이렇게 정부여당의 종부세 개편안은 거래 활성화라는 효과도 없고, 오히려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한다는 국민적 위화감만을 조성하여 그 정치사회적 부담은 모두 정부여당에게로 되돌아 갈 것이다.    


  네째, 종부세 사실상 폐기는 장기적으로 오히려 시장의 불안정성과 함께 정부의 재개발, 재건축 촉진 정책과 맞물리면서 투기적 가수요만 나타나 집값이 다시 폭등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여당은 이번 종부세 개편이전에 이미 양도소득세 개편안을 제시하여 비과세 적용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렸으며, 이외에도 장기보유특별공제(연 45, 최대 80%->연 8%, 최대 80%), 세율인하(9~36%->6~33%) 등 3중 혜택을 주었다. 1가구 1주택 보유자 729만 가구 가운데 6억원 초과 주택은 4%(29만 가구)에 불과할 정도도 혜택은 극소수 부동산 소유자에게로 돌아간다.


 상속ㆍ증여세도 사실상 중산ㆍ서민층과는 전혀 상관없는 세금인데 최고 50%의 세율을 33%까지 낮추고, 1가구1주택 상속 때 5억원 한도내에서 40%를 공제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가령 10년 넘게 같이 생활한 무주택자 자녀에게 15억원 짜리 집 한 채를 남길 경우 지금이라면 과세표준에서 배우자공제ㆍ일괄공제로 10억원이 공제돼 9천만원의 상속세를 물었지만 개정안으로 5억원의 주택상속공제가 추가돼 세금이 없어진다.


  이상과 같이 정부여당은 양도세, 상속세 완화에 이어 보유세인 종부세까지를 무력화하여 소수의 고소득ㆍ고액 자산가, 다주택 보유자들인 부동산 부자들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을 때에도, 부동산을 팔 때에도, 그리고 부동산을 상속 증여할 때에도 부담을 거의 갖지 않도록 하였다. 따라서 자산 보유가들인 이들은 그 만큼 부동산 보유욕구를 자극받을 수 있고, 자금 동원이 생긴 이들은 쉽게 투기적 가수요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듦으로써 부동산만 폭등하게 되고, 집 없는 서민들의 주택마련의 꿈은 더 멀어지며 부동산 시장질서만 어지럽게 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결론적으로 정부여당의 이번 종부세 실질적 폐지안은 잘못된 것이다. 정부여당이 생각하는 것처럼 과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일부계층의 과도한 세금에 의존한 정책이라는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지 지금과 같이 실질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정상적인 결정이라 할 수 없다. 선진외국처럼 보유세를 높게 하고 거래세는 대폭 인하하여 정상적인 거래를 촉진하는 개편안을 제시하는 것이 옳은 태도이다. 1가구 1주택자의 주택 취득시 취등록세를 대폭 인하하거나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연금수령자, 무직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가 부담이 된다면 외국처럼 소유권 이전이나 상속증여가 발생할 때까지 유예해주는 서킷 브레이크 제도를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엄청난 감세에만 치중하여 의미 있는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은 정책집행의 합리성이나 공공성을 상실한 태도에 다름 아니다.


  종부세의 부과대상인 주택과 토지는 주식이나 예금 등 다른 재산권과 달리 원칙적으로 생산이나 대체가 불가능하고 공급이 제한돼 있다. 따라서 다른 재산권에 비해 사회성 내지 공공성이 더 강조될 수밖에 없으며, 세율의 누진성 등이 엄격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특히 조세정책은 한번 바꾸면 제도를 다시 바꾸지 않는 한 세수 효과가 영구히 지속되고, 깎아주거나 면제해준 세금을 다시 거두는 일은 극히 어렵다. 이 때문에 세제정책은 큰 원칙하에 신중하고 세심하게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정부여당의 이번 종부세 개편안은 이런 점에서도 잘못된 것이며, 철회되어야 한다. 종부세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조령모개식 조세정책을 보면 국민들은 근본적으로 정부를 믿고 세금을 내야하는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이 국민 다수여론을 수렴하여 합리적이고 원칙적인 종부세 개선안을 새롭게 제시하길 촉구한다. 정부여당이 국민다수 여론을 무시하고 오늘과 같은 개악적인 개편안을 끝내 강행한다면 그 부담은 전적으로 정부여당에게 돌아갈 것이며, 국민들은 제2의 촛불집회도 강행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 문의 : 정책실 경제정책팀 02-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