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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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물길 모를 대운하 깃발을 내려라

양혁승 경실련 정책위원장·연세대 경영학과 


우리 사회에 거대한 돌무더기 하나가 쌓여가고 있다. 그 돌무더기 한가운데는 ‘경제 살리기’라고 쓰인 커다란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집권 여당 대표의 말마따나 조만간 전 국토를 거대한 공사판으로 바꾸게 될 4대강 정비 사업이 시작되면 그 깃발은 전 국토로 퍼져나가 나부낄 전망이다.


그 깃발의 위세는 대단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5백만 표 이상의 격차를 만들어낼 정도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깃발이 아니던가? 세계적 금융 위기로부터 촉발된 경제 위기는, 공약(空約)으로 판명났을 법한 이명박 정부의 각종 공약(公約)에 면죄부를 주고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부제를 덧붙여주면서, 그 깃발에 더욱 더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 이명박 정부와 거대 집권 여당 체제 하에서는 모든 것이 ‘경제 살리기-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깃발로 통한다. 그 내용이 경제 살리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당파적 이해를 관철하려는 것들도 모두 경제 살리기라는 포장지에 싸기만 하면 된다. 최근에는 과대 계상된 경제성장률 예측치에 근거해 작성된 졸속 예산안을 비롯해 과세의 공평성과 재정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세제 개편안이 그 깃발을 앞세운 거대 여당의 힘으로 통과되었다. 대운하 건설의 1단계 사업으로 의심받고 있는 4대강 정비 사업에 배정된 예산안도 바로 그 깃발의 후광을 받아 통과되었다. 앞으로도 국민 경제의 건강성을 심각하게 해칠 것으로 우려되는 각종 경제 관련 법안들-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 분리 완화, 지주회사 여건 완화 등과 관련된 법안들-이 국회에서 줄줄이 통과될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야당과 협의하는 듯한 모양새라도 갖추는 것 같았지만, 전투 모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거대 여당은 바로 그 깃발을 앞세워 ‘돌격 앞으로’를 외칠 것이다.


여당, 전투 모드로 전환해 ‘돌격 앞으로’ 외칠 것


국민은 점차 그 깃발의 위세에 눌려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그 깃발의 위세가 더욱 더 커진 어느 시점이 되면 그 깃발 앞에 절하도록 강요받을지도 모른다. 그 깃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자는 어딘가로부터 날아온 돌에 맞아 그 돌무더기에 묻힐지도 모른다. 자신들과 자식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학생들과 주부들로부터 소박하게 시작되었던 촛불 집회도, 상당한 수준의 전문가적 경제 예측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필명을 날렸던 미네르바라는 경제 논객도 그 돌에 맞아 돌무더기에 묻혔다.


시간이 흘러 몇 년 후가 되면 우리는 돌무더기를 열어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집권 여당이 지금까지와 같은 행보를 계속하게 된다면 그 돌무더기 속에는 건강한 토론과 타협의 정신, 공동체적 가치와 사회 통합,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얻어낸 민주적 가치들, 남북 간 평화 공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연 생태계, 그 깃발에 동조하지 않아 퇴출된 공직자들이 묻혀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시사저널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