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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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이야기] 미디어 시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미디어워치
200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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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진화한다. 온 동네 아이들이 모여앉아 넋 놓고 흑백TV를 보던 때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제는 휴대 인터넷(Wibro)으로 TV를 본다. 버스를 타면, 손에 쏙 들어오는 휴대용 기기를 이용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제 미디어는 우리의 생활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는 미디어를 접한다. 
그렇다면 ‘미디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미디어를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일까? 미디어워치(Media Watch)의 한상희 팀장을 만나 미디어 모니터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Watch-dog 을 아십니까?  

 Watch-dog. 개 이름이 아니다. 감시, 모니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단어에 착안하여 ‘미디어 워치’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미디어 워치는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소모임이다. 96년에 주부들이 모여서 ‘방송모니터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 모임의 계기가 되었다. 









미디어워치 한상희팀장

 “처음에는 저도 회원 활동으로 시작한 거예요. 대학원에서 신방과를 졸업하고, 결혼한 뒤에 경실련 회원이 되었죠. 경실련 소식지를 보는데 방송모니터회를 모집한다고 하더라고요. 슬슬 해볼까, 하며 시작한 게 벌써 십 년이 됐어요.”

작은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활동의 틀이 잡히면서 2000년 지금의 ‘미디어워치’로 이름을 변경했다. 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으며 바람직한 미디어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미디어 워치, 무슨 일을 할까?

미디어 워치에서 하는 활동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TV 프로그램을 모니터하고 매년 모니터 종합 보고서를 발간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청소년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매체를 보는 눈을 기르고 수용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디어 교육은 98년에 중학생을 대상으로 시작되었다. “‘방송 바로보기’라는 이름으로 특별활동반을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한 때는 45개교에서 교육을 했던 적도 있어요. 지금은 서른 개 정도의 학교를 맡고 있지요.”

다양한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과 접했던 만큼 기억에 남는 교육도 있었다. “시간이 많으면 학생들이 직접 간단한 제작물을 만들 수 있어요. 어떤 학생들은 네컷짜리 만화를 그려서 찍고 내레이션을 입혀 완성하더라고요. 캠코더만 주었을 뿐인데 애니메이션을 만든 거죠. 주어진 재료만 갖고도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학생들의 창의력이 인상적이었어요.”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실습을 해보는 것과 함께 매체를 보는 눈을 기르도록 하는 데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청소년들이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보지 말라고 강제할 것이 아니라, 어떤 걸 보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죠. 그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한상희 팀장은, 미디어 교육이 비단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나 교사들에게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디어를 이용하는 장소가 주로 가정이잖아요. 그렇게 보면 미디어가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의 기제가 될 수도 있어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어서 포토샵도 하고, 미니홈피를 만들어 일촌을 맺는다면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부모님들도 직접 해보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고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한상희 팀장의 지론이다.  



본업(?)인 미디어 모니터링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원래는 방송에 한정되어 있었는데, 인터넷 등의 매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디어 모니터링도 겸하게 되었다. “매체를 갖고 구획 짓는 건 구시대적인 발상이에요. 물론 인터넷의 경우 그 특성상 모든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어떤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죠.” 

방송 외의 매체가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면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도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채널이 생기고 시청자의 선택권도 더욱 넓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미디어 워치에서 모니터링을 위해 할 일이 훨씬 많아지지 않을까?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당연한 흐름이에요. 새로운 기술력에 힘입어서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다만 여기서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무수히 많은 콘텐츠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로 공급되면 지상파 방송이 어떻게 균형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지요. 통신자본이 공영성을 가진 방송을 장악하는 것에 대한 우려입니다. 엄청난 양의 콘텐츠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낼 줄 아는 눈이 필요해요.” 

 #좋은 프로그램? 나쁜 프로그램?


평소에는 친구에게 “야, XX 나오는 드라마, 그거 되게 괜찮더라.”라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한상희 팀장 앞에서는 섣불리 말을 꺼낼 수 없었다. 10여 년 동안 모니터링을 해 온 그녀 앞에서 번데기가 주름을 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한상희 팀장이 보는 좋은 프로그램과 나쁜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하얀거탑이 참 좋았어요. 색다르면서도 전문적이었거든요. 장점을 나열하자면 많은 것 같아요. 권선징악적 결말이 아니고,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감동을 줬어요. 드라마 하면 흔히 삼각, 사각관계 내지는 출생의 비밀, 이혼, 불륜 이런 코드들이 즐비하잖아요. 하얀거탑은 그렇지 않아서 신선했죠.” 

나쁜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나쁜XX 착한OO’라는 프로그램이요. 가족시간대인 7시 반에 방영되는데도 소재가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에요. 사실 이 부분에서는 뉴스도 만만치 않아요. 케이블 채널에서는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이 문제적이죠. 여성과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양산해 내고, 킹카․퀸카라는 잣대에 맞춰 사람을 재단하려고 하거든요. 문제는 이것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실제 상황이라고 믿는다는 거예요. 사람들에게 더욱 더 현실성있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한상희 팀장이 말하는 선정성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녀는 노출 빈도에 맞춰서 다 벗으면 1, 조금 걸치면 2, 이런 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노출이 없더라도 선정적인 프로그램들이 있거든요. 아무리 옷을 홀라당 벗어도 그것이 미적인 측면이라든가 맥락 속에서 필수적이라면 12세, 15세 관람가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노출이 없더라도 더 선정적인 내용의 프로그램에 12세 관람 등급이 허용된다는 게 오히려 더 문제인거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면서 노출 빈도에 맞춘 선정성의 잣대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니까요.”

한상희 팀장의 말에 따르면,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잣대의 적용은 삼가야 된다고 한다. 또 그녀는 특정 계층을 비하한다든가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률을 올리려는 일부 프로그램의 행태에 일침을 가했다. 이제 제작사에서는 선정적인 프로그램의 제작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용자 측에서도 미디어에 나타난 고정관념 및 폭력성과 선전성에 대해 비판적 감시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미래에 대처하는 미디어 워치의 자세

현재 미디어 워치에서는 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다. 미디어 교육을 받는 개별 학교들을 모아서 가을에 축제를 벌이려는 것이다. 그 동안은 개별 교육만을 해 왔는데 축제를 통해 그 동안의 성과를 함께 나누려고 한다. “그 동안 만든 결과물로 영상발표회를 열고 싶어요. 한 자리에 모여서 학교 선생님들과 간담회도 하고요. 특강도 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 교육도 한층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경실련의 소모임인 만큼 미디어 교육과 경제 교육을 접목하려는 것. “모바일 인터넷을 하다가 수천만 원의 이용료가 나와 자살한 청소년이 있잖아요. 청소년들이 생각보다 인터넷 사용에 관해서 경제적 비용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느꼈어요. 이것에 대한 교육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커리큘럼을 짜고 있어요.” 

그리고 요새는 기획사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들에 관한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이른바 ‘엔터테인먼트’의 입김이 커지면서 기획사 제작 프로그램들이 지상파 방송사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이효리의 홍보용 뮤직비디오가 지상파 방송에서 공짜로 틀어서 논란이 됐던 것이 그 예다. 간접광고의 문제도 있을 뿐 아니라, 외주제작사나 기획사의 장악력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플랫폼으로 전락할 수 있는 등의 문제가 얽혀 있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 Watchout(주의)!  Watch-dog.

마지막으로, TV를 하루에 몇 시간이나 보냐고 질문을 던졌다. “원래부터 TV 보기를 좋아했어요. 하루에 몇 시간이고 매일매일 봤는데 이제는 그렇게 못 하겠더라고요. 인터넷 다시보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직업이 되니까 보기 싫은 프로를 본다는 게 힘들어지더라고요.” 물론 보람 있었던 순간도 있다. 미디어 워치에서 제기한 간접광고 문제가 크게 부각되어 간접광고에 관한 심의 규칙이 제정되었던 것.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이뤄낸 작지 않은 성과다.
 
매체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매체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활동은 보다 많은 이들이 공유할수록 힘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의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들도 바람직한 판단 기준을 정립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민 개개인이 Watch-dog이 되는 것이다. 각종 미디어의 혜택을 즐기면서도 주의(watchout)를 놓지 않음으로써,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 방안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취재 및 정리_박유민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