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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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민간아파트 분양원가도 공개해야 하는 이유

  절대 다수의 시민들이 수년간 요구하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된 쟁점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분양원가 공개 주장의 배경과 원인을 정확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아파트 분양가는 폭등세를 보여 왔다. 1998년 평당 521만 원에 불과했던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는 2005년에는 1521만 원으로 7년간 2.9배나 폭등했다.
 
  이 기간 동안 연간 물가상승률은 4%가 넘지 않았으나 분양가는 연간 9.8~23.8%나 올랐다. 분양가가 물가상승률이나 실질소득의 증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오른 것이다. 이로 인해 높은 분양가가 기존 주택의 가격을 동반 상승시키는 등 각종 부작용이 초래됐다.
 
  그러나 정부는 분양가 폭등에 대한 개선대책을 제시하지 않았고 공기업과 건설업체는 분양가를 합리적으로 책정하려는 노력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확산됐다. 즉 분양원가 공개는 주택가격의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고 투명성과 합리성을 확보하라는 말이었다.
 
  공급자인 건설업체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주택시장의 실패와 이를 방조하는 정부정책으로 인한 소위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라는 시민들의 요구였던 것이다.
 
  경실련은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면서 첫째 공공택지의 공급가와 조성원가의 공개, 둘째 주공 등 공기업이 짓는 아파트 분양원가의 공개, 셋째 공공택지를 저렴하게 공급받은 건설업체의 분양원가 공개, 넷째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국민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강제로 땅을 수용하는 공공택지와 공기업이 짓는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먼저 공개하고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체와 공기업, 그리고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는 기업의 영업상의 비밀을 침해하는, 시장원리에 반하는 요구라며 반대했다. 공기업과 공공택지부터 먼저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공기업이 먼저 하면 결국 민간까지 확대될 것이고 공기업의 원가공개도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했다.
 
  사법부의 토지원가 공개 판결로 공기업 분양원가 논쟁에 종지부
 
  이런 논란 속에서 서울지방행정법원의 판결은 원가공개 논쟁에 대한 중요한 전기를 제공하고 있다. 파주출판문화단지 사업협동조합이 토지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토지공사가 조성원가 산출내역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업무추진상의 이익과 정보공개 때 예상되는 이득인 공기업의 행정편의주의 및 권한남용 방지를 비교할 때 관련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토지공사가 토지개발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은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에 귀속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라며 공공택지 조성의 공공적 측면을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택지 조성원가를 공개하라는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 이외에도 몇가지 점에서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먼저 “원가를 공개하지 않을 때 얻는 업무추진상의 이익에 비해 관련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이익이 크다”는 판결은 공기업의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기준을 확보한 것으로 볼수 있다.
 
  올해 서울행정법원과 수원지법이 고양풍동지구 및 인천삼산지구에서 주택공사가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 소송에서 “공기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원가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데 이어 택지조성원가를 공개하라는 이번 판결로 공기업의 분양원가 공개 논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는 판결로 해석할 수 있다.
 
  공기업의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원리에 반한다던 건설업체와 정부의 반대논리에 대해 사법부는 일관되게 공기업의 원가공개가 시장논리에 반하는 것이 아니며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결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눈여겨 보야야 할 점은 “토지공사가 토지개발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은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에 귀속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라는 판결문의 내용이다. 이는 공공택지의 조성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점 외에도 국민주거안정을 위해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여 조성된 공공택지가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하는 공공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토지공사의 택지조성원가와 주택공사의 아파트분양가를 공개하라는 사법부의 연이은 판결로 공기업 분양원가 공개 논쟁은 사실상 끝났다. 사법부의 판결을 뒷받침하는 정부의 제도개선이 따라야 할 뿐이다.
 
  민간아파트 분양가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책 마련돼야
 
  그렇다면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는 어떠하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최근 ‘공공택지내 25.7평을 초과하는 민간아파트에 대해서도 택지 구입원가와 택지비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택법을 개정했다.
 
  이로써 공공택지를 공급받아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는 25.7평 이하 아파트는 7개 주요항목에 걸쳐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25.7평 초과아파트는 택지비를 공개하게 되었다. 25.7평 초과아파트에 건축비를 추가로 공개하느냐의 쟁점이 남아 있으나 사실상 공공택지 내의 모든 아파트는 어떤 형태든 부분적으로 원가를 공개하도록 되었다.
 
  반면 민간건설업체가 택지를 조성해 짓는 아파트는 분양원가 공개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8.31대책에서도 높은 분양가로 주변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민간아파트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완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높은 분양가로 주변집값을 올리고 주변시세에 맞춘 분양가에 따라 대지비와 건축비를 허위로 신고하는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주상복합아파트가 심각하다.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한 합리적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 가운데 최우선적으로 시장원리에 맞지 않은 선분양제를 폐지하고 후분양제로 이행해야 한다. 선분양제를 유지하는 경우 민간아파트라도 분양원가 공개가 적극 검토돼야 한다. 전체적인 원가공개가 어렵다면 분양계약시 건축비와 토지비를 구분하고 건축비에 대한 세부내역을 약정하는 ‘계약자에 국한된 원가공개’와 민간건설업체의 토지매입가격과 용적률을 고려한 택지비를 공개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토지매입가격과 용적률을 계산한 택지비를 공개하는 것은 기업의 영업비밀을 해치지 않고 모든 부동산거래를 투명화해야 한다는 정책방향에도 부합되며 땅값차익을 아파트 분양가로 전가하는 관행을 척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수년째 분양원가 공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80~90%가 요구하는 정책을 정부는 시장원리에 반한다며 입법화를 미루어 왔다. 그러나 공기업 분양원가 공개에 관한 사법부의 판결은 분양원가 공개가 영업비밀이나 시장원리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논쟁의 본질은 시장원리에 부합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기존의 잘못된 제도를 유지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느냐, 주택시장을 투명화, 합리화하여 시민주거안정에 기여하느냐의 선택의 문제였던 것이다. 정부의 각성과 제대로 된 주택정책이 요구된다.


박완기/경실련 시민감시국장


* 이 글은 11월5일 ‘프레시안’에도 전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