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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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국민•국회 협조 어려워
개성공단 전면중단 철회하고 재가동 위해 북과 협의 나서야

– 박근혜 대통령 국회연설에 대한 경실련 입장 –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16일) 국회 연설을 통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더 이상 퍼주기식 지원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대부분 북한의 핵 위협과 개성공단 전면중단 등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의 불가피성에 대해 설명했다. 북핵위기 국면을 풀어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면서 국민과 국회 차원의 협조도 요청했다. 그러나 여전히 압박과 제재에 주안점을 두면서 북핵위기의 직접 당사자의 역할을 스스로 축소시키고 있다.

<경실련>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도 제시되지 않고, 개성공단 전면중단과 같이 남북관계의 운명을 가를 매우 엄중한 사안에 대해 명확한 근거와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이번 연설에 유감을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에 대한 근거를 소상히 설명하라.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작년에만 1,320억 원이 유입됐으며 이것이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강행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도 어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해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의 임금이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가 논란이 가중되자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됐다는 확증은 없다고 말을 바꾸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들은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 배경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기를 원하고 있다. 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의 ‘돈줄’을 제공했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만약 근거도 없이 핵무기, 미사일 자금 유입설을 유포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나선 것이라면 정부가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개성공단 폐쇄는 단순히 124개 입주기업의과 노동자 가족의 생계 문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운명을 결정짓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다. 박 대통령은 마땅히 그 근거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

둘째,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철회하고 재가동을 위해 북측과 협의 나서야 한다.
박 대통령은 남북경협기금의 보험을 활용해 개성공단에 투자한 금액의 90%까지 신속하게 지급하고, 대체부지, 필요한 자금과 인력확보 지원을 통해 입주기업들의 경영 정상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남북협력기금법 제8조 제4항을 근거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영 외적 사유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협보험금제도는 입주기업들의 손실을 보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제도다. 경협보험은 개성공단이 외부적인 사유로 중단될 경우 개별기업에게 손실 금액을 보장해주고 공단 운영이 재개되면 보험금을 반납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최대 70억 원 한도에서 투자금의 90%까지 보전 받을 수 있다.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한 대출 지원과 대출금 상환 유예 조치 등도 실시될 것으로 보이고, 부가세 환급금 조기 지급, 취득세 납부기한 연장 등 세제 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금에 정부 지원까지 받을 수 있어 입주기업에 큰 타격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들은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설사 보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피해를 완전히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개성공단 폐쇄로 124개 입주기업들이 하루에 입는 피해액은 16억 원에 달하고, 1개 업체가 하루에 1200만원, 한 달에 3억6000만원 수준의 피해를 입는다는 단순 계산이 가능하다. 지난 2013년 개성공단이 폐쇄됐을 때 입주 기업들은 통일부 추산 7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봤지만 경협보험을 통해 받은 지원금은 11억 원뿐이었다.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예상 피해액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경협보험은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철회하고 재가동을 위해 북측과의 협의에 나서야 한다.

셋째, 실효성 없는 압박과 제재보다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라.
북핵 문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은 ‘북풍의혹’과 같이 내부를 분열시키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결연한 의지와 단합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북핵실험에 대한 사전인지와 정보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국정원을 초법적 기구로 만드는 ‘테러방지법’의 통과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안보불안감을 조성할 뿐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글로벌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개성공단 중단이 국내 경제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할 방책도 제시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폐쇄 등 현안에 대해 정확한 실태와 대안을 먼저 알리고 제시해야만 국회와 국민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한발에 110억 원에 이르고, 축구장 4개 크기의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사드(THAAD) 배치를 통해 강력한 대북억제력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미일 3국간 협력도 강화시켜 나갈 것이고 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에 따른 반발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요구되는 중국과의 외교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치밀하고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져야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고 설득해 나가는 평화적 방법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넷째, 노동법 개정안은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할 뿐 아니라 노동환경만 열악하게 한다.
박 대통령은 노동 4법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민이 요구하는 새로운 일자리는 고용안정성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이다. 그러나 노동 4법 중 파견법 개정안이 만들게 될 일자리는 55세 이상 고령자와 뿌리산업분야에 대한 ‘파견직’이다. 더 큰 문제는 55세 이상 고령자에게 파견을 허용하더라도 고령 노동자를 원하는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고용증가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뿌리산업 분야는 유해물질을 많이 다룰 뿐만 아니라 임금도 매우 낮아 기피업종으로 손꼽힌다. 이처럼 열악한 노동환경의 뿌리산업 분야에 파견노동을 허용하게 되면 사용자의 책임 분산으로 현장의 노동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뿌리산업에 대한 기피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노동 4법이 지금까지 논의될 수 있었던 것은 노사정합의라는 사회적 합의 때문이었다.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정책추진으로 노사정합의문마저 폐기된 지금, 최소한의 정당성마저 상실한 노동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