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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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박원순, 이석연 그리고 시민단체, 시민사회

이석연과 박원순

경실련 사무총장 고계현

고계현 경실련·사무총장

 

 

경실련과 같은 공익(public interest)적, 비영리(nonprofit) 시민단체는 존재론적으로 정치단체와 구분되어야 합니다. 구분이 모호하다면 공익성의 바탕아래 권력감시와 대안제시라는 시민단체 본래 역할 또한 정파적(partisan)으로 오해되고 이로 인해 신뢰도가 떨어지는 등 시민단체 존립 근거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공익적 시민단체는 정파적 중립성이라는 원칙으로 자신들을 노사모, 박사모 등 정치 서포터즈(supporters) 단체나 정당 주변의 정치조직과는 자신들을 구분하려 합니다. 물론 공익적 시민단체 또한 정책을 형성하고 이러한 정책들을 정치영역에 관철시키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그 활동 또한 정치활동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선거에 후보자를 내고, 특정의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직접적 정치활동은 지양하는 것이 공익적 시민단체 활동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과거 혹은 최근까지 시민단체 활동을 하였던 이석연, 박원순 두 변호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여 주목받고 있습니다. 언론은 ‘시민사회 후보’, ‘시민단체 후보’로 칭하며 마치 공익적 시민단체들이 이들을 위해 직접 선거운동에 나선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활동이 조직의 활동과 쉽게 구분되지 않는 풍토가 존재하더라도 사실이 이러한지는 엄정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시민단체가 직접적으로 이들을 지지하거나 반대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다만 공익적 시민단체 범주에 들어가기 어려운 뉴라이트 등 보수적 이념운동 단체 대표들이 시장후보로 이석연 변호사를 추대한 바는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공익적 시민단체를 포괄하는 ‘시민단체 후보’라고 칭하는 것은 전혀 옳지 않습니다. 특히 ‘시민사회’ 후보는 더욱 적절치 않습니다. 개념적으로 시민사회는 국가(공공부문)와 기업과 구분되는 것으로 공익적 시민단체 외에도 다양한 직능단체, 각종 협회, 시민들의 결사조직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시민단체 경력만을 갖고 시민사회 후보라 칭하면 이는 대단히 오만한 것이며 시민사회의 다양성을 모르고 하는 무지한 주장입니다. 두 변호사 모두 시민단체 경력을 가진 무소속 후보라고 표현 하는 것이 가장 옳을 것입니다.

 

두 변호사의 서울시장 입후보에 따라 우리 시민운동을 위해 신중한 검토해야할 문제는 오히려 시민단체와 정치와의 관계설정, 시민운동가의 정치참여 적절성 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 이야기를 하기 전에 두 변호사의 경우가 이 문제와 어느 정도 상관성이 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석연 변호사는 10여년 전까지 경실련 활동경력이 있으나 이후 뉴라이트 운동 등 이념형 사회운동(사회구성원의 보편적 이익보다는 각종 사회문제를 둘러싸고 이해관계 집단이 문제해결 및 그들의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운동)을 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최근까지 법제처장으로 이미 공직에 참여한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 출신이기 보다는 ‘친이명박 정부 인사’혹은 ‘범여권 인사’ 라고 분류하는 것이 맞습니다. 즉 현재는 시민단체나 시민운동과는 관계없는 인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본인 스스로 과거 한때의 시민단체 경력을 강조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판단은 냉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원순 변호사는 서울시장 입후보 직전까지 희망제작소 등 공익적 시민운동 영역에 있었기 때문에 위 이야기와 연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계적인 정치적 중립이 싫어 서울시장에 입후보 했다’라는 박 변호사의 언급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공익적인 시민단체는 정치적 중립 즉 정파적 중립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근래 공익적 시민단체에 소속하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시민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야권통합 운동’과 같이 사실상 정파적인 정치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인사들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박 변호사의 순수한 서울시장 입후보 변이 정치적으로 해석되어 시민단체 후보 등으로 오해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실제로 언론 등도 이러한 경향으로 보도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편 자신들의 정체성이 공익적 시민단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익적 시민단체라고 자칭하는 뉴라이트 등 보수적 사회단체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였고 정부 출범이후에도 독립적 활동 보다는 정부 지원활동의 연장선에 있었던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에서 이석연 변호사를 지지하고 추대하였습니다. ‘야권통합 운동’이나 ‘정권지지 활동’, ‘특정후보지지 활동’ 등은 모두 공익적 시민운동의 정파적 중립성 유지 원칙과는 맞지 않습니다. 정치 서포터즈 단체나 정파와 연계된 정치조직만이 가능한 활동일 뿐입니다.

 

몸은 공익적 시민단체에 소속하거나 아니면 굳이 공익적 시민단체라고 자칭하면서 활동은 공익적 시민단체 원칙에 맞지 않게 하는 것은 시민들을 속이는 것이고 공익적 시민단체 미래를 약화시키는 행동일 뿐입니다. 차제에 시민단체 경력을 가진 인사들이 이번 서울시장에 출마한 것을 계기로 이들은 공익적 시민단체운동과 구분하여 미국의 ‘MOVE ON’ 이나 “Tea Party’처럼 자신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여 정파성을 띤 정치단체 운동으로 자신들을 표방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래야만 공익적 시민단체와 정파성을 띤 정치단체와 구분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음은 시민단체에 소속한 시민운동가의 정치참여 문제입니다. 시민운동가들의 정치참여는 정치권에 개혁성과 새로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부정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참여의 과정과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공익적 시민단체의 특성상 정파적 중립의 원칙을 무너트려 가면서 정치에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 시민단체 활동 중에 정관계에 직접 진출하거나 선거에 임박하면서까지 직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선거에 입후보 하는 등의 행위는 이러한 원칙을 무너트리는 방식입니다. 시민단체 활동 중에는 참여를 자제하고 활동을 중단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 참여하는 등의 방식이 있습니다. 이래야 개인의 정치활동과 시민단체 조직활동을 최소한 구분하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들은 외국 시민단체들처럼 우리 시민단체들도 자체적으로 ‘윤리행동규칙’을 제정하여 스스로 강제하는 것이 좋은 방식입니다. 언론 또한 개인의 정치활동과 시민단체 조직활동을 구분해서 보도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시민운동 내부에 이러한 원칙들이 재정리되는 시간이 된다면 이 또한 시민들에게 유익한 일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월간경실련 9,10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