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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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반복되는 실패: 정책의 실패인가, 학습의 실패인가


권해수(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 한성대 교수)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초 고위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 국적문제, 자녀문제 등으로 낙마하자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만큼 공식성과 절차의 엄격성을 충족시킬 곳은 없다”며 국회에 인사청문회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2005년 6월 인사청문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국무총리나 대법원장처럼 국회의 동의나 승인이 필요한 것이 아니며 단순히 국회의 의견을 들을 뿐이다. 그래서 인사청문회 결과의 수용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판단에 따르므로 인사청문회 자체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이 도입되었다.


참여정부 인사제도 개혁의 성과와 한계


참여정부는 인사시스템의 혁신을 통해 능력있는 인사의 적재적소 활용을 강조해왔을 뿐만 아니라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정무직 후보자 및 산하단체 임원에 대한 인사검증을 실시했고, 190여명이 인사검증에 걸려 불이익을 받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주요 사유는 병역 회피, 음주운전·뇌물수수 등의 전과가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재산형성과정에서 위장전입, 편법상속·증여 등에 의한 부동산 취득 등 탈법·편법 행위 등이다.


또한 2월 6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특정직 인사검증 과정에서는 음주운전, 기밀 누설, 위장전입, 금품수수, 소득세 탈루 등의 사유로 10여명이 배제되었다. 특히 두 차례의 음주운전 적발과 세 차례 감사처분으로 차관 승진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사례와 수년간의 소득세액 탈루로 인해 정부산하기관 이사 승진에서 배제된 사례를 밝혔다.
 
2005년 11월 정부가 제출한 <정부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은 재산형성과정의 청렴성, 준법의식,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있는 도덕적 흠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의 인사검증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번 고위공직자 인사에서 과연 그러한 기준에 따라 인사 데이터베이스가 관리되고 있고, 이를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극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즉 고위공무원 및 산하기관 임직원의 인사기준과 정무직 공무원 인사기준간에 상당한 차이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얼마전 있었던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을 보면 훨씬 느슨한 기준이 적용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에 따른 ‘이중 잣대’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중 잣대’라는 비판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무직인 장관에게 일반직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기준을 곧바로 적용할 수 있냐”고 반박하며 “장관들의 경우 계속 공직에 있지도 않았고 그 사람이 장관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가와 관련된 정치적 판단도 고려돼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매우 불충분하며 자기편 감싸기식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 인사는 미래를 여는 정치, 희망의 정치의 실마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 이것은 고위공직자일수록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됨으로써 여론 재판식의 검증과정이 제도권내에 진입하였다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과정에서 여론의 동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사청문회 결과에 대한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적으로 임명에 찬성하는 비율이 과반수를 넘는 경우는 없으며, 다만 반대에 비해 찬성비율이 높은 인물이 6명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5인 모두에 부적격판정을 내렸지만 반대의 정도가 보다 강한 3인과 여론 조사결과는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이는 여론도 대통령의 인사에 찬성하지 않는 비율이 높음을 의미하고 있다.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를 단순히 요식행위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같은 여론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의 성과와 한계


인사청문회의 도입으로 단순 여론 재판식의 검증과정이 제도권내에 진입하였다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의 효력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보다 실효성있는 제도의 도입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장관 내정자들의 사상과 가치관,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여론 형성을 통해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적절하게 견제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그러므로 장관 내정자들의 적격성여부를 넘어서서 국무위원의 직무수행능력과 도덕성에 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며, 미래세대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되는 이슈들이 여론 검증과정과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책질의를 통한 전문성 평가는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채 도덕성 중심의 논란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정책전문성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고 있어 그 평가기준이 매우 모호하고 도덕성에 분명한 하자요인이 드러나면 이를 집중적으로 캐는 경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와 같이 여당은 무조건 옹호, 야당은 무조건 반대하는 식의 인사청문회는 곤란하다.


대통령은 명확한 불법 전과가 있는 경우 임명 자체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자신에게 ‘정치적 빚’이 있다고 해서 그리고 이것이 대통령의 권한내의 행위라고 해서 임명을 강행한다면 형식적 정당성은 얻었을지 몰라도 실질적 정당성 확보는 어려워진다. 그리고 개혁 또는 혁신을 주장하는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으며, ‘정치적 줄서기’를 강요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번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고위공직자 인사에 대한 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학습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사회변화를 뒤따르지 못하는 고위공직자 인사, 제한된 인사 풀(Pool)의 활용, 제도의 미흡, 사후 후속조치의 부재, 일관성 결여, 과거지향적 인사결정구조라는 문제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제언


결론적으로 이번 인사청문회 논란은 부분적인 정책실패 및 학습의 실패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선행 학습효과를 부인하는 정책당국자의 논리는 매우 옹색할 뿐만 아니라 자기비호적이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 나타난 정책의 실패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즉 장관 인사청문회에 대한 인준표결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해당 상임위원회 국회의원들의 표결결과에 따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대통령의 고유인사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한다면 인사청문회의 도입 취지를 부인하는 것이며, 권력분립은 3부간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측면을 간과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야당인 한나라당의 경우도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고,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환골탈태하는 노력을 통해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청문회 공고와 진행까지 한달여의 기간동안 ‘한 부처 두 장관’체제가 지속돼 행정공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권력문화가 미국과 달라 한 부처 두 장관체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정자가 발표되는 경우 전임자는 그 직에서 물러나고, 차관이 대행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인사권자가 자신의 이해를 뛰어넘는 인사기준의 마련과 이의 실천이 중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해집단에 둘러싸여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정치인 및 고위공직자의 부패 관련 처벌자들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제한해야 할 것이다. (200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