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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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보건복지부의 참조가격제 시행방안에 대한 의견서

1. 보건복지부는 지난 달 11개 약효군에 대하여 약효군에 속하는 약품의 평균가격의 두 배에 해당하는 참조가격수준을 산정하고 이보다 초과하는 비용을 환자 본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참조가격제 시행방안을 마련 국회 등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이 같은 참조가격제 시행방안은 의약분업 이후 고가약 사용이 늘어 보험재정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고가약 사용의 억제를 통해 보험재정의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저가약의 사용을 늘리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2. 경실련은 약제비 비중을 줄여 보험재정의 부담을 줄이고 재정이 보다 효과적으로 쓰이도록 하여야 한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재정절감 방식이 총 약제비의 규모는 그대로 둔 채 국민부담만을 늘리는 방식이라면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참조가격제는 외국의 사례를 통하여 볼 때 시행효과가 단기간에 그치거나 미비한 사례가 많아 시행효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또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참조가격제가 제대로 시행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고가약을 선호하는 현재의 관행이 바뀌어야 하나 이런 관행은 의료현장에서의 적극적 협조없이는 쉽게 고쳐지기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 국민은 같은 약을 복용하면서도 부담만 증가하게 되는 가장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될 것이 분명합니다.


3. 이에 경실련은 보건복지부에 11개 약효군에 대하여 전면시행하는 내용의 시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였으며 시행효과에 있어 논란이 분분한 참조가격제의 시행효과를 가늠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대상약효군의 범위를 축소하여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시범사업의 결과에 대한 면밀히 평가하여 확대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하였습니다.


4. 아울러 경실련은 보험재정의 안정을 위해서 총액계약제, 약가계약제 등 보험재정의 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 통제할 수 있는 근본적 재정안정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였습니다.


<참조가격제 시안에 대한 의견서>


1.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말 「참조가격제」시행방안을 마련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도 시안을 보고하는 등 제도 시행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2. 「참조가격제」 시행방안의 골자는 동일 약효를 가진 의약품군의 평균가격을 산출하고 평균가격의 2배를 초과하는 고가의약품은 참조가격에 한하여서만 보험급여하고 나머지 초과금액은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3.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참조가격제」는 이러한 고가약의 사용에 있어 환자가 비용의식을 갖도록 함으로써 고가약의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고, 비용효과적인 저가의 제너릭 의약품의 사용을 유도하여 보험재정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시안에 의하여 11개 약효군 4,514 품목의 의약품에 대하여 참조가격을 초과하는 고가약을 처방하는 경우 초과비용을 환자가 부담하도록 했을 때 연간 약 1,286억원의 보험재정이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추계하고 있다.


4. 정부가 「참조가격제」를 시행하여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는 바람직한 결과는 고가의 의약품 사용이 합리적으로 줄고 양질의 저가약의 사용이 늘어나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환자의 부담이 증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대한 결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이다.


4-1.   우선, 고가약이 좋은 약이라는 환자, 의료소비자의 의식이 존재하고 고가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 약을 복용하는 것이며 따라서 치료효과도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심리와 사용시의 심리적 만족감이 존재한다. 정부가 제도시행의 기대효과로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약효가 우수한 참조가격수준 이하의 약으로 처방이 전환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저가약이 고가약에 비해 약효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객관적, 과학적으로 입증되도록 하여야 한다. 아울러 의료소비자와 의료인 모두가 신뢰할 수 있도록 관련자료와 시험결과 등을 모두 공개하여 저가약은 약효가 떨어지는 질낮은 약이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결국 참조가격제」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저가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한편 고가약을 주로 처방하는 의사의 처방행태의 전환까지 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 함께 있어야  제도 시행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가약과 저가약에 대한 국민과 의료계의 인식이 아직은 그렇지 못하고 정부 역시 저가약의 품질과 약효에 관한 신뢰를 구축하는데 그동안 소극적이어서 참조가격제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고가약 선호는 계속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국민의 비용부담만 가중되고 제도의 본래 취지는 살리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4-2.  「참조가격제」는 고가약 사용에 있어 의료소비자의 비용의식을 유발시키고자 하는 것이므로 품질과 약효가 좋은 고가약을 못쓰게 하는 대신 싸고 약효가 떨어지는 싸구려 약품의 사용을 정부가 강요한다는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환자가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정책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의료계가 진료권의 침해를 내세워 적극적 정부정책비판에 나서고 본인부담 증가 등으로 인한 의료소비자의 불만과 민원을 정부정책의 잘못으로 유도할 때 국민적 불만과 건강보험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참조가격제」가 실효적으로 작동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는 의사가 보험급여범위 내에 있는 의약품간의 약효와 가격차이, 본인부담의 차이에 대하여 의료소비자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의료소비자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느냐의 여부이다. 최근 개최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이 「참조가격제」시행방안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은 결국 제도시행으로 인해 국민의 부담만 늘어나고 불만이 누적될 것이라는 우려를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대책 역시 안이한 상황이다. 정부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협조와 이해를 구하고 지적되는 문제를 보완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의약품의 선택이 이루어지는 의사와 의료소비자의 관계에서 제도의 취지가 살려지지 못한다면 「참조가격제」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을 것이다.


「참조가격제」가 고가약의 사용을 억제하여 불필요한 재정의 낭비를 줄이고 보험재정의 안정화와 보험급여의 내실화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의료소비자, 의료인 모두가 고가약 사용의 문제점을 공동으로 인식하고 협력하는 체제가 구축되어야 하지만 지금의 의료현실은 전혀 반대의 상황에 있기 때문에 「참조가격제」가 기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인지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5. 경실련은 정부가 발표한 「참조가격제」 시행방안에 있어서 제도시행의 범위와 성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5-1.   경실련은 정부가 발표한 시안대로 11개 약효군에 대하여 「참조가격제」의 전면시행에 들어가는 것에 반대한다. 앞서 밝힌대로 「참조가격제」시행으로 인한 실익은  크지 않으면서 국민부담만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5-2.   우리나라보다 선행하여 제도시행의 경험이 있는 나라마다 제도성과에 대한 평가가 다르고 재정절감의 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 부정적 입장이 분분한 상황에서 고착적 형태의 전면실시방안은 철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참조가격제」가 한국적 토양에서 긍정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먼저 시행하고 그 결과를 면밀히 평가한 후 확대여부를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시적 시한을 가지는 시범사업을 운영하는 경우 시범사업 기간동안에는 양질의 저가약이 생산되도록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하고 약효의 객관성과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참조가격제」시범사업의 취지를 비롯해 추가적인 비용부담, 환자 선택권의 범위에 대하여 의료소비자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5-3.  「참조가격제」시범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11개 약효군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 시안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여 시행하되, 참조가격군은 동질성이 높은 성분별로 설정하여 행정적 부담과 의료소비자, 의사, 약사의 이해를 보다 쉽게 구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참조가격군을 너무 광범위하게 설정하는 경우 대체가능성이 오히려 크게 제한되어 약제비 절감의 효과의 크기를 줄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