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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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복지는 축소하고 ‘돈벌이’에 나선 민망한 복지부

어제(25일)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는 2008년도 업무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를 가졌다. 복지부는 보고를 통해 ‘『일자리, 기회, 배려』로 능동적 복지 실현’을 주제로 하여 1)평생복지 안전망 확충, 2)경제성장과 함께하는 보건,복지 3)미래에 대비하는 가족정책 4)국민의 건강과 안전보장 등을 4대 목표로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이 복지부가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2008년도 업무계획은 최근 문제가 불거진 식품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을 제외하면, 대부분 참여정부 시절부터 많은 논란 가운데 추진되고 있던 정책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으며 일부는 예정되었던 과제내용 보다 축소된 것이다.

또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고 ‘실용’을 표방하는 대통령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무모한 돈벌이에 나서겠다고 하는가 하면, 꼭 포함시켜야 할 공적연금개혁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문제와 같은 건강보험제도와 관련된 핵심정책의 방향과 입장들은 아예 빠져있는 등 보건복지 주무부처의 보고라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소위 ‘능동적 복지’ 실천계획에서 평생복지안정망확충의 주요 내용으로 국민연금개혁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제시했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마 ‘국민연금 개혁 추진’이라는 업무보고 내용에는 기금운용 수익률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국민의 노후 생활 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오히려 기금운용 수익률을 개선해서 국가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식으로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

즉, 수익률 개선이란 이름하에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목적을 해칠 수 있는 젯밥에만 관심을 두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어 국민연금에 대한 주무부처의 인식수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동안 보험료 인상이라는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어 온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 역시 아무것도 제시되지 않아 취약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재정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없다. 낭비적인 의료체계를 개선하고 정부의 재정적 책임을 확대함은 물론 지불제도의 개선과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등의 방안은 이미 나와 있다. 문제는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갈 계획과 의지인 것이다.

더욱이 기획재정부가 국민건강과 공보험을 위협하는 영리의료법인 도입과  ‘공․사 보험 정보 공유’ 계획 등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가족부의 입장이 없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1. 서민생활 안정대책

복지부는 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자를 지원하기 위하여 세부적인 심사기준을 만들고 생활이 어려워 3회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한 사람들의 체납액을 감면해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건강보험은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로 사회적 약자를 사회전체가 보호하는 공보험이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법이 규정하고 있는 보험료 미납으로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제한하는 제도는 사회보험취지와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제도이다.

경실련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의하면 2006년 건강보험료 연체로 인해 보험혜택을 못 받은 건수가 무려 136만 세대, 2007년 8월 기준 209만 세대에 이르고 있다. 지역가입자 4세대 가운데 1세대 이상이 해당되는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연체가 발생하는 것은 건강보험료의 연체가 과도하게 비싼 것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그동안 건강보험은 납부기한이 경과한 날부터 체납된 보험료의 5%에 해당하는 과도한 연체료를 부과하고, 매 3월이 경과한 날부터 체납된 보험료의 5%씩 최대 15%까지 징수하여, 전기요금과 비교하여 최대 100배의 과도한 연체료를 부과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최근에 연체이율을 3%로 낮추는 법 개정안이 통과된 상황이나 여전히 과도한 연체료를 낮추고 타 요금과 같이 일할요금으로 연체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여 체납자 양산을 막고, 급여제한을 폐지하는 것이 사회보험취지에도 부합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노인복지 패러다임 전환

노인복지정책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기초노령연금의 본격적인 실시와 노인장기요양보험 실시이다.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재원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과 정부가 인수위 시절 국정과제로 제시한 국민연금과의 통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어떠한 대안도, 진일보한 입장도 내놓지 못한 채 여전히 논란과 우려만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과 관련해서도 재정문제가 가장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초기 소요비용은 대상자와 서비스규모가 크지 않아 큰 어려움이 없을 수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대상자수와 서비스 규모에 따른 지출 증가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부족한 시설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들에게 알려고 협조를 구하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3.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편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관합동 희망복지 129센터 설치와 민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유사, 중복기관의 기능을 조정하여 비용절감 및 서비스 전문화를 꾀하기 위한 사회복지전달체계 개편은 지난 정부의 오랜 고민이면서 동시에 과제였다.

그러나 이번 보건복지가족부의 업무보고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단지 명칭만을 변경한 것에 불과하여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전달체계 개편에서 드러나는 문제의 핵심은 이전의 경험이 반영되지 못하는 단절과 민관간, 공공간의 갈등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주민생활지원서비스전달체계 역시 기존의 지역사회복지협의체와 조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행정안전부와 복지부, 행정직공무원과 복지직공무원, 공무원과 NGO종사자 간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복지부의 업무보고에는 이러한 단절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어떤 방법도 제시되고 있지 않고 있다.


4. 수요자 중심 보육정책 개편

복지부가 수요자 중심의 보육정책의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전자바우처 방식 도입으로 체감도 제고 및 효율성 강화이다. 그러나 민간보육시설에 거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보육시장에서 바우처제도는 투여하는 지원만큼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민간과 경쟁할 만큼 공공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민간의 보육료는 지속적으로 인상될 수밖에 없고 그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국공립시설 확충계획을 밝히고, 보육료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5. 의료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정부가 의료산업화 정책으로 언급할 때 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하는 것과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복지부 업무보고에는 관련 내용이 빠져있다. 이처럼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국민경제와 건강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더군다나 주무부처가 아닌 기획재정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서 영리의료법인도입과 민간의료보험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까지 밝힌 상황에서 이에 대한 입장발표를 더 이상 미루어선 안 될 것이다.



6. 국민연금 개혁추진

국민연금개혁: 복지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통합 및 기초연금 도입 등은 하나도 언급하지 않은 채 국민연금 기금운용 체계 개편과 운용 방안에 대해서만 밝히고 있다.

복지부는 CEO대통령의 선호에 맞춰 국민의 돈으로 형성된 220조원이 넘는 거대기금을 운용하여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하는 것이다. 

복지부가 밝힌 수익률 1%pt는 거대한 기금을 전체 기간에 걸쳐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상 너무도 어려운 과제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를 위해 복지부는 주식과 채권 외에, 파생상품의 투기목적 거래, 헤지펀드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부동산투기 등 대체투자 영역 등이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투기와 모험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기금운용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공성과 안전성, 그리고 수익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에만 집착하여 공공성과 안정성을 무시한 채 수익성 추구에 나서고자 하는 복지부의 태도는 실로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이러한 정부의 무리한 간섭을 막고자 기금운용위원회가 독립성을 갖고 민간독립기구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앞에서는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편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뒤에선 이미 투자처를 정해놓고 있어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성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7. 기초생활보장급여체계 개편

복지부는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전환하여 맞춤형 개별급여 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는 생계, 주거, 의료, 교육급여 등을 각각 분리하여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개별급여는 총량으로 보면 기초생활보장급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생계급여는 근로유인을 저해하지 않도록 최후의 지원제도로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생계급여지원을 받기가 더 까다로워졌다. 이와 같은 개별급여전환 정책은 빈곤이 야기하는 복합적 문제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효율성만으로 정책을 재단하는 것으로 복지보단 기업의 방식에 가깝다.

빈곤 문제에 있어 가장 전문성을 가지고 정책을 설계해야할 복지부가 비수급 빈곤층 141만명, 잠재적 빈곤층 179만명이나 있는 나라에서 수급 빈곤층의 복지병을 걱정하는 정책을 내놓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8. 산모산전진찰 보험급여 확대

산모산전진찰 보험급여 역시 전혀 새로울 게 없으며, 오히려 기존의 복지부 계획보다 축소되어 있다. 이는 이미 2007년 4/4분기까지 1,300억원을 투입하여 산모의 필수적인 산전 진찰 항목을 패키지화하여 건강보험에 적용시키고 본인부담을 면제시킬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업무보고를 통해 본인부담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기존 계획되었던 보장성 강화계획을 오히려 축소시킨 것이 대해 복지부는 분명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출합리화 방안으로 식대본인부담 인상, 6세 미만아동 입원 본인부담 부과, 장제비 지원 폐지 등을 통해 2,454억원을 예산을 마련하여 보장성 강화에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보장성 강화 계획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업무보고 내용에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패러다임이 축소되어 있다.

저출산고령사회는 불가피하게 급속도로 다가오는 미래사회의 실상이다. 그동안 저출산고령사회는 사회전체 틀의 변화를 요구하는 다양하고 통합적인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데 상당한 정도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시각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을 단순한 복지정책, 더 좁게는 노인복지와 아동복지 정책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이는 정부 전체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 축소와 복지부 내의 타 조직과 비교한 정책부서(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의 위상 축소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발표한 복지부 정책에서도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정책을 사회전체의 변화와 대응이라는 시각에서 사회정책을 통괄 조정하는 부처로서의 시각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고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이처럼 복지부의 청와대 업무보고 내용은 보편적 복지는 고사하고, 잔여적 복지마저 축소시킨 채 경제부처 흉내를 내는, 실망스럽다 못해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보고에 다름 아니다.


이에 경실련은 복지부가 복지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무부처로 제 역할의 자리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며, 아울러 국민적 관심사이자 복지부가 주관해야할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제도 개혁의 구체적인 방향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논란 등 중요 사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관련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문의 : 사회정책팀 02-3674-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