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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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부동산 불로소득을 부추기는 사회, ‘토본주의(土本主義)’








최근 정부와 정치권은 부동산 해법 찾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치권은  대선정국으로 시끄럽고 열린우리당은 당의 존립의 기로에 서 있지만 정부, 여당, 야당은 올 2월 임시국회에 집값안정을 위한 주택공급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정부는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되, 반드시 정부에 되팔도록 하는 ‘환매조건 대지임대부 분양제’를 올해 시범 도입하기 위해 공청회 등을 거쳐 2월 임시국회에서 ‘공공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법(가칭)’과 ‘주택법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고, 한나라당도 충남 연기ㆍ공주 행정도시 건설 이후 비워질 과천 정부종합청사 터 등 수도권 국공유지 1500만여 평을 반값 아파트 건설 용지로 활용하는 ‘대지임대부 분양제’를 도입하기 위해 2월 임시국회에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경실련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택공급방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검토해 보고 2월 임시국회의 과정을 전망해보는 시리즈를 향후 다섯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 註>

 

[글 싣는 순서]

1. 부동산 불로소득을 부추기는 사회, ‘토본주의’
2. 부동산 광풍의 주역, 보이지 않는 손 ‘개발오적’
3. 대지임대부 vs. 환매조건부 분양제도 입법화
4. 아파트분양원가공개 입법화 및 분양가상한제
5. 경실련의 ‘공공주택특별법안’-입법청원운동을 시작하며


윤순철 시민감시국장


지난해 ‘미친 집값’이라 했던 아파트가격이 안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부동산 광풍, 버블세븐, 세금폭탄, 분양원가공개와 같은 부동산 관련 용어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갈갈이 할퀴어 놓았던 기억은 다시 떠올리기 싫은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최근 언론들은 1월 11일 발표된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의 경착륙을 걱정하고 지방에서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건설경기 침체, 공급위축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개발주의 습성에 익숙한 언론들이 건설업계를 위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기업활력 진작을 위한 10대 규제 정책과제’에 분양원가 공개 ․ 분양가 상한제 등 주택시장에서 신규 가격규제 도입의 철회(41.4%)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권오규 부총리는 부동산 경기 경착륙 가능성이 없다고 하면서, 공공부문 강화방안으로 공공주택 공급 확대, 부동산 펀드조성과 같은 대책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고, 상반기에 분당급 신도시계획을 발표한다고 합니다.


참여정부가 부동산으로 시작해서 부동산으로 끝날 정도로 수많은 대책을 발표했지만 ‘단군 이래 최대의 폭등세’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던,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 하려는지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에 전문가들은, 정책의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여 시장에 왜곡된 신호를 보냈다거나, 대통령과 고위정책 당국자들이 집값안정과 투기 근절에 대한 과도한 발언으로 국민들의 기대심리를 높였지만 반대로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거나,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온 참여정부가 재집권에 실패하고 야당이 집권하면 각종 규제가 완화되리라는 기대감 등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진단합니다.


위와 같은 분석은 나름대로 근거에 기인하고 있지만, 정말 부동산 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이 단지 이러한 문제들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가령 개혁세력이 재집권한다면 부동산 가격 폭등은 멈추는가? 서민들은 주거불안에서 벗어나 다시 희망을 꿈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근본은 어디에 있을까요?


자본주의에서 토본주의(土本主義)로 진화?


흔히 자본주의는 이윤을 얻기 위하여 재화가 생산되는 ‘상품생산’ 경제라고 합니다. 노동을 투입하여 상품을 생산하고 이 상품들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가격으로 화폐를 통해 교환되어 이윤이 축적되는 경제 질서, 즉 자본주의 경제원리입니다.


정부가 집값 안정 대책을 발표하면 오히려 집값이 상승하여 청개구리 대책이 되고, 10년을 주기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일어난다는 10년 주기설도 무너지고, 중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상승하던 집값이 이제는 수도권을 비롯하여 지방도시까지 주택유형을 가리지 않고 폭등했던 것이 참여정부 들어 달라진 부동산 가격 폭등의 특징입니다.


참여정부 들어 나타났던 부동산 가격이 폭등의 특징으로 본다면, 우리사회는 자본주의 경제질서가 존재하는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필자는 몇 가지 자료를 토대로 최근 10여 년간 우리사회가 자본주의 경제질서, 노동과 생산을 통한 자본축적이 아닌 단지 부동산을 소유함으로써 얻어지는 불로소득을 통한 원시적 자본축적이 과도하게 팽창하고 있다는 점에서 토본주의(土本主義)로 진화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2005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700여 도시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가계의 자산보유 현황’에 따르면, 가계 자산의 89.8%가 주택 등 비금융 자산이며, 금융자산은 10.2%에 불과했고, 한 민간연구소가 2006년 5월 전국 7대 도시 4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가계금융 이용 실태’에서도 가계자산 중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이 8:2(78%: 22%)로 나타났습니다.


선진국이라는 미국(2005년)과 일본(2004년)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각각 39%, 42%에 불과한 것과 비교한다면 우리나라의 부의 축적기반은 자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이 투입되지 않는 불로소득인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축적(증가)시키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부동산에 자산을 편중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년 12월 한국금융연구원은 “9월말 기준으로 은행권 총 기업대출의 24%(2001년 13%), 비은행권 총 기업대출의 25%(2001년 8%)가 부동산에 집중되어, 5년만에 각각 2~3배나 폭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은 전(全)산업의 매출액 기준 경상이익률이 7%에 불과한 것에 비해 부동산은 엄청난 고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기술개발과 생산에 투자되어야할 산업자금들이 부동산 투자금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와 같은 조사는 최근 공장부지가 대부분 주택용지로 전환되어 대단위 아파트가 조성되는 사례들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에서 입증할 수 있습니다. 공장 돌리는 것 보다 땅을 팔거나 아파트 지어 분양하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업뿐만아니라 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2006년 11월 현재 은행들이 대출한 가계대출 340조원 중 주택담보대출이 63%(214조)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정부가 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 모기지론  등 통해 무주택 가구들이나, 유주택자들에게도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를 분양받으라고 독촉한 결과입니다. 물론 실수요자들도 많이 있겠습니다만 일반가구들도 부동산 구입을 위한 자금 마련에  빚을 내고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조사에서는, 소득이 ‘하위 50%’에 속하는 가구의 근로소득이 전체 근로소득 중 26.3%를 차지하지만 부동산 소득은 8.5%였고, ‘상위 10%’의 근로소득은 전체의 26.5%였으나 부동산소득은 전체의 52.4%, 금융소득은 48.3%를 가져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부동산을 소유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간의 자산의 양극화가 부동산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소위 자본을 재투자하여 자본을 증식하는  낯익은 자본주의 법칙의 실종되었다는 것입니다. 기업은 물론 일반가구들도 온통 부동산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에 매달리는, 즉 생산소득이 아니라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경제현상입니다. 운 좋게 당첨된 아파트 한 채, 땅 한 평이 팔자 고치는 세태, 열심히 일한 사람이 바보가 되고, 희망을 갖지 못하는 삶으로 만들어 버린, 이 불로소득 경제입니다.


이런 부동산 투기의 경제는 우리사회가 자본주의가 아니라 토본주의라고 주장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200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