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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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부자지역에 특혜 몰아주는 행정체제개편 특별법안

17대 국회에 이어 18대 국회에 걸쳐 두 차례나 임기를 연장해가며 활동했던 국회의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위원회가 활동을 마감했다. 국회 내부의 진통이 많았으며, 아직도 의원들간에 이견이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국회 특위는 오늘 전체회의를 통해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안을 통과시켜버렸다. 그동안 특위는 해외시찰과 각종 공청회 개최 등을 위해 많은 세금을 쓰면서 국회 내부의 이견들을 해결하지 못하였으며,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미검증된 각종 개편안을 제시하여 왔다. 이에 학계나 시민사회, 지방정치계는 주민들을 엄청난 갈등과 혼란으로 빠뜨린 개편안에 대해서 비판해 왔다. 국회 특위는 일부 내무관료 출신 국회의원들의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의 개편방안을 밀어붙이려고 시도하였으나 학계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왔다.

국회 특위를 통과한 이번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안은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먼저 통합지역에 교부세, 국고보조금 등 각종 특혜를 부여하고 통합으로 인한 공무원 감축 등 각종 불이익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면적이 넓고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에서는 통합을 하면 관리비용이 대폭적으로 증가될 것이므로 통합에 관심을 갖는 지역은 부자지역인 대도시 지역일 것이다. 이 법률안은 한마디로 전국에서 가장 부자동네에 속하는 창원과 마산지역에 교부세와 보조금을 몰아주자는 법률안이다. 교부세는 그 본질이 지방재정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보완해주는 제도이다. 특별법은 가난한 지역으로 가야할 돈을 잘라내어 부자동네인 창원과 마산 등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일종의 “부자동네 특혜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교부세의 본질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가난한 지역의 희생으로 부자지역에 특혜를 베푸는 결과로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게 된다.

또 법률안의 내용도 대부분 시·군 통합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도록 하여 사실상 통합을 강제하거나 대도시 특례 등 다른 법률에서 규정하여야 할 내용을 구색을 갖추기 위해 넣어 놓은 것으로 부실하고 부적절하다. 그리고 시군을 통합하게 되면 각각 수십년, 수백년간 독자적으로 형성된 이질적인 생활공간을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묶기 위한 도로건설, 도시기반공사 등 대대적인 토목공사가 벌어질 것이고 지방정부는 빚더미를 안게 될 것이다. 또한 이를 빙자하여 그린벨트를 훼손하게 되고 대규모공사로 환경훼손이 적지 않을 것이다.

법률안의 또 다른 문제점은 지방자치단체의 통합기준, 통합방안 등 본질적인 내용을 대통령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에 백지위임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 특별위원회가 2005년에서 2006년, 2008년에서 2010년까지 무려 4년간이나 논의하여도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런 문제를 행정부의 대통령소속기관에게 백지위임한다는 것은 국회의 직무를 다하지 못하는 처사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도 특위를 구성하여 대안 마련을 노력하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것을 순진하게 행정부로 넘기는 것은 국회의 책임회피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이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전가에 불과하다. 일방적으로 중앙정부 소속 위원들과 중앙정부와 관련된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지방정부 및 지방의 의견이 무시될 수밖에 없는 대통령소속 추진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에 대하여 결정한다는 것은 매우 비민주적인 처사이다. 그렇게 한들 결국 이 법률안은 국회에서 다시 법률로 확정할 수밖에 없어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야하는데 왜 이런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점을 강하게 제기하고자 한다.

법률안에 논란이 되었던 구의회의 폐지도 위헌의 소지의 문제가 있다. 자치구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문제로서 지방자치단체는 의회를 둔다는 헌법 제118조 제1항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일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 검증되지도 않은 안이다. 자치구의 법적지위를 헌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치구의 법적 지위를 먼저 정하고 다음에 구의회의 존폐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국회는 헌법을 무시하고 이러한 양식 없는 결정을 하였던 것이다. 이런 정도의 결정이니 법률안에 내용이 알맹이가 없다. 지방을 위한 내용은 하나도 없으며 중앙집권을 강화하자는 의도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구청장은 임명하더라도 주민대표기관인 구의회는 주민직선으로 구성하고 있다. 더구나 구의회폐지는 내용상 지방자치법을 개정해야할 사안으로 한시법인 특별법에 규정할 사안이 아니다. 이처럼 구의회 폐지도 충분한 논의없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마지막으로 특위는 4년간이나 지방행정체제개편방안을 두고 논의했지만 어떠한 합의점이나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학계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해에 중앙정부가 각종 특혜를 약속하며 전국으로 강행되었던 시·군 자율통합은 창원지역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패로 끝나고 주민들간 갈등만을 증폭시켰음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 추진하려던 도폐지는 여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아 정치권 스스로 철회하였고, 막대한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강행했던 시·군 통합도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에 쫒기 듯이 졸속으로, 책임회피식의 법안 통과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혜안이 아니다. 이런 졸속 법안을 제안했던 관련 정치권과 정부는 솔직히 문제를 직시하고, 대안마련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를 하는 것이 책임있는 정치인의 행보이다.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은 이제 법사위 심사와 본회의의 처리를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경실련은 알맹이 없는 졸속적인 이번 법안의 논의를 지금이라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