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토지/주택] 분양원가 공개 떠들던 MB는 어디갔나

  
  
▲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분양원가 공개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그나마 있던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를 되돌리려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제주 토지주택공사의 견본주택에서 한 청약예정자가 임대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 선대식  임대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거부는 곧 사기 분양하겠다는 것 아니냐.”

 

 6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최아무개(41)씨의 목소리에서 울분이 느껴졌다. 그는 오는 8월 서울 상암동 상암2단지 아파트(109㎡·33평)에 입주한다. 분양가는 4억3천만 원. 2억5천만 원 이상 대출받아야 하는 최씨는 월 160만 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원주민인 최씨는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지적했다. SH공사가 밝힌 상암2단지의 택지비와 건설비는 각각 3.3㎡당 820만 원, 460만 원이다. 최씨는 “원주민의 땅을 값싸게 수용했는데도 택지비가 너무 비싸다”며 “또한 강남 고급 아파트 건설비가 380만 원인데, 이곳 아파트 건설비가 어떻게 460만 원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씨는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해 SH공사의 폭리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실제 3.3㎡당 1210만 원에 분양된 상암7단지 아파트(132㎡·40평)의 분양원가가 736만 원인 것으로 드러나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그는 “분양원가 공개하겠다고 떠들었던 사람들은 어디 갔느냐”고 말했다.

 

 상암7단지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한 이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었다. 그와 한나라당은 이후 각종 선거에서 서민을 위한다며 공공부문의 분양원가 공개 공약을 내걸어 많은 표를 얻었다. 하지만 집권 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분양원가 공개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그나마 있던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를 되돌리려 하고 있다.  

 

참여정부, 분양원가 공개 반대로 치명타… 한나라당은 적극 찬성으로

 


  
▲ 지난 2006년 11월 25일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열린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 1차 시민대회’에서 한 참석자가 ‘분양원가 공개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분양원가 공개는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 1순위로 꼽힌다. 그동안 투기수요를 기반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아파트 분양가의 원가가 공개될 경우, 주택건설사의 폭리 구조가 드러나 아파트 분양가에 낀 거품을 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효과 때문이다. 특히, 서민주택을 짓는 공공부문의 분양원가 공개가 우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컸다.

 

 2004년 아파트 분양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분양원가 공개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공기업도 장사”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계급장 떼고 논의하자”고 했지만 거부당했고, 이후 정부·여당은 각종 선거에서 대패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공공부문 분양원가 공개를 적극 지지했다. 2004년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었고, 2005년 7월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도 택지조성원가와 공공주택 건설원가를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집값정책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집권에 성공했다.

 

 한나라당에서 분양원가 공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 서울 상암5·6·7단지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해, SH공사가 분양원가 대비 39% 폭리를 취한 사실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공공기관은 비밀을 지킬 필요가 없다, 분양원가 공개로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는 데 영향을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2007년 대선에서도 이 대통령은 분양원가 공개를 찬성했다. 그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의 부동산 정책 질의에 “분양원가 전면 공개는 주택가격과 서민주거의 안정을 도모하자는 것”이라며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의 분양원가는 공개되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들끓는 분양원가 공개 여론에 2006년 9월 노무현 대통령까지 분양원가 공개 거부 입장을 철회하자, 2007년 8월 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전국 88개 단지의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분양원가가 전면적으로 공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약속 뒤엎은 MB정부, 민간택지 분양원가 공개제도도 폐지 방침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분양원가 공개 약속은 뒤집어졌다. 2007년 11월 박세흠 당시 대한주택공사 사장은 “분양원가 공개 작업이 거의 마무리 됐다, 12월 중 공개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된 2008년 3월 대한주택공사는 원가공개 전면 유보 방침을 밝혔다.

 

 대한주택공사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난 고양 풍동지구와 화성 봉담지구 등 2곳에 대해서만 원가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마저도 풍동지구는 7개, 봉담지구는 4개 항목만 부분적으로 공개했다.

 

 이는 SH공사가 2007년 4월 서울 장지·발산지구의 분양원가(60개 항목)와 공공택지조성원가(10개 항목과 그 세부내역)를 상세하게 밝혀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은 것과 대비되면서, 대한주택공사에 반서민적인 결정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법정에서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여러 차례 내려졌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금까지 분양원가 공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더욱이 대선 공약 이행차원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질책해야할 이명박 정부 역시 분양원가 공개를 외면했다.

 

 그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는 민간택지에 조성되는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시하도록 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오래다. 친서민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라는 서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것도 모자라,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단장은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스스로 약속했고, 주권자 대다수가 여기에 동의했고 사법부조차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원가 공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면서도 서민을 울리는 집장사·땅장사를 해왔다”며 “주거안정과 주거복지를 위한 공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분양원가 공개와 부당이득금 반환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MB정부 내에서 검토는커녕 외면당한 ‘서민과의 약속’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이명박 정부 내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검토하거나 다루는 곳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홍보팀 관계자는 “분양원가 공개를 책임지는 담당자는 없다, 분양원가 공개 계획은 딱히 없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분양원가 공개를 따로 챙기지 않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발을 뺐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분양원가 대신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지 않았느냐, 분양가 상한제에서 분양가 억제 억제되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정부는 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방침을 세우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집값 폭등기와 달리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건설사가 폭리를 취했을 가능성은 낮지 않느냐”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