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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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비전 2030’ 뒷감당은 누가 하나

이종수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대표(한성대 교수)


정부는 5일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전략’을 발표했다. 2010년에 도래할 인력수급 역전 시기에 대비해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고 정년을 연장하여 2년 먼저 사회에 진출하고 5년 늦게 퇴직하는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미래지향적 인적자원 활용방안이라 하겠다.


전력 공백의 우려가 없는 군 복무기간 단축은 국민 모두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욱이 급격한 전투력 약화가 초래되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합리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년의무제’ 등을 도입해 취업기간을 늘려주겠다는 정부정책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정책의 실효성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수립되기 위해서는 정책이 토대로 삼아야 할 가정과 전망을 뜻하는 기획전제가 제대로 설정돼야 한다. 2010년에 과연 인력수급이 역전되는 것인지, 우리나라의 재정상태로 4만명의 유급지원병을 확보하고 14만3000명에 달하는 전·의경과 경비교도대원, 의무소방원의 일정 비율을 정식공무원으로 대체할 여력이 있는지, 그리고 민간기업에 정년의무제를 강제한다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가면서 정책을 입안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 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까지 3649만명으로 계속 늘다가 2020년에 이르러 3584만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2010년까지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인지, 일자리가 얼마나 더 늘어나 노동력 부족이 초래된다는 것인지 기본적인 기획전제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은 또한 현실성과 실현가능성을 지녀야 한다. 현실성 없는 정책은 ‘추구해야 할 미래상’으로서의 비전이라기보다 환상(幻想)을 제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심각한 청년실업으로 졸업시기까지 일부러 늦추는 대학생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38세에 회사에서 쫓겨나고 45세가 정년이라는 38선, 45정으로 희화화되고 있는 고용현실에서 취업시기를 25세에서 23세로 낮추고, 정년연장을 통해 5년 더 근무토록 하겠다는 정부의 청사진은 미래의 일이라 하더라도 현실감이 떨어진다.


정부의 여러 정책은 또한 서로 모순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정합성(整合性)을 지녀야 한다. 개별정책 자체로는 부분 합리성을 지니나 다른 정책과 모순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아무런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정책도 적지 않다. 정부는 브리핑 자료에서 이 정책이 실현되면 병역 분야에서 사회복무제도 도입에 따른 재정 절감효과는 2014년에 1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런데 병역의무 이행을 위한 사회복무제도는 결국 참여정부가 일자리 창출에서 그렇게 강조해온 ‘사회적 일자리’를 빼앗게 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엄청난 실업자를 발생시키는 모순을 초래하게 되는 셈이다.


참여정부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비전을 제시한 것은 미래 대비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나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지 않고 국민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장기적 시관(視觀)에서 정책내용을 좀 더 현실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군 복무 단축 문제는 거시적으로 군의 과학화·현대화와 같은 군 구조 개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군 복무 단축의 보완수단으로 차제에 일부 전문 병과부터 모병제로 바꾸어 나가는 문제도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임시적이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수단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세계일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