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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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빼앗긴 스마트폰 이용자의 권리_장진영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장(변호사)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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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장 / 변호사


올해 8월 현재 한국의 스마트폰 이용자가 3,600만명을 넘었다. 2010년 10월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440만명을 넘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불과 3년 만에 8배 넘게 증가했으니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다. 그만큼 우리 생활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변화되어 게임, 검색을 넘어 업무도, 사람간의 소통마저도 스마트폰이 없었을 땐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대개의 빠른 변화가 그렇듯 스마트폰 역시 문화나 의식이 물질을 좇아가지 못하는 지체현상이 보인다. 


보조금 때문에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하지만 스마트폰은 대당 100만원이나 하는 초고가(超高價) 물건이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쓰는 일상용품 중에 자동차 말고 100만원이 넘는 물건이 몇 개나 있는지. 너도나도 비싼 돈을 들여 스마트폰을 칭칭 둘러 갑옷을 입히는 것도 피처폰보다 훨씬 비싼 가격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더 중요한 스마트폰 내부에 대해서는 별로 정보가 없었는데 최근 스마트폰 구입시에 이미 탑재되어 나오는 어플리케이션들에게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를 ‘선탑재 어플’이라고 하는데 이 어플들은 시스템운용프로그램을 개발한 구글 애플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가 저마다 필요에 의해 설치한 것들이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가 국내 스마트폰의 95%를 점유한 구글 안드로이드폰 중에서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을 각 통신사별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SK텔레콤에 판매한 갤럭시노트3가 가장 많은 83개의 어플이 탑재된 채로 판매되었고, LG 유플러스가 판매한 G2가 가장 적었지만 여기에도 61개의 어플이 미리 설치되어 있었다.


어플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의 기본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어플 뿐 아니라 인터넷쇼핑몰 바로가기, 음악다운로드 사이트 바로가기와 같이 사업자의 장삿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어플들이 포함되어 있다. SKT의 11번가, 멜론, KT의 지니뮤직, 구글의 유튜브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선탑재 어플들의 문제는 우선 이 어플들이 스마트폰의 저장용량을 상당부분 차지할 뿐 아니라 속도까지 저하시킨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선탑재 어플들을 삭제하지 못하게 해 놓은 데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상가건물을 샀다고 해보자. 그 건물 귀퉁이 구석자리에 건설회사의 계열사의 커피판매대가 조그맣게 설치되어 있거나 아니면 그 계열사인 카페의 광고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제거할 수 없는 상태로 되어 있다면 그 건물을 구입한 사람이 용납할 수 있겠는가.


스마트폰 저장장치나 소프트웨어는 모두 사용자의 재산이다. 그런데 통신사나 제조사가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삭제도 불가능한 어플을 깔아놓은 것은 소유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다. 


또 상업적 목적의 선탑재 어플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점도 문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인터넷쇼핑이나 음악다운로드를 할 때에는 통신사가 제공한 어플이 아니라 다른 어플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고 또 그럴 권리가 있다. 통신사나 제조사는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이용하지도 않는 어플을 계속 깔아두도록 강제할 하등의 권리가 없는데도 자신의 유리한 지위를 이용하여, 그것도 소비자의 재산을 이용해서 자신의 사업기회를 확장하는 것은 심히 염치없는 행위이다.


선탑재 어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일부 발 빠른 회사는 선탑재어플의 개수를 제한한다거나 삭제 가능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세웠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조사, 통신사들은 정부에서 지침을 정해주면 그에 따르겠다는 말만 할 뿐이다. 소비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선택권을 제한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뻔뻔스러운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소관 부처 역시 소비자의 권리를 위해 선탑재 어플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이 기사는 2013년 12월 4일 한국일보에 게재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