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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정보통신] 사이버모욕죄 입법시도에 반대하며,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2008.11.11
10,023

정부와 여당의 사이버모욕죄 입법시도에 반대하며, 그 시도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최근 여당의원들의 사이버모욕죄 법안(형법개정안,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발의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와 우 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가치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지난 10월 31일 발의된 형법개정안에 따르면 인터넷 상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기존보다 무거운 형량인 9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다른 사람을 모욕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였다. 또한 11월 3일 발의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인터넷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두 가지 법안은 모두 비친고죄로 발의되었다.

 

먼저 우리는 정부와 여당의 독선적인 법안 발의 과정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사이버모욕죄 도입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이 그 동안 여 러 번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특정 연예인 자살사건으로 일시적이고 감정적으로 형성된 일부 여론에 기대어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조차도 비친고죄 형태로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하는데 대하여 부정적 의견을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법안들은 이를 무시한 채 그대로 발의되었는바, 정부와 여당은 국회의원 숫자만을 믿고 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

 

둘째, 우리는 비친고죄로 입안된 사이버모욕죄가 체제유지를 위해 이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그러한 이유로 사이버모욕죄를 반대한다.

  모욕에 대한 형사처벌제도는 권력자가 자신의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목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점은 세계 여러나라의 역사에서 충분히 증명되었다. 혐오스런 욕이 아니더라도, 풍자적 표현이나 비꼬는 정중한 표현, 다소 거친 표현까지도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킬 여지는 있다. 인정기준이 매우 애매한 모욕죄는 권력자에 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OECD국가들 대부분에서 모욕죄 조항들은 이미 폐기되었거나 실질적으로 사문화되었고, 세계언론자유위원회(WFPC) 또한 권위주의 국가들에게 모욕죄의 폐지를 매년 요청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더라도, 독재권력은 신문 방송을 통제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긴급조치와 같이 추상적 규정을 동원한 형벌법규로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억압함으로써 그 권력을 유지했다. 정부와 여당은 사이버모욕죄를 비친고죄로 제안함으로써, 국가공공기관이나 정부부처, 대통령 등이 피해자임을 자처하고 고소를 제기하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들이 자의적이고 차별적으로 인터넷 이용자들을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하려한다.

  올해 5월 수사기관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포털게시물들을 모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고, 포털사업자들에게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압박까지 하였다. 이런 까닭에, 비친고죄로 발의된 사이버모욕죄는 이명박 대통령과 고위 공무원 등에 대한 인터넷상의 비판을 억압하고 체제를 유지하려는 시도에 손쉽게 사용될 것이라는 의혹을 주기에 충분하다.

셋째, 우리는 인터넷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정부와 여당의 시각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

 

  정부와 여당은 마치 인터넷의 특성 때문에 사이버모욕죄는 비친고죄로 되어야 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등 인터넷 자체의 특성을 죄악시하려는 후진적 법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벌써 6년 전인 2002년에 이미 우리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 촉진적인 매체라고 보았고,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와 여당은 정부정책의 실패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마치 인터넷에 표출된 여론때문인 양 생각하여 인터넷 자체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 인터넷은 국민들이 공적 담론 형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공간이므로 이에 대한 통제는 결국 국민의 의견 표현에 대한 통제가 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로서 정부는 더욱 큰 정책실패와 정부불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이 비친고죄의 형태로 도입을 추진하는 사이버모욕죄는 선의의 피해자가 이미 예정되어 있는 악법이다.

  우리는 현재 발의된 사이버모욕죄 입법시도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앞으로도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인터넷규제정책 전반에 대하여 계속적으로 관심과 우려를 가지고 지켜볼 것이며, 적절한 대안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2008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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