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사회적경제 이야기] “사회적경제로 가는 길목에서”

김종익
경실련전남협의회 사무처장
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사회적기업4.jpg
생협2.jpg

 

지난 해 가장 많이 회자된 키워드가 ‘경제민주화’였다면 올해는 한국 경제를 지배해온 경제체제의 대안으로서 ‘사회적경제’가 논의되고 있다. 「월간 경실련」에서는 일부가 아닌 모두가 상생하는 ‘사회적경제’의 길을 모색하고자 ‘사회적경제 이야기’라는 고정란을 마련했다. 경실련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사회적 기업의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환경을 만들기 위해 민간부문이 주도하는 ‘사회적기업활성화 전국네트워크’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경기, 인천, 충북, 부산, 전남지역 등 5개의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다. ‘사회적경제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경제의 핵심요소인 사회적기업이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 방식을 벗어나 자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하며, 사회적기업에 대한 건전한 인식이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1. 유대와 신뢰로 시작한 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

경실련전남협의회가 사회적기업과 동행한 지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사회적기업 활성화 전남네트워크의 사무국을 맡아달라는 얘기를 들을 당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몰랐지만 명분이 뚜렷하고, 경실련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싶어 회원들과 진지하게 상의하고 결정한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취약한 산업기반, 고령화, 무너지는 농어촌 등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는 전남은 사회적기업을 가장 필요로 한 곳이라는 확신에 변함이 없다.

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는 사회적기업의 자립기반과 생태계 구축을 위해 만들어진 민관협의체로서 다양한 공공기관과 민간부문을 대표하는 조직과 개인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회적기업 당사자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도권 안에 포함되어 있는 공식적인 지원기관도 아닌 어찌 보면 외형만 그럴싸할 뿐 내실 있게 운영되기가 쉽지 않은 네트워크조직은 손을 놓으면 할 일이 하나도 없을 것 같고, 책임을 묻는 사람도 없을 것 같지만 반면 손을 대기 시작하면 해야 할 일이 셀 수 없이 많고, 사명감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상반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의 창립은 네트워크에 관한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2011년 12월에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한 전남네트워크의 필요성과 역할’이라는 주제로 전라남도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사회적기업, 시민단체 등을 초청하여 토론회를 개최할 당시 사무국을 맡은 경실련전남협의회는 몇 가지 오해를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 이를테면 사회적기업협의회, 사회적기업통합지원센터, 사회적기업육성위원회 등 다양한 기구들이 이미 있는데 또 다시 네트워크를 만들면 공연히 체계만 복잡해지고, 실제 역할도 불분명하고 결국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네트워크 무용론이 대표적이다. 또 사회적기업이 성장하는 흐름에서 시민단체가 편승하여 단체의 홍보효과만 높일 뿐 별 볼일 없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생각도 극복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토론회는 오해도 풀면서 동시에 네트워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데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라남도에서 사회적기업의 확대는 불가피하며 적극적으로 육성되어야 한다는 점,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적·물적인 자원연계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네트워크는 민관협의체로서의 성격을 지니며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는 민간주도형 조직으로 설립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토론회를 거치고 이듬해인 2012년 1월 공공기관, 경제계, 종교계, 봉사단체,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 시민단체, 학계, 언론 등 다양한 영역의 기관, 단체, 개인들로 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가 창립되었고, 이어서 운영위원 워크숍을 통해 세부적인 사업계획이 확정되었다. 이 같은 일련의 창립과정은 민관거버넌스기구인 전남네트워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구성원 간의 유대와 신뢰를 형성하도록 함으로써 1년간의 사업을 추진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2. 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의 2012년 사업

2012년 한 해 동안 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는 아래 <표1>과 같이 사회적경제의 비전과 전략의 공유, 사회적기업의 기반조성, 사회적기업의 역량 강화, 사회적기업제품 판로개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추진하였다.

 

▼ <표1> 2012년 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의 사업영역 및 사업내용

캡처.PNG

이 모든 사업의 출발점은 전라남도에 소재한 사회적기업과 전남형예비사회적기업(이하 사회적기업)에 관한 실태조사이다. 실태조사는 정확한 실태파악을 기반으로 전남네트워크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사회적기업과 전남네트워크 간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제도권 밖에 있는 네트워크가 사회적기업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할 경우 마치 물 위에 뜬 기름처럼 되기 쉽고, 사회적기업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면 어떠한 사업도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였다.

 

실태조사.JPG

▲ 전남 목포에 소재한 사회적기업 목포YWCA 희망지원센터 방문, 60여개가 넘는 전라남도 (예비)사회적기업 사업장을 방문하여 기업가들을 만나는데 꼬박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창립 당시 전라남도 22개 시·군에는 총 65개의 (예비)인증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었는데 기업 내부 사정으로 조사가 불가능한 3개를 제외하고는 전수조사를 하였다. 순천경실련이 흔쾌히 마련해 준 조사비 3백만원을 예산으로 하여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여 기업가와 중간관리자들을 개별 면접하는데 꼬박 3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방문을 할 때 대면하는 사회적기업가들 중 일부는 반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기대할 것도 없다는 식의 부정적이고 심지어 냉소적인 분위기로 대화가 시작된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한 시간 가량 대화를 하다보면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협력하여 해야 할 일을 상의하는 것으로 바뀌어졌다. 경실련이 지역에서 해야 할 많은 사업들을 뒤로 미뤄가면서까지 사회적기업 60여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실태를 파악한 조사사업은 힘든 과정만큼 큰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사회적기업의 실정을 충분히 알게 되었고, 이를 타당으로 실효성 있는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사회적기업들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동시에 하거나 다양한 사업영역을 포괄하여 경영하고 있는데 사업영역을 구상할 때 체계적인 준비단계를 거치지 않고 있어 업종다변화가 기업의 발전을 가져오기보다는 도리어 기업경영의 노하우를 축적하거나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 영리활동보다는 비영리 영역에 종사해본 사회적기업들이 많은 점은 사회적 목적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기업경영 측면에서는 불리할 것이라는 점, 사회적기업의 의사결정구조는 명목상의 구조에 불과하여 경영을 함께 책임지는 방식과는 거리가 다소 먼 것으로 파악되어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시급히 갖춰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 사회적기업의 종사자수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정부로부터 제공받은 일자리로 채워지고 있어 일자리 지원이 중단될 경우 자립하기가 쉽지 않은 취약한 상태라는 점, 사회적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곧 재화와 서비스의 매출은 대체적으로 영세한 규모이고, 특히 우선구매 제도가 있음에도 공공부문의 매출 실적은 무척 실망스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어 공공기관의 역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 사회적기업 육성 정책이 4년 동안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자원연계 수준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 사회적기업가에게 무엇보다도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기업가정신이 가장 중요하게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점 등 실태조사는 많은 것들을 알고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였다.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한 네트워크 회원들은 사회적기업의 상당수가 지속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고, 특히 일자리 지원기간이 종료되었을 경우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고통스러운 결론을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네트워크가 사회적기업의 자립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생태계 구축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창립 당시의 각오를 새롭게 하였다.

미시건주립대(MSU) 교수들을 초청하여 ‘사회적기업의 세계적 동향과 전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고, 사회적기업의 진로를 모색하고자 한 노력은 사회적기업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갔으며 전남네트워크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였다. 사회적경제의 선진지인 이탈리아를 방문하여 볼로냐와 모데나의 대·중·소형 협동조합 매장, 모데나 와인협동조합, 모데나 사회적협동조합, 모데나 청과협동조합, 피렌체 양봉협동조합, 세계 최초 슬로시티인 Greve in Chianti 시장 면담, 협동조합 전국조직의 지도자들과 면담 등으로 이루어진 해외 연수는 전남의 사회적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전남네트워크의 활동방향과 좌표를 설정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한 멘토-멘티 체계 구축 사업은 종래의 형식적인 자원연계체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서 이루어졌는데 실태조사에서 이루어진 멘토링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사업이 추진되었고, 사회적기업의 의의와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멘토로 활동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전남도민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는 많은 도민들이 착한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과 함께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게 만들어주었으며, 방송과 언론을 통해 진행된 공익광고, 방송 및 신문기획 프로그램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2012년 한 해 동안 가장 의미 있는 일이 실태조사라고 한다면 가장 흥미로운 일은 단연 전라남도 사회적기업 제품 품평회일 것이다. 마케팅과 브랜딩 분야에서 대한민국에서 최고라고 평가를 받는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사회적기업 제품을 평가하고, 기업의 마케팅과 브랜딩에 관한 전문적인 코칭을 하게 된 품평회는 사회적기업의 실태조사에서 다수의 사회적기업가들이 마케팅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제품 생산에 있어 전문가 자문체계를 갖추지 못한 어려움을 알게 된 데서 착안한 것이다. 또 이탈리아연수를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이 사회적경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점이 기획의 직접적인 동기로 작용하였다. 기업별 일대일 컨설팅, 총평, 시상(Brand Stone), 간담회 등으로 이어진 품평회 행사는 사회적기업에는 최초로 적용된 것으로서 의미가 매우 크며, 전문가들의 헌신적인 자세와 열정은 앞으로도 사회적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확신된다.

목포시와 다수의 사회적기업 간에 맺은 구매계약체결은 각 과별로 금액과 제품 종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효과성이 크고, 앞으로 공공기관의 구매계약 체결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우선구매를 유도하는 한편, 민간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제품의 판매 촉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경실련전남협의회는 사회적경제의 기반조성을 위해 시민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으며 그 결과는 순천과 목포에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을 주제로 한 아카데미 개설로 나타났으며 이 과정을 함께 한 시민들이 앞으로 사회적경제를 확장시키는 주역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탈리아 연수.jpg

▲ 이탈리아 모데나 사회연대컨소시엄(사회적협동조합)에서 사회적경제에 관한 동향을 살피고, 전남의 사회적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했다.

 

3. 나가는 말

경실련전남협의회는 2012년 12월 운영위원회를 통해 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의 필요성과 역할을 다시 확인하고, 사회적경제를 확장하려는 새로운 시도를 결의하였다. 2013년에는 이미 창출된 다양한 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네트워크에 소속된 공공과 민간 부문의 자원 동원 강화, 이탈리아 협동조합 지도자 초청 국제교류프로그램을 통해 전남네트워크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 구축, 지방자치단체의 공공구매 확대, 사회적기업 및 협동조합 리더 대상의 연수 및 협력체계 구축 등의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노신이 말했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사회적경제가 그렇고, 경실련이 하는 일이 그렇다. 취약한 시민사회, 수평적이지 못한 거버넌스, 의지와 자생력 모두 부족한 사회적경제주체, 골목까지 훑고 지나가는 대자본 등 사회적경제로 가는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것들을 극복하고 사회적경제로 가는 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굳은 각오, 과감한 시도, 지혜의 결합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