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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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이야기] 좋은 사회적기업이란 어떤 모습인가?

이병관 청주경실련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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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횡포’와 기업의 윤리경영

최근 벌어진 일련의 ‘갑의 횡포’는 우리 사회가 ‘윤리경영’의 필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른바 ‘라면상무, 빵회장, 욕우유’라고 지칭되는 사건들로, 각각은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갑의 위치에 있는 자들이 저지른 비윤리적 행위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라면 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항공기 여승무원을 폭행한 포스코에너지 임원, 임시 주차만 가능한 곳에 장시간 차를 대놓고 차를 옮겨달라는 호텔 지배인을 폭행한 중소제과업체 프라임베이커리의 회장,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하며 제품을 억지로 ‘밀어내기’하려던 남양유업의 영업사원까지….

모두를 분노케 한 이 사건들을 통해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중 윤리경영에 대해서 조금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특히 갑의 위치에 있는 자들도 윤리경영이 단순히 착한 일을 하여 반짝 생색내는 차원이 아니라, 회사의 매출과 존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사실 윤리경영은 그 개념이 매우 넓다.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투자자의 이익이 침해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투명한 경영과 회계제도를 지칭하는 것은 이제는 소극적인 견해에 속한다.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대두되어, 기업 역시 사회를 구성하는 한 단위로 다른 구성원들과의 공존을 강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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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맞이하여 시민들에게 사회적기업을 홍보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2012년 9월 11일)

여기서 윤리경영의 핵심으로 강조되는 것은 ‘신뢰’이다. 기업 혹은 기업 구성원이 신뢰를 잃으면 이번 일련의 사태와 같이 사회적 공분을 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업의 매출과 존립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번 사건을 보며 ‘법은 멀고 인터넷은 가깝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이 법으로 심판받기 이전에 이미 온라인에서 여론재판을 받아 죄인으로 낙인 찍혔고 ‘신상털기’같은 악습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법에 대한 신뢰가 깨진 점도 크게 작용했다. 사회 전반의 신뢰 관계에 금이 가면 ‘갑의 횡포’도 가능하지만 반대로 ‘을의 횡포’도 횡행할 가능성이 크다. 건강한 자본주의는 건강한 시민사회가 밑바탕에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새로운 유행어가 된 ‘사회적…’

‘라면상무, 빵회장, 욕우유’ 사건이 터지기 오래 전부터 새로운 형태로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또 실
천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었다. 이런 움직임은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게 된다.

요즘 ‘사회적’이란 접두어가 들어가는 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 사회
적자본이란 용어가 있으며 그리고 협동조합 중에는 사회적협동조합이란 것이 별도로 있다. 사회적이란 단어는 들어있지 않지만, 마을기업과 자활사업도 내용상으론 비슷한 범주에 들어간다. 이중 가장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용어는 사회적경제이다.

‘사회적’이란 말이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는지 ‘착한~’, ‘따뜻한~’, ‘풀뿌리~’라는 말이 들어가는 용어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사회적기업을 ‘착한기업’이나 ‘따뜻한 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너무 많은 용어가 나와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기본 개념은 비슷하기 때문에 하나만 이해하면 된다. 이렇게 많은 용어가 난무한 것은 정부 부처와 지역마다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외국의 사례를 받아들였고 또 용어를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으로, 근본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가 민간주도보다는 정부주도로 확장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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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부처 및 기관에 따라 달라지는 용어

새로운 용어가 많이 생겨났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그 새로운 용어가 담고 있는 가치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비록 우리나라 사회적경제가 정부주도로 짧은 기간 동안 급성장한 측면이 있지만, 이는 정부 스스로도 중앙집중식 개발방식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만으로는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의는 역사의 발전에 따라 그 의미가 변해왔고, 또 사회적경제라고 표방하는 곳마다 조금씩 달리 해석하고 있어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경제가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고용노동부가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을 시작한 2007년부터이다. 공교롭게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금융자본주의로 인한 폐단이 극에 달했고, 사람들이 새로운 대안을 갈구하게 됨과 동시에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아졌다. 그리고 작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바야흐로 전국적으로 사회적경제 붐이 일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대응으로 태동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사회발전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것에서 새로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등장을 바라게 된 것이다. 즉, 국가와 시장의 실패에 대응한 대안적 자원배분을 목적으로 상호 신뢰와 호혜를 바탕으로 하는 참여경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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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내 주요 기관·기업과의 1사1사회적기업 결연협약식을 맺어 사회적기업의 판로개척과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2012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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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맞이하여 중소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회적기업 제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2013년 1월 31일)

사회적기업활성화 전국네트워크

사회적기업은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후, 정부 주도에 의한 육성정책으로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이 스스로 성장하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기업의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지역의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하려면, 제도와 정책은 물론 시민의식과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회적기업활성화 전국네트워크’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사회적기업 및 유관기관들이 파트너십에 기반하여, 사회적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우호적인 생태계를 구성하고자 시작되었다. 각 지역 네트워크의 사무국은 경실련, YMCA, YWCA 중에서 지역의 사정에 맞는 곳이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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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사회적기업 종사자들과 함께 성북구 사회적기업 허브센터를 방문하여
  마을만들기 사례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2012년 9월 6일)


현재 충북에는 111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사회적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토양을 만들고, 상호배려와 사회연대의 정신으로 공생의 가치가 발현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네트워크 운영의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충북네트워크의 주요 사업으로는 사회적기업과 지역 내 주요 기업을 연결해 주는 1사1사회적기업 결연사업, 추석 및 설날 윤리적소비 캠페인, 충북형 사회적기업 모델 발굴 사업, 선진지 견학, 사회적기업 제품 공공구매 확대 등이 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활성화를 지원하고, 애로사항 등을 청취해 관련 기관에 건의하는 등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도와주기 위해 결정된 것이 활성화 네트워크이다.

청주경실련은 창립 초창기부터 지방분권, 균형발전,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우리가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한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단순히 몇몇 사회적기업을 잘 되게 하기 위한 것은 물론 아니다.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통해 사회적경제가 우리 지역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지역경제의 새로운 활력 요소가 되게 하기 위해서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외국의 사회적기업 사례를 들여와 이토록 빨리 정착시키고 확산시킨 점은 무척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이 결과적으로 정부보조금사업, 인건비지원사업으로 인식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또한 사회적기업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린다’는 말처럼 물의를 일으키는 사회적기업도 생기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어떤 사회적기업이 올바른 모습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단순히 매출액만 높다고 좋은 사회적기업도 아니지만, 반대로 기업으로서의 이윤창출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복지기관을 사회적기업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하니까 우리도 사회적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논리라면 가장 많은 사회공헌활동 자금을 후원하는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도 사회적기업이란 의미가 된다. 과연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민의식도 함께 성장해야 하지만, 아쉽게도 정부의 강력한 정책집행으로 빠르게 성장한 사회적기업과 달리 시민들의 의식은 그만큼 빠르지 못하다.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언제까지나 정부 정책에 의존하는 것은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 사회적기업은 말 그대로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연대하는 과정에서 성장해야 그 의미가 있다.

청주경실련이 운영사무국으로 있는 사회적기업활성화 충북네트워크도 이 점을 늘 고민하고 있다. 시민단체 스스로도 전문성을 키워 사회적기업이 지역 내에서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기업 독식을 비판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공공기관에 사회적기업 물품을 구매하라고 말로만 독촉해서는 안 된다. ‘착한 경영’, ‘착한 소비’가 사회 풍토로 자리 잡도록 지역 주민들과 협력하여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시민운동이다. 
자연에는 쓰레기가 없다 : ㈜미래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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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주)미래ENT가 청주경실련이 주관하는 ‘시민이 주는 

정도대상’을

  수상하여 봉정식을 진행하고 있다.(2012년 12월 26일)


청주경실련에서 2001년 제정하여 매년 시행하고 있는 ‘시민이 주는 정도대상’이란 것이 있다. 우리 지역에서 경제정의와 사회정의를 몸소 실천하는 시민, 공무원, 기업을 발굴하고 격려하여 그 뜻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회적기업 ㈜미래ENT가 기업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어, 정도대상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미래ENT는 ‘자연에는 쓰레기가 없다’는 모토로 저소득 취약계층을 고용해 플라스틱을 수거, 선별해 일자리 창출사업과 자원순환을 이루고 있는 청원군에 위치한 충북 지역 1호 사회적기업이다.

2001년 충북청원지역자활센터 재활용사업단 사업으로 시작하여, 2007년 충북 최초로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이다. 처음 5명으로 출발한 미래ENT는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 현재 31명의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으로서뿐만 아니라 자활공동체 창업 성공사례로 전국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