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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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삼성의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허와 실

 



권영준(경희대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


 


 


삼성(三星, SAMSUNG)!


 


아마 역사상 삼성이라는 이름이 국민들에게 지금처럼 크게 다가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은 대충대충하는 한국의 기업문화 속에서 일등을 지향하는 삼성의 철저한 기업문화가 시대적 변화를 미리 읽고 잘 적응한 탓이리라.


 


시중에 “사창가도 삼성이 경영하면 세계 최고의 사창가가 될 거야!”라는 자조섞인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 우스개 소리 안에 현재 삼성을 나타내는 상충되는 두 가지 사실이 내포되어 있다.


 


하나는 전 세계 어떤 서비스업이든 삼성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직원들의 철저한 교육과 피말리는 내부경쟁을 통해서 노동생산성이 전 세계 최고수준이며, 이는 특히 서비스업에서 그 실력을 백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신라호텔이나 제주도 신라호텔을 가보고 외국 방문객들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이라고 감탄을 한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반도체 전문회사인 삼성전자가 만든 핸드폰, PDP, LCD TV 등도 거의 전 세계 1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를 활용하는 디지털산업들은 외형적으로는 제조업이지만 공정자체가 서비스업적인 요소를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다. 비록 아날로그 방식의 우리 산업들은 아직도 고부가 가치 제품들에서 일본제품을 능가하지 못하지만 디지털 제품들에서는 이미 일본의 최고라는 소니사의 제품들을 앞지르고 있다. 디지털형의 서비스산업에서 단연 삼성이 전 세계 품질표준을 선도하고 일등을 구가하고 있음을 시장은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다른 하나는 이 우스개 소리 안에 삼성의 도덕성에 대해 신랄히 비꼬는 정서가 깔려 있다. 삼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천민자본주의적 행태로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이 천민자본주의적인 방법으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이윤극대화를 위해 치닫는 것이 과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의 목표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단기 이윤 극대화가 기업가치 극대화로 이어지지 않아


 


경제학에서 기업의 목표는 기업가치의 극대화로 확실히 규정하고 있다. 학술적으로 기업을 둘러싼 환경에 불확실성의 요인이 없을 때(모든 미래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을 때)에는 이윤극대화가 기업가치 극대화로 직결될 수 있다. 즉, 모든 미래에 대한 환경변화를 명약관화하게 알 수 있을 때에는 단기 이윤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행동하는 기업의 가치 또한 극대화된다. 그러나 기업 환경에 불확실한 요인이 많은 현실세계에서는 단기 이윤극대화가 기업가치 극대화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우선 당장 눈에 보이는 예를 들면, 기업이 단기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지출을 위한 비용에 인색할 때 이 기업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게 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기업의 기대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요인들을 감안하면 기업의 목표가 단순히 단기적 이윤극대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제반 사회여건 속에서의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은 이윤극대화가 제 살 파먹는 식이 아니라 미래의 기대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이것이 소위 기업의 지속발전 가능한 성장전략(sustainable growth strategy)인 것이다. 여기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가치와 무관한 도덕적 행위가 결코 아니고 기업의 기대가치와 직결되는 내생변수로서 강조되는 것이다.


 


삼성은 이제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서서 우리 경제의 핵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은 수출의 22%, 세금수입의 8%,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3%, 상장기업 매출의 15%와 이익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삼성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는 IMF 외환위기  보다도 더 큰 경제위기에 처할 위험 때문에 반드시 삼성은 더 발전해야 하고 더 건강하고 튼실한 기업이 되어 우리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재벌금융사 의결권 행사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원칙 훼손


 


그런데 지난 6월 28일 삼성그룹의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3개 계열사가 지난 4월 1일 발효된 정부의 개정 공정거래법이 계열금융회사의 의결권행사를 가로막는 위헌조항을 내포하고 있다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소송을 제기하였다. 삼성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조항은 공정거래법 제11조 1항 3호와 처벌조항인 제66조 1항 7호로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소속된 금융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제한에 관한 것이다. 법개정 전에는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포함해서 30%까지 의결권 행사가 가능했으나, 법개정으로 의결권행사 범위가 2006년 4월 1일부터 3년간 매년 5% 포인트씩 줄어 15%까지 낮아지게 되는데, 삼성측은 개정된 법이 재산권을 침해하고 평등권에 위배되어 삼성전자를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시켜 경영권 안정에 심대한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삼성측의 주장과 헌소 제기에도 불구하고, 재벌금융사의 의결권행사는 심각한 이해상충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완전 금지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2001년 말 적대적 M&A를 과장한 재계의 로비에 의해 공정거래법이 개정되어 내부지분율 30%까지 허용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완전 금지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개정조치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뿐만 아니라 금융계열사들에 의해 기업지배구조에 기형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로 다시 U턴을 시도하였으나 완전금지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원안과 달리 3년간에 걸쳐 매년 5% 포인트씩 줄여 2008년까지 15%까지만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기로 절충된 바 있다.


 


재산권과 평등권  빌미로 공정경쟁 정책의 근간 흔들어


 


일단 헌법적 근거와 국민경제적 영향력을 분석할 때, 삼성측이 제기하는 재산권과 평등권의 위배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 삼성전자가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도 결코 사실이 아니다.


 


우선 삼성의 금융계열사들이 주장하는 재산권은 총수 이건희씨의 재산도 아니고 삼성그룹의 재산도 아닌 금융보험의 계약자들의 재산이기 때문에 정부와 금융 감독당국은 대다수 국민들인 계약자들의 재산권이 재벌총수의 이해관계와 상충될 때 최우선적으로 계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책무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은 허구이다.


 


더욱이 전경련이나 자체 연구소를 통해 그들은 동일한 이슈가 국민연금과 관련되어서 제기될 때에는 정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는 아이러니가 있다. 즉, 국민연금이 재벌계열사들에 투자해서 보유하게 된 주식들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철저하게 반대하기 위해 각종 견강부회(牽强附會)적인 논리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쪽에서는 대리인(재벌 계열의 금융보험사)의 의사를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하다가 자기들의 이해와 어긋날 때에는 대리인(국민연금관리본부)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결국 그들의 재산권 행사주장은 재벌총수의 경영권과 이해에 득이 될 때에는 찬성하고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될 때에는 무자비하게 반대하는 것일 뿐 하등의 헌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 않고 오히려 헌법을 자기들 논리를 위해 이용하려는 것이다.


 


평등권 위배 주장 역시 근거가 희박한 것인 바, 이미 외국회사와의 평등권 위배 주장은 국민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기간산업에 대해서는 그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외국인들에 대해서 일정비율 미만의 투자만을 허용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그 주장도 논리적이지 않다. 또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들에 대해서만 적용한 것이 평등권을 위배한다고 하지만, 이는 이미 IMF 외환위기 당시 국민 경제에 심대한 부담을 안겨 주어 천문학적 공적자금이 투입된 원인을 제공한 기업들이 대기업들이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더 이상 재산권이나 평등권을 빌미로 공정경쟁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백주에 생떼를 쓰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헌법 제119조 2항을 보면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그룹은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 및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재벌의 경제력 남용으로 인해 고객 등의 경제주체간의 조화가 위협을 받게 될 때 적절한 규제를 통해 공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당연히 합헌적인 것이다.


 


더욱이 실사구시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영권 위협주장을 분석해 보면,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 5%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는 Citibank N.A.(10.29%)와 삼성생명(7.23%) 뿐이고,  Citibank N.A.는 주식예탁증서 예탁기관으로서 그 자체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단일주체가 아니고, 또 대부분 1~2%를 소유한 Mutual 펀드들은 경영권을 침탈하거나 위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들이 아니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현재로서는 결코 경영권위협에 노출되어 있지 않다. 만일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의 경영권 위협이 진정 우려가 된다면, 더욱 경영을 잘해서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높인다면 아무 염려가 없다는 것은 경영학 교과서 첫 페이지에 나오는 단순한 진리인 바, 이를 삼성의 내노라 하는 참모들이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를 않는다.


 


참여정부의 재벌개혁 의지 퇴색에 발맞춘 삼성의 헌법소원


 


이번 삼성그룹 측의 헌법소원 제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오늘날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여실히 드러내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분석이 철저히 요구된다.


 


우선 왜 2001년 말 이전에는 현재 개정안 보다 훨씬 더 강력한 의결권금지 원칙이었던 공정거래법을 그냥 두고 있다가 그보다 동법이 훨씬 미약한 현시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까? 이는 당시에는 초기 김대중 정부라는 강력한 재벌개혁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실속이 없었다고 판단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삼성그룹과 노무현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추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미 시중에는 참여정부 초기부터 삼성구조본과 청와대 사이에 실세 모씨를 매개로 한 핫라인이 형성되어 있다는 루머가 공공연히 나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참여정부의 시장개혁 내지 재발개혁 정책과 의지가 퇴색했다는 증거는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재벌개혁 후퇴의 백미는 금감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끝까지 삼성 등의 재벌그룹과 개혁정책을 갖고 씨름하던 이동걸 부위원장을 사퇴시키면서 더 이상 금융감독 당국에는 재벌개혁이나 시장개혁의 의지를 갖고 있는 인사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떻게 산자부 장관이나 전경련 회장도 아닌 금융감독의 최고책임자인 금융감독원장이 기업들의 분식회계를 유예 내지 용서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앞장서서 공공연히 할 수가 있는가? 더욱이 분식회계를 없애기 위해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면제해주고 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흡사 검찰총장이 사기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국민화합 차원에서 기소유예 내지 사면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일련의 현상들을 살펴볼 때, 이미 참여정부에게서 재벌개혁이나 시장개혁의 의지를 찾겠다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하등의 다른 바가 없다. 따라서 이런 분위기를 재벌들 중에서 가장 영민하고 순발력있는 삼성그룹이 놓친다는 것은 먹이를 앞에 두고 그냥 지나치는 허기진 사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이미 삼성그룹이 금융감독당국의 허술한 감독의지를 철저하게 이용하면서 법치를 훼손한 예는 언론보도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3가지를 들 수 있는 바, 첫째는 2004년 7월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25.6%를 보유하는 과정에서 금감위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한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을 위반한 것이고, 둘째는 삼성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 보유중인 삼성생명 지분(19.41%)을 ‘시가’ 대신 ‘취득원가’로 계산하는 변칙회계를 저지른 것이며, 셋째는 삼성생명이 2004년 계약자 몫으로 돌려서 계산하여 할 2조원 가량의 투자유가증권 평가익을 회사몫으로 돌려 부당이득을 취하려다 적발된 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삼성공화국을 넘어서 무소불위의 삼성제국 형성 우려


 


이미 삼성의 자본권력은 입법, 행정은 물론 사법과 언론 및 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무소불위할 뿐 아니라, 각 부문에서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인재들을 돈의 힘으로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면서 그룹의 핵심포스트로 활용하든지 아니면 각 처소에서 철저히 관리하여 親삼성 전문가로 육성하고 있다.


 


이제 삼성은 입법, 사법, 행정, 교육, 문화, 예술, 스포츠 등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전 영역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바, 이는 일부 언론에서 주장한 것처럼 삼성공화국을 형성하고 있는데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삼성공화국(Samsung Republic) 차원을 넘어서 삼성제국(Samsung Empire)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 통상 역사상 제국들은 그 자체의 힘이 막강하여 외부의 적들보다는 내부의 구조적 결함과 보이지 않는 내부 적들로 인해 멸망한다는 것을 역사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삼성이 제국이 되어 아무도 견제하지 못하고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하며 치닫다가 내부균열로 인해 멸망할 때, 그 때에는 바로 대한민국의 결정적인 위기가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그룹의 헌법소원 제기는 단순한 위헌시비가 아닌 국가의 사법권을 삼성이라는 막강한 힘을 리트머스 시험지로 테스트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되는 바가 더욱 큰 것이다. 이미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은 알려진 바와 같이 97년부터 99년까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의 법률고문 등을 역임하면서 수 억 원에 이르는 돈을 받은 바 있기 때문에 더욱 이번 헌법소원을 우려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 다하는 삼성의 모습 보여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가? 선두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쥬(Nobless Oblige)란 솔선하여 정부의 공정경쟁정책을 준수할 뿐 아니라, 배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않는 것은 물론, 갈 수 있어도 오히려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 배나무 밑을 지나가지 않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삼성-국민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싶은-삼성그룹의 사회적 책임은 국가의 정당한 공정경쟁정책에 반대하면서 재벌총수를 위해 부적절한 방법을 통한 경영권 집착에 앞장서는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냉정히 눈을 감고 자성해야 한다. 우리 국민 모두는 삼성을 통해 절망이 아닌 진정 “희망으로 가는 길”을 보고 싶어 한다. (200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