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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삼성의 요구 받아쓰기한 증권선물거래소 상장 규정 개정

<생보사 상장 관련 경실련·경제개혁연대·보소연·참여연대 공동 논평 23>


금감위 감독, 상장자문위 주연, 거래소 조연의 대국민 기만 쇼 
삼성 위해 관치금융 자행하는 금감위원장은 론스타 사례에서 교훈 얻어야


1. 증권선물거래소(이사장 : 이영탁)은 어제(4월 9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생명보험사 상장을 위한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개정안’을 의결한 뒤 금감위에 승인을 요청하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증권선물거래소는 생보사 상장과 관련하여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이하 상장규정) 제35조(주권의 질적심사요건) 1호 다목 (3) “이익배분 등과 관련하여 상법상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이 인정될 것”이란 조항을 “법적성격 및 운영방식 등의 측면에서 상법상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이 인정될 것”으로 개정하였다고 한다.


 이번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규정 개정 결정은 지난 2003년 삼성이 기존계약자에 대한 이익배분 없이 상장하기 위해 금감원에 제시한 요구사항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결국 생보사 상장이 삼성그룹의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금감위의 묵인 하에 생보사 상장자문위가 사전에 결론을 짜 맞추고 증권선물거래소가 이를 추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에 경실련‧경제개혁연대‧보험소비자연맹‧참여연대는, 삼성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관치금융의 구태를 자행하는 금감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그 들러리로 나선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규정 개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2. 이번에 개정된 상장규정은 지난 2003년 생보사 상장논의 과정해서 삼성 측이 삭제를 요구했던 규정이다. 


당시 삼성 측은 생보사 상장방안과 관련하여 의견을 구하는 금감원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국내 생보사는 주식회사로 생보사를 위한 별도의 상장기준은 불필요하며, 계약자에 주식을 배분하는 등 주주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고, “내부유보액 역시 안정적 계약자배당을 가능토록 하기 위하여 회사에 유보한 것으로 주식이든 현금이든 배분하는 것은 부당하며 이자부리하는 것도 불가하다”며 “유가증권상장 규정상 불필요한 조항(이익배분과 관련하여 상법상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이 인정될 것)의 삭제 및 법인세 납부시한 연장”을 요구하는 의견을 금감원에 전달한 바 있다(2003년 9월 26일 국회 정무위 제출 금감위 국감자료 pp.816-817, 별첨 참조).


그러나 삼성의 이러한 요구는 당시 금융감독당국의 입장(생보사는 주식회사와 상호회사 성격이 혼재, 내부유보액은 자본과 부채의 성격 혼재)과 배치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당시 증권거래소 역시 “기업이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치 가운데 주주의 몫과 고객의 몫이 분명하게 구분돼야 하는 것이 기본적 전제조건이며 어느 기업에나 적용돼야 하는 원칙”이라며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었다.


3.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증권선물거래소는 관련 규정의 개정이 불가하다는 이제까지의 입장에서 180〫선회하여 “이익배분과 관련하여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을 요구하는 상장요건 조항을 슬그머니 “법적성격과 운영방식” 운운 하는 표현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는 과거 배당의 적정성 및 상장차익의 배분 등 ‘이익배분’과 관련한 그동안의 논란을 회피하면서, 국내 생보사는 어쨌든 ‘법적’으로 주식회사이며 주식회사처럼 ‘운영’되어 왔다는 상장자문위의 편향적 결론을 그대로 문구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모양새와 명분이 어떠하던 간에 이는 결국 과거 생보사의 운영과 성장에 있어 계약자의 기여를 부정하고, 상장에 따른 막대한 자본 이익을 독식하려는 삼성그룹의 요구를 증권선물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이번 규정개정에 찬성함으로써 자율규제기구로서의 최소한의 양식조차 저버리고 삼성의 수족으로 전락한 증권선물거래소의 이사들을 규탄하며 역사가 그들을 준엄하게 심판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
 
4.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 삼성생명의 금산법 위반 문제,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문제 등에서 금융감독 규율을 준수토록 하는 심판자로서의 역할은 포기한 채 일관되게 삼성그룹의 입장만을 대변함으로써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이 아니라 ‘삼성그룹의 법률자문’으로 처신했던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이제 임기 말에 삼성그룹에게 또 다른 큰 ‘선물’을 안겨주려 한다. 


 아무리 생보사 상장자문위와 증권선물거래소를 들러리로 내세워 진실을 왜곡하고 생보협회의 팔을 비틀어 조성한 몇 푼의 공익기금으로 여론을 호도하려 한다 한들, 윤 위원장이 삼성의 소원수리창구 역할을 자임했다는 사실은 가릴 수 없다. 


 법과 원칙을 무시한 채 외환은행을 불법매각한 관료들이 지금 어떤 정치적 법적 평가를 받고 있는지 윤 위원장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생보사 상장 과정은 외환은행 불법매각에 못지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관치금융’의 위력에 눌려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작동하지 않고 있고, 다수의 희생을 통해 소수에게 엄청난 부당이득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두 사건은 너무나도 유사하다. 우리는 윤 위원장이 퇴임 후 법적 정치적 책임추궁을 당하는 불행한 관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청문회에 서는 것은 ‘환란청문회’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별첨 자료 : 2003.9.26 금감위 국정감사 자료 중 ‘생보사 상장방안 관련 삼성생명의 의견’


[문의 : 경제정책국 02-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