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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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삼성특검 거부권, 정도 아니다

김성수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한양대교수 법학)


삼성 특검법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수사대상은 삼성의 지배권 승계와 관련된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의혹, 수사방치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 4건의 고소 고발사건, 삼성의 불법 로비와 관련해 불법비자금을 조성한 경위, 비자금이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 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의혹 등 노무현 대통령 당선축하금을 포함한 일체의 뇌물 금품 제공 의혹 등 크게 네 가지다.


그런데 어렵사리 통과시킨 이 특검법에 대해 청와대는 “청와대가 말한 특검의 수사대상을 많이 넘어서는 것이어서 여론과 국회 동의절차 등을 고려해 거부권 행사를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정성진 법무부 장관도 국회에 출석하여 2002년 대선자금 사건이나 삼성 에버랜드 편법 승계 사건 등 재판이 이미 확정된 사건이나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을 특검이 다시 수사한다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정장관은 이번 사건은 의혹수준에 불과하고 국가경제와 신인도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이러한 청와대와 정부의 견해는 국민의 여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어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의 중복수사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이 훼손된다는 것은 이러한 헌법원칙의 의미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중복수사가 과잉적인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과잉 금지의 원칙은 특검수사가 지향하는 공익목적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처음 이 사건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과 그 후 이용철 변호사가 제시한 물증을 토대로 판단해 보면 검찰, 국세청 심지어 청와대에 대한 삼성의 전방위적인 로비는 잘잘못을 가려야 하는 사정기관이나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국가기관의 눈을 멀게 하는 행동이다. 더욱이 재판과정에서 증인과 증거를 조작하여 재판 결과를 바꾸었다면 이는 사법적 정의를 부정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것은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특검이라는 수단을 정당화하고도 남는 공익목적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진실을 가리고 우리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5년 임기의 대통령을 뽑는 것보다도 더욱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2002년 대선자금 수사는 여야 대선후보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그 대상이었기 때문에 삼성의 비자금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는 없었다. 정부의 중복수사 주장은 사실관계와도 부합하지 못한다. 삼성에 대한 수사가 국가경제와 신인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견해 역시 너무도 상투적이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를 탓하려 하자 “내일 시험을 치르니 성적에 지장이 있다”라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도덕과 품성 함양은 뒤로 한 채 공부만 잘하는 아이를 기르는 게 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당선축하금을 받지 않았다면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법을 끼워 넣어 특검법 거부권 행사와 연계할 것이 아니라 떳떳하게 받는 것이 정도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삼성사건을 통하여 우리사회의 정의와 양심이 시험대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진실을 추구하고 정의와 양심을 소중히 여기는 국민만이 인권과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되새길 때다.


* 이 글은 경향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