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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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상위 1% 대기업과 부유층을 위한 세제개편안

심충진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건국대학교 경영대학 


상위 0.09%의 대기업, 9억 이상 고가주택소유자와 10억대 이상 재산가를 위한 세제개편안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경제 성장을 유도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특히 저소득층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없는 상태에서 개편안대로 시행되면 그 수혜는 대부분 부유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돼 소득의 양극화는 더 커질 것이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이지 투자가 아니다. 법인세를 신고한 기업의 평균 법인세 부담액은 75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감세금액 중 약 90%가 상위 0.09% 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이 생긴다. 법인세 감세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현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대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인세를 깎아주는 것만으론 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수 없다.


최근 가계 부채가 640조원을 넘어서고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이나 신용카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금융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고정대출금리가 최고 1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개인의 소득세율을 낮춰줘 봐야 대부분 빚을 갚거나 저축을 하게 될 것이다. 세금을 매기는 금액 기준을 조정하지 않고 단순히 연차별로 1%포인트씩 세율을 낮추는 것도 문제다. 소득의 양극화도 해소하지 못하고 소비 촉진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특히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는 세제개편을 해서는 안 된다. 1가구 1주택에 대해 기본적으로 비과세하고 있는 현실에서 부동산 양도에서 발생한 소득이 일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과 동일한 세율구조를 가지는 것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소한 부동산 양도소득세율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의 세율보다는 높아야 한다.


고가주택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바꾸면 비과세 대상이 늘게 된다. 이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통한 투기 수요의 증가로 이어져 집값이 오르고 서민층은 집 구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고가주택 기준을 9억원으로 높이면 종합부동산세의 과세대상 금액도 덩달아 올릴 수밖에 없다. 또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 적용률을 예정대로 시행하지 않고 지난해 수준(80%)으로 동결하는 것은 종합부동산세제의 후퇴로밖에 볼 수 없다.


상속재산이 10억원 이하일 경우 상속세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는 상황인데 정부가 상속재산에 대해 최고 17%포인트 인하하고 상속세율을 소득세율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부가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상속인 중 상속세를 납부하는 비중이 0.7%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상속세 개편안은 보류돼야 한다.


정부는 법인세의 감세를 통한 투자촉진보다는 부가가치세 세율의 인하 등 소비세제를 개편해 소비촉진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