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경제정의가 꽃피는 나라를
경제정의가 꽃피는 나라를 
최정표 대표.JPG
최정표 경실련 공동대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2013년은 전환의 시대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들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이긴 해도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는 시기이고, 러시아에서도 푸틴이 불과 1년 전에 새롭게 대통령이 되었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나라들에서 모두 새 리더십이 출발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새 대통령이 시대교체를 주창하면서 당선된 만큼 2013년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 희망의 시기이기도 하다.
  정치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도 전 세계적으로 전환기이다.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 도처에서 부실국가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세계가 이러한 위기를 제대로 해결해내지 못하면 세계경제 전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이 경우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경제는 치명타를 맞을 것이 틀림없다. 제2차 대전 이후 구축된 세계경제질서가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은 징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는 조만간 새로운 경제 질서 구축에 나설지도 모른다. 이러한 전환기에 우리가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한국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
  
  박근혜 새 대통령은 이러한 전환기에 새 시대를 어떻게 주도해 나가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완벽히 양분된 국민정서를 어떻게 통합시킬지가 성공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완벽히 양분된 국민정서를 통합시키지 않고는 결코 새 시대를 주도해나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정서가 양분된 근저에는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따라서 양극화의 해결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2011년 미국에서 시작된 월가점령운동은 바로 1% 대 99%의 대립이라는 심각한 양극화현상을 의미한다. 이런 양극화는 우리나라도 결코 미국보다 덜하지 않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한창 강조되었던 경제민주화 역시 양극화의 해소를 의미한다. 양극화의 해소는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다. 그리고 경제민주화는 경제정의 달성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상생2.jpg        
상생3.jpg
  경제정의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국가의 목표이다. 모든 국민들이 공평하고 고르게 잘사는 사회가 경제정의가 실천되는 사회이고 국가가 추구하는 목표이다. 이러한 정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시장이 약육강식의 각축장이 되고, 강자의 독식 구조가 되어서는 결코 정의 사회를 구현할 수 없다. 그리고 강자의 횡포가 시장을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서도 결코 경제정의가 실현될 수 없다. 새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이러한 독식구조를 해소하는 일에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시장에서 자원배분과 소득분배가 정해진다. 그런데 시장에 월등한 강자가 존재하면서 시장을 일방적으로 이끌어나가면, 그런 시장이 가져온 배분과 분배가 결코 공평할 수도, 정의로울 수도 없다. 특히 우리 경제는 힘의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소수의 대재벌이 절대 강자로서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에서 이루어진 배분과 분배는 재벌에게만 유리하게 할 뿐, 대다수 비재벌에게는 희생을 강요한다. 이런 시장에서는 1% 대 99% 현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우리경제는 이미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소수에게 힘이 과도하게 집중되어있다. 시장은 강자가 일방적으로 조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소수의 수퍼재벌이 입법, 행정, 사법에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국가기능까지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조작하는 단계에 와 있다. 따라서 시장은 그 틀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원천적으로 재벌에게 휘둘리고 있다. 재벌이 정부정책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재벌은 사회의 비판기능까지 돈으로 매수하여 보이지 않게 재갈을 물리고 있다. 언론은 재벌의 광고에 목줄이 잡혀 재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문화, 예술, 스포츠도 재벌의 돈이 아니고는 꼼짝달싹도 하지 못한다. 재벌은 그 영역을 끝없이 넓혀나간다. 이제 골목상권도 모두 재벌에게로 넘어갔다. 국민들은 재벌의 소작인으로 전락할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 봉건시대는 대지주가 농토를 독차지하면서 나머지는 소작인으로 전락하여 연명해 가는 시대였다. 그러므로 사회는 지주와 소작인으로 완전히 양극화되었다. 일부의 소규모 자작농 정도가 그 사이 완충지대에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경제의 중요 부문을 소수 재벌이 모두 장악하고 나머지는 거기에 붙어서 근근히 살아가는 소작인으로 전락하였다. 토지의 소작화가 경제의 소작화로 대체되는 형국이다. 이런 경제구조로는 경제정의는 물론 선진국도 될 수 없다.
  새 대통령은 이러한 한국의 신봉건주의적 경제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그나마 재벌의 소작인이라도 되어야 재벌과 더불어 살아 갈 수 있지, 거기에도 끼지 못하면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마는 형국이다. 이런 구조를 타파하지 않고는 양극화 해소도 어렵고, 경제민주화도 어렵고, 경제정의 달성도 어렵다. 재벌에게로 집중되어 있는 경제적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재벌과 비재벌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양극화 해소의 첫걸음이고, 경제민주화의 첫걸음이다.
  새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와 경제민주화의 달성 없이는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이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낸다면 틀림없이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나라는 경제정의가 꽃피는 나라이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민주화가 실천되면 경제정의가 꽃망울을 맺게 될 것이다. 새 대통령은 꼭 이런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