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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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생명을 건 백혈병 환자 농성의 합리적 해결을 바란다

현재 백혈병 환자들이 농성에 돌입하여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보내야 할 설 연휴 동안에도 농성을 풀지 못한 채 15일 째에 접어들고 있다. 이미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환자 일부는 탈진하는 이도 생기고 대부분의 환자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들이 이 추운 겨울 날씨에 농성을 하는 이유는 백혈병 환자들에게는 생명의 빛과도 같았던 신약, 즉 노바티스사가 개발한 <글리벡>의 약값이 한정에 2만3천4십5원으로 환자가 부담하기에는 너무 과도한 수준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신약의 개발로 백혈병으로 인해 환자와 가족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많은 환자들은 부담할 수 없는 약값의 벽에 부딪혀 또 한번 희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글리벡>의 보험적용 대상의 제한과 높은 약가수준에 항의하여 농성을 시작하고 나서 정부는 보험적용이 되는 절반정도의 백혈병 환자에 한정하여 약값의 80%를 보험급여로 지불하기로 하였고 <글리벡>의 개발사인 노바티스는 백혈병 환자본인부담금 20%의 절반인 약값의 10%를 지원하기로 하여 보험적용이 되는 환자의 본인부담은 다행히 약가의 10%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보험적용이 되는 환자의 범주를 제한한 결과 백혈병 환자의 절반정도는 여전히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들 환자들은 약값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한정에 2만3천4십5원에 달하는 <글리벡>을 매일 6정씩을 복용하여야 하는 환자의 경우 한달 동안 들어가는 약값은 400만원을 상회하게 된다. 일반적인 국민들의 소득수준을 감안할 때 월 400만원의 높은 약값부담은 가계를 파탄시킬 정도의 높은 부담이다.


건강보험은 그동안 매우 낮은 보장수준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아왔으며 개선의 절실함이 제기되어 왔다. 건강보험의 적용에도 불구하고 높은 본인부담과 보험적용이 전혀 되지 않은 광범위한 비급여로 인해 가족중에 중증, 만성질환환자가 있는 경우 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이는 앞으로 건강보험의 개혁과제 중 가장 우선해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경실련은 <글리벡>의 보험적용과 약가수준을 둘러싼 환자의 애처로운 농성을 지켜보면서 건강보험 보장성의 강화와 함께 약가산정에 있어서의 불합리한 점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보험약가제도 하에서는 신약 약가의 경우 주요 선진 7개국의 가격을 참고하여 결정하는데 비교대상 국가가 모두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월등히 높은 국가들이다. 또 이들 7개국의 가격도 자국의 가격집에 등재된 가격보다 자국 내에서 실제 거래되는 가격은 훨씬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가격을 기준으로 국내 신약의 약가를 결정할 경우 신규 등재약품의 가치를 고평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가격산정방식의 불합리성으로 인해 결국 <글리벡>의 약가도 우리와는 소득수준, 경제력이 월등히 차이가 나는 선진국가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매우 높게 산정됨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환자들은 약을 복용하는데 매우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보다 효과적인 치료약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신약의 약가 산정에 있어 단순히 선진국과의 가격비교의 방식을 보완하여야 한다. 즉, 적응증이 같은 기존 약물과의 비용-효과분석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여 가격산정의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효능과 효과 측면에서 기존 약물과 약효의 차이를 객관적 평가하여 신규 약품가격을 설정하게 되면 신약의 개선된 효능효과에 대한 보상을 하면서도 신약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높은 비용부담을 강요당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경실련은 기존 약가 산정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한다. 동시에 농성중인 백혈병 환자뿐만 아니라 고액의 진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가계가 파탄에 이르거나 치료가 가능함에도 환자가 치료받기를 포기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건강보험의 급여확대, 본인부담의 완화 등 열악한 보장수준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대책 마련에 조속히 착수하여  시행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