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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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생보사 상장, 금감위는 언제까지 민간위원을 내세워 문제를 덮으려 하는가

금융감독당국, 이제는 중립성의 가면을 벗어던져야


어제 국감에서 권오규 부총리, “주식회사와 상호회사 성격 혼재” 밝혀
계약자 대표 포함한 새로운 자문위 구성하고, 모형의 가정과 자료도 공개해야


1. 지난 10월 19일과 20일에 진행된 금감위⋅감독원 국정 감사에서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생보사 상장 문제에 대해 “상장자문위의 중립적 상장방안 도출을 위해서 정부가 현 시점에서 견해를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과거 어느 때보다 중립적인 각계 전문가로 자문위를 구성했고, 따라서 이들의 활동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여러 차례 상장자문위 구성에 문제가 있음이 지적되었는데도, 이에 대해 제대로 된 검토는커녕 오히려 자문위와 그 보고서를 감싸주기에 여념이 없는 금감위원장의 이 같은 면피성 발언은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반면, 어제(30일) 재경부 국정 감사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생보사는 주식회사적 성격과 상호회사적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고 분명하게 밝혀, 금감위의 무책임한 태도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입장을 보였다. 


 증권선물거래소가 마련할 생보사 상장방안은 재경부와의 협의를 거쳐 금감위가 최종 승인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생보사 상장방안 마련에 최종적인 책임이 있는 금감위가, 협의권자인 재경부와는 달리, 중립성의 가면을 쓴 채 사실상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현 상황은 참여정부 국정난맥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경실련(공동대표: 김성훈, 법등, 홍원탁)⋅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참여연대(공동대표: 박상증, 이선종, 임종대)는 보험계약자의 권익보호라는 자신의 존립근거를 부정하고 생보업계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금감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계약자 대표를 포함하는 중립적인 상장자문위를 조속히 재구성하여, 계약자 보호와 생보산업 발전의 초석이 될 올바른 생보사 상장방안을 마련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


2. 한편, 상장자문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또 다른 주요 요인은 바로 상장자문위원장인 나동민 박사(KDI)의 구차한 변명과 후안무치한 말바꾸기에 있다. 


 지난 20일(금), 금감위 국정 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나동민 상장자문위원장은 정무위원회 소속 고진화 의원(한나라당)의 자문위원회 구성의 중립성에 대한 추궁에 개별 자문위원이 비밀 준수 서약 등을 했다며, 자문위의 중립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어제(30일) 재경부 국정 감사에서도 이번 자문위원을 선정할 당시 전문성보다도 중립성에 중점을 두고 자문위원을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자문위의 중립성에는 어떤 문제도 없다는 견해를 재차 밝혔다. 그러나 회계법인의 고위 임원이 소속 회사의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평생을 업계에 속해 일해 온 사람이 계약자와 업계 간의 공정한 이해 조정자 역할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립성이 서약한다고 보장되는 것인가? 중립성과 공정성의 판단 기준은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담당업무의 성격’이다.  


 한편, 국정 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나동민 위원장은 생보사의 성격 및 상장방안과 관련하여 1999년 및 2003년과 180도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어, 그의 입장 변화가 어디에서 연유된 것인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나동민 박사는 1999년 8월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1차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서 ‘생보사는 주식회사와 상호회사의 중간적인 형태의 혼합회사이며, 과거 계약자에 대한 이익배분은 공익재단에 주식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2003년에는 상장자문위원장으로서 내부유보액의 자본적 성격 인정을 기본 내용으로 하는 ‘권고안’을 갖고 업계의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는 사실은 본인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후 새로운 이론의 발전에 따라 입장을 바뀌었다는 나동민 위원장의 변명은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17년간의 논의를 뒤집을 만큼의 크나큰 이론 발전이 2년 반 만에 이루어졌다는 말인가? 이번 상장자문위가 배당의 적정성을 계산하기 위해 새롭게 사용했다는 모델은 최근에 등장한 기법이 아니며, 모델의 결과는 그 가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학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리고 업계 이익의 대변자로 변신한 나동민 위원장의 말 바꾸기 행보에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


3. 상기 3개 단체가 누차 강조해왔듯이, 생보사 상장의 기본 원칙은 생보사가 ‘이익배분 등에 있어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을 온전히 갖추고 있는 지를 확인하는 것, 다시 말해 주식회사의 속성에 부합되지 않는 점이 있다면 이를 해소한 이후 상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주식회사’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는 것이 ‘주식회사로서의 속성’ 전부를 충족시킨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2006년 상장자문위는 5개월간의 논의 끝에 지난 7월 13일 생보사의 성격을 주식회사로 규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실제 운영에서의 상호회사적 성격을 인정했던 과거 자문위(1999년, 2003년)의 결론을 완전히 뒤집었다. 


 어제(30일)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생명보험사의 성격에 대한 재경부의 시각을 묻는 재경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민주노동당)의 질문에 “생보사는 주식회사적 성격과 상호회사적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고 밝혔다. 1990년 생보사 상장 논의 당시 생보사 감독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구)재무부의 입장에 대해 명확하게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국내 생보사가 비록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되었으나, 그 경영면에서 상호회사적 성격이 혼재되어 왔음은 이렇듯 정부도, 계약자도, 심지어 업계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한데도 오직 이번 상장자문위만이 법적 외형을 들먹이며, 지난 17년간의 논의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생보사가 ‘법’적으로 주식회사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생보사 상장 문제의 본질은 법적 외형이 아니다. 과거 생보사가 주식회사로서의 외형에 걸맞게 경영되지도 않았으며, 그렇게 감독되지도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4. 자문위 구성과 그 상장방안의 중립성과 공정성은 일방적 주장으로 보장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금융감독당국이 진정 보험계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문위의 그간의 논의 내용과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계약자 대표가 참여하는 중립적인 상장자문위를 재구성하여 생보사 상장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미 나동민 위원장이 밝힌 바와 같이 생보사 상장은 시한을 두지 않고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17년간의 논의를 이번에야말로 매끄럽게 매듭짓고 싶다면 지적된 문제점을 제 때 시정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상장요건을 갖춘 생보사는 당연히 상장할 수 있다. 또 생보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상장을 통한 자본확충의 필요성도 절실하다. 그러나 정부와 상장자문위가 지금과 같은 비합리적이고 무책임한 자세를 계속 고집한다면, 계약자와 생보업계와 국민경제가 치러야 할 비용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문의 : 경제정책국 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