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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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이야기] [서평] “용돈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201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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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을 읽고



신슬기 (인턴)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쓴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을 읽게 되었다. 머리도 식힐 겸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중 이렇게 잘난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행복한 가정생활을 보내고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데 즐거운 나의 집을 읽을 당시 나의 집은 즐겁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나 스스로 가정이 즐겁지 못하다고 느꼈다. 다른 이들에 비해 내 가정은 마냥 부족하고 초라하기만 한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 정말 사랑해요~)

이 책을 고른 것이 후회되기도 한다. 가족을 위한 용돈 지출이 꾸준히 늘어났으며(^^), 나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불효자로 남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너무 가벼운 소설을 권하는 것이 아닌지 걸린다. 소중한 경실련 분들을 졸지에 불효자 혹은 못난 부모로 만들어 버릴지 않을까 걱정도 앞선다. 하지만 이 소설이 생각보다 단순하지도, 유치하지도, 가볍지도 않으며 내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소설은 열여덟 소녀 위녕이 친엄마의 집에서 여섯 번의 계절을 보내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위녕의 ‘즐거운’ 가족 구성원은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한 철부지 친엄마, 친엄마에게 딸려온 성이 다른 동생 2명이다. 비록 불완전한 가족과의 생활이지만 이를 통해 위녕은 그간 상처로 남아있던 자신의 가정을 돌아보고 치유하며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그리고 결국 위녕에게 가정은 ‘즐거운’ 존재로 남는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위녕은 즐거울 수 없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작가의 실제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의 가정은 생각보다 부유하지도 크게 화목하지도 않았다. 남편도 한 명이 아니었다. 위녕은 이러한 가정과 엄마를 둔 채 절대 행복할 수도 즐거울 수도 없었다.

그러나 어쩌면 지금까지 나는 행복한 가정의 조건을 엄청난 기준에만 근거해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말하는 완벽한 가정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모두가 생각하는 완벽한 가정이라는 것은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그동안 나는 어떤 모습의 가정을 원했기에 그리도 내 보금자리를 불평해왔던 것일까? 책을 덮자 엄청난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결론을 지었다. 치열한 삶 속 험한 벼랑 끝에 몰리는 나를 이겨내게 해주는 베이스캠프와 같은 존재가 바로 나의 가정이라는 사실을… 설사 그것이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서 조금 뒤쳐진 미흡한 모습이라 해도 나를 감싸주고 쉬어갈 수 있게 해준다면 그곳은 나의 유일한 보금자리이자 가정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책을 덮고 방에서 나왔다. 현관문에 보이는 내 신발이 책을 읽기 전의 내 마음처럼 매우 흐트러져 있었다. 나는 신발을 닦고 정리했다. 옆에 흐트러져 있는 동생의 신발, 엄마 아빠의 신발까지 모두 깨끗이 닦고 정리했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근사한 저녁을 먹기 위해 모아뒀던 비상금을 꺼내 쥐고 거실로 나갔다. 그날 즐거운 우리 집 저녁메뉴는 꽃등심이었다.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와 닿았던 본문의 구절을 몇 줄 적어본다.

“누가 그러더라구. 집은 산악인으로 말하자면 베이스캠프라고 말이야. 튼튼하게 잘 있어야 하지만 그게 목적일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그게 흔들거리면 산 정상에 올라갈 수도 없고 날씨가 나쁘면 도로 내려와서 잠시 피해 있다가 다시 떠나가는 곳. 그게 집이라고. 하지만 목적 그 자체는 아니라고. 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서 결코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라고. 삶은 충분히 비바람 치니까. 그럴 때 돌아와 쉴 만큼은 튼튼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