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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상설 독립기구로 설치하라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상설 독립기구로 설치하라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월 30일, 인구편차를 3대 1까지 허용한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 규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또한 내년 말까지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2대 1 이하로 바꾸라는 입법기준을 제시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직접적인 조정 대상은 246개 선거구 중 62개 선거구지만 사실상 전면적 선거구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실련은 이번 계기를 통해 당리당략에 의해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해왔던 정치권의 행태를 바로잡고, 나아가 선거구 획정차원을 넘어 근본적인 선거제도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상설 독립기구화 하라.

현행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국회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독립성을 가지지 못해 국회의 자문 기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제출한 안이 최종 결과에 반영되는 정도가 미흡하고, 현역 의원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먹기식 선거구 획정과 게리맨더링 문제를 야기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하다. 또다시 선거구 획정 논의를 정치권이 주도할 경우 기득권 지키기와 소모적 정쟁이 명약관화(明若观火)한 상황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거구 획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의회가 선거구 획정을 주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국회 밖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두고 있다. 더 이상 당리당략적 선거구 획정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상설 독립기구화하고, 그에 맞는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시급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획정위 권한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기는 것도 방안이다. 위원회의 구성 역시 직접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을 전면 배제하고 학계와 언론계,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하도록 하되 전문성과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에 강제성을 부여하라.

현행 선거구 획정의 문제는 결국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이 법률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위원회의 획정안을 국회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여야의 합의에 따라 마음대로 획정안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국회의원들의 이익에 따라 선거구 재획정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싸움이 되풀이 되고, 선거에 임박해 각 정당과 의원들의 이해에 따라 선거구 획정이 적당히 타협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렇듯 선거구가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상설 독립기구화와 함께 위원회의 선거구 획정안에 권위와 구속력을 부여해야 한다. 국회는 획정안에 대해 수정의결 할 수 없도록 하고, 본회의에서 가부 투표를 통해 의결해야 한다. 다만 국회가 획정안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1회에 한해 위원회에 수정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되 다시 제출된 수정안의 경우 예외 없이 의결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위원회의 획정안 제출 기한과 국회의 의결 기한을 법률에 명시해 선거에 임박해 국회가 선거구를 마음대로 획정하는 행태도 방지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여야는 혁신 경쟁을 벌이며 앞 다투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 문제를 정치개혁의 과제로 내놓았다. 투표가치의 평등과 함께 지역 대표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상설 독립기구화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각계의 의견수렴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매몰되어 또다시 국민들의 염원을 져버린다면 돌이킬 수 없는 정치 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