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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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평화] [성명] 남북당국회담 무산에 따른 경실련통일협회 입장

 

전략적 로드맵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 남북회담 

 

박근혜 정부가 바로잡아야 할 것은 격(格)이 아닌 남북관계

남북 모두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남과 북은 수석대표의 격(格)을 놓고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오늘(12일) 열릴 예정이던 당국회담이 결국 무산되었다. 회담 일시, 장소, 의제까지 모두 합의해 놓고 수석대표 격을 이유로 바로 전날 회담이 무산된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남북당국회담을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북한의 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책임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 주변국간 정상회담이 잇따르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수세에 몰린 북한의 선제적인 대화제의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협상의 주도권을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압박을 통해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는 기 싸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군사회담을 빼고 개성에서 회담이 진행되었음에도 남한은 굳이 판문점을 장소로 고집했고, 관례적인 수석대표 격을 수용하는 여유도 보이지 못했다. 회담의 모양새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통일부와 국정원의 부총리급 역할을 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협상에 내세우라는 북한이 받기 어려운 카드를 내밀었고, 협상 결렬 이후에도 옹색한 책임 떠넘기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협상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북한을 굴복시키려 했던 이른바 ‘갑(甲)의 횡포’ 보다 더욱 큰 문제는 대북정책의 전략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MB정부 이후 오랫동안 악화된 남북관계에 내재된 기 싸움의 관성을 무시한 채, 실무회담 없이 즉흥적으로 장관급 회담을 제시하는 조급증을 보이면서 남북관계 현안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로드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 한반도 상황은 격식을 따질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당장 하루가 급한 개성공단 문제를 비롯해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또한 이달 말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당사자로서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남북당국회담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에게 요구되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관계 개선이지, 격식이나 형식 같은 사소한 문제가 아님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사)경실련통일협회는 박근혜 정부가 대화의 문이 열렸다는 말만 반복하지 말고 스스로 문을 열고 적극적으로 대화의 장으로 들어가는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기를 촉구한다.

 

 

2013년 6월 12일

 

(사)경실련통일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