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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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소득파악과 탈세 근절 및 비과세ㆍ감면 축소 없는 세율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다

지난 14일 재경부 장관은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의 폭을 확대하고 일부 직접세의 세율을 중장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실련>은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제도가 미약하 여 신용카드 사용의 확대 유인책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소 득공제 한도를 높이는 것은 바람직 한 것으로 일단 환영한다. 그러나, 신용카드 사용의 활성화로 과표가 많이 양성화되고 있으므로, 세율을 그대로 두면 조세저항이 우려된다는 정부의 세율인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작년의 13조원 가량의 세입 초과분 중 과표 양성화로 인한 소득세수의 증가분으로 볼 수 있는 것은 1조 9천억 원 가량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작년 한 해의 일시적인 경기 호조와 증시활황에 힘입은 법인세수와 증권거래세수의 증가 때문이다.


 더구나 앞으로의 경기와 증시 전망이 밝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도 작년과 같은 세수입 증가가 반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또한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탈세가 만연되 어 있으며 탈세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과표 양성화가 빠른 속도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분명 하지 않다.


정부의 세율인하 논의가 시기상조인 보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볼 때 조세부담율이 높은 편이 아니다. 1998년 GDP대비 조세부담율은 19.1%로 OECD국가 중 세번째로 낮은 수준 이며, 2000년, 2001년의 조세부담율 전망치인 20.7%로 비교해도 역시 같은 수준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각종 조세 감면제도가 과다하며, 세원 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자영자의 64%가 과세미달자일 정도로 세원이 극도로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선진국과 비교하면 유효세율이 매우 낮다.


둘째, 국가채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각종 보증채무 등을 고려한다면 국가채무가 GDP의 70%에 이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세율의 인하는 자칫 재정 불건정성을 만성적으로 고착시킬 우려 가 있다.


셋째, 근로소득세의 과세자비율이 50%정도인 수준에서 저소득 계층은 어차피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율을 인하하면 결과적으로는 고소득 계층에게 보다 많은 이익이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섣부른 세율인하는 IMF 경제위기 이후 심화되고 있는 빈부 격차를 더욱 악화시 켜 분배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


넷째, 국민연금 갹출료, 건강보험료 등 강제부담금의 요율은 지속적으로 인상하면서, 세율을 낮추는 것은 지나치게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치중하 는 하는 반면에, 사회적 형평성의 제고를 위한 재정의 역할을 방기하는 무책임한 처사로 생각된다.


다섯째, 경실련이 시민입법청원한 내용과는 다르게 예산증가한도의 억제 등 핵심적인 사항을 제외한 채 「국가채무축소와 재정건전화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상황에서 세율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 다.


여섯째, 2000년 세계잉여금을 국가채무축소에 쓸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거론되고 있는 세율인하는 균형있 고 계획성 있는 재정운용과는 거리가 멀다.


일곱째, 아무런 논리적·객관적 근거도 없이 정부가 현 시점에서 세율인하를 불쑥 들고 나온 것은 내년에 있을 선거에 대비한 표심 잡기의 일환으로 또 다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들 게 한다.


이에 <경실련>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재경부 등 정부 당국은 성급한 세율인하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둘째, 세정당국은 세원의 확대 및 탈세 근절을 위해 전력을 다하라.


셋째, 정부와 국회는 속히 「국가채무축소와 재정건전화를 위한 특별법」을 원래의 취지에 맞게 제정하고 이 특별법의 테두리 안에서 2000년 세계 잉여금의 처분과 세율인하를 논의하라.


<경실련>은 세제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탈세를 근절하고 비과세 및 조세감면을 축소하는 등 세원을 넓히는 것이 급선무이며, 세율의 인하는 이후에 신중히 고려할 사항임을 정부당국이 깊이 인식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