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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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손숙미 의원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지난 4월 6일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건강보험 수가의 결정 과정에서 ‘공정성’과 “계약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에서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본질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의 주인인 ‘국민’을 건강보험과 관련한 주요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손숙미 의원의 개정법률안은 지금까지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 ‘의료계 대표’, 정부 및 공익대표가 논의하며 결정해 오던 사회적 합의 구조에서 ‘건강보험 가입자’를 전면 부정하는 파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주인인 ‘국민’을 대표하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의견이 건강보험 관련한 정책 결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구조를 전면 부정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당사자 간 계약의 자율성을 해친다?” “당사자는?”


건강보험 수가의 협상 당사자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며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계’이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수가협상 과정에서 건강보험 가입자의 의견을 받아 협상을 대리토록 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 수가 협상은 당사자의 한쪽이라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렬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결정이 이월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것이 자율성을 해치는 것인가?

손숙미 의원은 법률 개정안의 취지를 밝히면서 건강보험 수가 결정에서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들이 모여있는 ‘재정운영위원회’의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며, 이는 의료계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편파적 인식이다.
매년 진행되는 건강보험 수가에 대한 결정은 누구에 의한 일방적 결정이 아닌 ‘협상’에 의한다. 여기서 이와 같은 제도적 구조로 볼 때 건강보험 수가 결정에서 재정운영위원회의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된다는 주장은 재정운영위원회의 의견이 객관적이고 타당함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모든 협상과정에는 갈등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수가협상과정의 갈등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 못이다. 건강보험 수가협상을 위해서라면 협상의 당사자들이 근거있고 설득력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 나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논박과 갈등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재정운영위원회의 일방적 의견 반영?” “근거에 의한 협상이다.”


그동안 건강보험 수가는 근거나 원칙 없이 아무렇게나 결정된 적은 없다.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계가 각각, 때로는 공동으로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고, 그 연구결과에 기초해 협상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건강보험 상황에 맞는 연구 방법론도 발달했다. 의료기관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거시경제학적 지표를 활용하는 방법, 미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수가 결정 방법, 경영수지에 의한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수가협상에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의료계는 원가를 기준으로 한 수가 방식을 고집했다. 특히 의료서비스의 특성상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이를 어떻게 원가에 반영할 것인가, 어떤 범위까지 원가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가 등에 대한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은채 연구자와 자료제공자(의료기관)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결과만을 놓고 협상을 고집했다.

이런 점을 전반적으로 감안해 볼 때 건강보험 수가 협상에서 의료계의 근거가 오히려 취약하며 공정하지 못했다고 평가해야 한다. 요구자 일방의 근거없는 주장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상대방의 정당한 의견을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입자의 정당한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공정성 확보’인가?


현재 건강보험 재정운영은 지출 규모를 먼저 정하고 여기에 수입을 맞추는 구조이다. 여기서 건강보험 지출에는 ‘건강보험 수가’와 진료량, 의료기관의 수, 노인인구 증가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중 ‘노인인구 증가’와 같은 장기적으로 영향이 큰 요인이 아니라 1년 단위로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건강보험 수가’와 ‘진료량’이다. 결국 ‘건강보험 수가’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건강보험료 인상에 매우 큰 영향요인이 된다.

그런데 손숙미 의원이 낸 법률 개정안에는 건강보험료에 영향을 미치는 ‘건강보험 수가’ 결정 과정에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의 의견은 참고만 하고, 의료계와 건강보험공단이 알아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국민들에게는 “알아서 결정할테니 보험료만 잘 내면 된다”는 식이다.

결국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면서 건강보험에서 집단적으로 구매를 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은 ‘건강보험 수가’ 결정에서 단지 참고만 할 뿐, 참여하는 것을 배제시키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을 보험료만 납부하면 되는 수동적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것이 손숙미 의원이 바라는 ‘공정성’이고, ‘계약의 자율성 확보’란 말인가?

공익위원의 수를 늘리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변할 수 있는가?


이처럼 손숙미 의원의 법률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가입자를 부정하고 무시하고 있다. 협상의 당사자이자, 건강보험 서비스 이용자인 가입자에 대한 기본적 시각에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손숙미 의원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 ‘건강보험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로 공익위원의 수를 늘리자고 제안하였다. 현재 건정심 위원의 구성이 가입자대표 8명, 의료공급자대표 8명, 정부 및 공익대표 8명에 위원장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 차관을 포함하여 25명으로 되어 있었는데 여기서 공익대표 4명을 추가하여 가입자대표 8, 공급자대표 8, 정부 및 공익대표 12로 하자는 제안이다. 이와 같은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공익대표의 위원 수가 늘어나면 결국 건정심은 정부와 보험자의 의도대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면 건정심 위원의 위촉과 임명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가입자와 공급자, 정부 및 공익대표가 동등한 수로 구성되어 있을 때도 표결로 할 경우 항상 정부가 바라는 바대로 결정되어 왔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공익대표의 수를 늘리면 이런 상황이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결국 당사자들 간의 합의 대신 대표성이 약한 위원들의 표대결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수용성이 담보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공익대표를 늘린다고 해서 지금보다 건정심의 의사결정이 공정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근거가 없다. 현재까지 건정심 운영에서 볼 때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고,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걸려있는 의료공급자에 비해 전문성이 약한 가입자대표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익대표를 늘리는 것이 적절한 해법일 수 없다. 건정심에 참여하는 각 위원들이 각자 국민이나 의료계의 의견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장치가 더욱 중요하다. 위원의 수가 늘어난다고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

셋째, ‘건강보험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라는 기준이 모호하다. 기준이 모호할 경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정부나 보험자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이런 자의적 기준을 넣는 것은 결국 위원의 대표성과 절차적 민주성을 흔드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건정심 구성에 대한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건정심 구성의 변화 역시 건정심 안에서 논의와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이런 식으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해서는 안된다.

‘요양급여비용계약분쟁조정위원회’는 옥상옥의 비효율을 낳는다


현재에는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계 사이에서의 건강보험 수가 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손숙미 의원의 입법 발의안에는 ‘요양급여비용계약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쟁조정위)’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건정심의 권한은 축소되고 또 하나의 위원회가 옥상옥으로 설치되는 비효율을 낳게 될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 간의 설득과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닌 타인에 의해 강제된 결정을 받아들이게 되는 상황이 된다. 게다가 만일 협상의 당사자가 이런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는 어쩌자는 말인가?

차라리 분쟁조정을 위하여 공정성을 담보하는 별도의 전문위원회를 건정심에 설치하여 운영하는 방안이 나을 것이다.

결국 수가협상의 결렬은 또 하나의 위원회를 만들어 해결하면 되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서로간에 근거있는 자료를 놓고 검토하고 합의하는 과정에서의 경험이 축적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가 형성되고 발전되는 과정이며, 건강보험 제도가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손숙미 의원은 입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를 ‘건강보험가입자위원회’로 전환하고 본래의 역할을 부여하여야

이상에서 검토한 내용과 같이 손숙미 의원의 입법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건강보험의 주인인 국민을 배제하거나 권한을 축소시키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시대착오적 악법’이다. 이런 점에서 손숙미 의원이 진정 민주주의를 원하고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 제도를 원한다면 입법 발의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만일 철회하지 않는다면 손숙미 의원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를 망친 인물로 역사가 기억하게 될 것이다.

건강보험 제도는 국민의 것으로 되돌려져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를 ‘건강보험가입자위원회’로 전환하고, 건강보험 보장수준과 연계하여 보험료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입자위원회에 부여해야 한다. 또한 건강보험 수가 협상 역시 건강보험가입자위원회가 의료공급자들과 직접 당사자들 간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이것이 2000년 “국민건강보험법” 제정 당시 재정운영위원회가 수입(보험료)과 지출(수가)을 관리하도록 합의하여 정한 것이었으나, 특별법의 운용과정에서 왜곡되었다. 따라서 재정운영위원회 기능의 원상복귀는 당연하다.

민주주의는 쉽지 않다. 서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면서 배려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기본이다. 배제하고 짓눌러서 되는 것이 아니다. 의료공급자와 정부가 건강보험의 주인인 국민, 건강보험 가입자대표를 껄끄럽게 생각하여 배제하려는 태도가 안타깝고 부끄럽다.



2010년 4월 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민연합, 소비자시민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건강연대 (건강권 보장과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 )
□ 시민사회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울YMCA시민중계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참여연대,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의료생협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 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사회보험지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연구노조 보건사회연구원지부, 연세의료원노동조합, 건보공단 일산병원노동조합 □ 농민단체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 진보의료단체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기독청년의료인회, 행동하는의사회 □ 지역단체 대전참여자치연대,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광주전남지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광주전남지부, 광주전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사회보험지부 광주전남지회, 광주지역보건계열 대학생협의회), 부산보건의료연대회의(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지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부산지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부산지부, 참의료실현 부산청년한의사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사회보험지부 부산지회/공공서비스노동조합의료연대본부 부산지역본부/진보신당 부산시당 건강위원회(준)/민주노동당 부산시당)


[문의. 사회정책팀 02-3673-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