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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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술, 담배 등에 부과되는 죄악세 도입에 대한 경실련 입장

복지부 산하 보건의료미래위원회가 지난 6일 전체회의에서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 예방 관리를 위해 주류, 고열량 정크푸드 등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고 담배의 건강증진부담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술, 담배, 도박, 경마 등과 같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에 부과되는 죄악세(Sin tax)는 소득의 여부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간접세 형식으로 많은 선진국에서도 건강 위해요인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값을 높여 부담금을 매기는 가격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부자와 재벌 대기업의 세금부담을 줄이기 위한 감세조치가 유지되고 있고 저소득층의 지원과 공공보건의료가 취약한 상황에서 죄악세 도입이 저소득층의 부담만 키워 소득역진성이 심화될 수 있다. 더욱이 건강증진기금의 경우 기금을 조성한 본연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기금의 평균 60, 70%가 건강보험재정을 보전하는데 사용되고 있어 기금 운용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건강에 유해한 요소에 대한 부담금을 늘린다고 해도 대부분이 건강보험재정을 보전하는데 이용되면서 정부의 재정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건강보험 재정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로 재정확충에 급급하여 죄악세를 도입할  경우 국민건강증진 목적이 아니라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고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 서민층의 희생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실련은 정부가 재정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근본대책을 마련하기보다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에 의존해 온데서 벗어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주안점을 둠으로써 정부 재정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다는 비난을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 각종 세금과 물가인상 등으로 서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지고 고통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힘없는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방식에 의존하는 것은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고자 한다.

건강보험 재정확충 방안은 국민 호주머니를 터는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지원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중 14%는 일반회계에서, 6%는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정부가 국고 지원한 실제 비율은 2007년 17.3%, 2008년 16.7%, 2009년 18.5%로 법에 규정한 20%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금까지 국고지원 사후정산제도와 미지원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또 2010년 건강보험은 1조2994억원 적자로 수입은 연평균 11% 증가하는 데 비해 진료비는 13%씩 늘고 있다. 게다가 65세 이상 고령층에 지출되는 진료비가 건보 전체 지출액의 30%에 달해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국고로 지원하던 차상위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도 2008년부터 국민건강보험으로 넘어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 정부지원이 더 필요해 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보재정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높이고 현재의 낭비적인 지불 구조와 왜곡된 공급체계로 인한 지출을 개선하고 불법으로 가득 찬 약값거품 문제 등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 보다 높다. 하지만 정부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막겠다며 환자들에게 약제비 본인부담을 인상할 때도 실제 원인을 제공해 온 대형병원의 공급량을 통제할 수단에 대해서는 이해단체의 반발을 이유로 회피하면서 국민들의 부담을 늘리는 손쉬운 방식으로 땜질처방을 해왔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지출과 관련하여 공급량을 통제할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방식으로 재정안정 대책을 세우는 것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출의 효율화가 우선되지 않는 재정확충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다는 점에서 건강보험 재정의 국고지원 확대나 취약계층의 지원 확대 방안 등을 늘리고 과잉진료와 약제비 과다지출 등 비효율적 지출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미룬 상태에서 환자나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만 접근할 시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조성목적에 부합하도록 기금을 운영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금은 일반회계가 수행하지 못하는 사업을 보완하는데 설치의의가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이 원칙과 어긋나 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은 1995년 국민건강증진사업 추진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됐다. 인구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늘어날 사회적인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전적 예방 차원의 건강관리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담배부담금을 통해 조성된 기금은 10년 동안 징수액이 260배 이상 늘어나 현재 1조9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증진기금이 담배부담금으로 마련됐음에도 2002년~2007년 평균 72%를 건강보험에 지원하고 있다. 기금의 1% 남짓한 돈만이 금연사업에 투자되고 이마저도 2008년 312억원에서 해마다 줄어 2011년은 246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담배부담금을 주재원으로 조성된 국민건강증진기금의 대부분이 금연 및 건강증진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업에 사용되고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건강보험재정을 보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감사원은 이미 지난 2003년에 국민건강증진기금이 재원과 목적사업의 연계성이 낮다고 평가하고 예산사업으로 추진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데도 별도 기금을 설치·운용하고 있어 폐지 권고를 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민건강증진기금 목적에 부합할 수 있는 기금운용 개선에 대한 노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에 유해한 요소에 대한 부담금을 늘린다고 해도 건강보험 재정을 보전하는데 이용되면서 정부의 재정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죄악세가 간접세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 시 고소득층 보다 저소득층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되어 소득역진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2011년도 예산·기금안에서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던 보건소 금연클리닉 예산 166억원이 전액 삭감된바 있어 이러한 문제의식을 더욱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죄악세를 확대하는 것은 부족한 재정을 확충하는데 급급하여 정부의 재정책임을 국민에게 돌리고 힘없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것으로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문의] 사회정책팀 02-3673-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