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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스포츠이야기] 독이 든 성배, 지자체의 국제대회 유치

독이 든 성배, 지자체의 국제대회 유치

 

김건호 국책사업감시팀 부장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다. 몇 가지 해프닝도 있었고 조직위원회의 실수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진행되었다는 게 중론이다. 언론에서는 이로써 우리나라가 3대 국제스포츠 이벤트, 즉 올림픽과 월드컵 그리고 세계육상대회를 모두 성공적으로 치러낸 스포츠 강국임을 강조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그리고 화룡정점격인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의 주문 또한 잊지 않는다.

 

이렇게 규모가 큰 국제대회를 유치하거나 개최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막대한 경제효과다. 이번 대구 세계육상대회도 대회 개최 전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를 합치면 8조원의 경제효과를 낳는다는 분석이 발표된 바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최대 64조원까지 나왔다. 이를 다루는 언론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까지 개최되었고, 앞으로 줄줄이 열릴 국제경기대회는 끊임없이 황금알을 낳고 있는 거위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막대한 적자, 무모한 유치 경쟁의 악순환

 

이번에 끝난 대구 세계육상대회를 위해 대구시가 투입한 비용은 3,084억원. 반면 입장료, 선수촌 임대료 등 수입은 924억 원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2,160억원 적자다. 대구 세계육상대회뿐만 아니라 이전에 열렸던 모든 국제대회는 대회가 끝나면 적자였다. 단기간에 열리는 국제대회를 통해 기반시설 등 인프라 구축에 들어간 비용을 당장 뽑아낼 수는 없는 터. 적자가 당연해 보인다. 이 때 등장하는 것이 단순히 금액으로만 환산할 수 없다는 경제효과다. 대회를 운영하는 주최 측은 국가브랜드 가치제고, 지역홍보, 고용유발효과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들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을 잊지 않는다. 대구시의 경우도 홍보효과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할 때 사실상 흑자 대회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제 막 끝난 대구 세계육상대회를 평가하기 어렵다면 이전에 열렸던 대회들의 손익계산은 어떻게 남았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국제경기대회 유치로 인해 막대한 예산낭비가 발생했지만, 국제경기대회를 유치하려는 지자체들의 무모한 경쟁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28일 감사원은 ‘지자체 국제행사 유치 및 예산집행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국비가 10억 원 이상 투입된 국제행사는 28개. 총사업비는 1조676억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수입금은 1,918억원에 불과했다. 8,678억원의 적자가 났다는 이야기다.

 

이 중 대표적인 예산낭비의 사례는 작년부터 시작해서 2016년까지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전라남도가 F1 대회 사업타당성을 검토하면서 적자사업을 흑자사업으로 왜곡시켜 당초 예상한 1,112억원의 수익은 고사하고 실제로는 4,855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되었다. 개최 전 1조8,000억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온다는 ‘황금알’이 전남 재정을 파탄시킬 수도 있는 폭탄으로 전락한 것이다.

 

사전에 시설물에 대한 사후이용 및 관리방안이 치밀하게 준비되지 못한 국제대회가 두고두고 부작용을 낳고 있는 사례도 허다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월드컵 경기장.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지어진 전국10개 월드컵경기장 중 서울, 부산, 광주, 수원을 제외한 6개 구장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연례적인 적자상태에 놓여있다. 이번에 세계육상대회가 열린 대구월드컵 경기장의 경우 2001년부터 2016년까지 해마다 100억~173억원의 막대한 돈을 세금으로 갚아나가야 하는 실정이다. 겉은 화려했지만 두고두고 골칫덩어리가 남은 셈이다.

 

‘장밋빛 희망’ 경제효과, 입증되지도 않았고 경험한 바도 없어

 

눈에 보이는 손익과 부채를 일단 제외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의 간접경제효과는 어디로 갔을까. 한일 월드컵 당시 한 연구소는 직접 부가가치 창출액 5조3,000억원, 생산유발효과 11조5,000억 원, 간접효과는 100조원으로 추산하였다. 하지만 이후 한국경제가 월드컵으로 인해 얼마나 혜택을 받았는지는 분석된 바도 없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극대화시켰다고 평가받는 서울올림픽의 경우도 올림픽 개최 이후 되레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부산아시안게임의 경우 개최연도인 2002년 외국인관광객은 130만 명이었는데 2003년에는 91만 명,2006년엔 102만 명으로 대회 이전과 비교해 오히려 관광객 유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국제경기대회가 짧은 시간동안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역경제나 국가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유의미한 데이터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과거 다른 나라의 경험을 봐도 흑자를 거둔 대회는 찾아보기 힘들고 지출도 개최 전 예상보다 훨씬 증가하여 오랜 시간동안 해당 지자체와 정부를 괴롭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몬트리올 올림픽. 개막 전 몬트리올 시장은 “남자가 임신을 할 수 없는 것만큼이나 몬트리올 올림픽의 적자 가능성은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치르면서 짊어진 100억 달러의 어마어마한 부채는 30여년이 지난 2006년에서야 가까스로 청산할 수 있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경우도 당초 지출을 16억 달러로 예상했지만 실제 지출액은 160억 달러에 이르면서 10조원의 적자를 낳았고, 이는 현재 진행 중인 그리스 재정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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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주경기장의 전경. 애칭이었던 ‘거대한 경이(The Big Woe)’는 대회 후 ‘거대한 빚(The Big Owe)’으로 바뀌어 불렸다.

 

이처럼 국제경기대회 유치는 개최 이후 지역주민 그리고 국가 전체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실상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의 경우 경기장 조성 등 대회 준비과정을 통해 인천시와 산하 공기업의 부채는 2002년 6,462억 원에서 안상수 시장이 연임한 8년 동안 10조 원대로 15배 증가하였다. 앞서 말한 전남의 F1대회의 경우 지방채 등 채무로 부담해야 할 5,279억 원이지만 이를 어떻게 갚아나갈지 계획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가뜩이나 어려워지고 있는 지방재정에 ‘묻지마식’ 국제경기대회 유치가 치명타를 날리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지적해야 할 점은 국제대회 유치로 인해 정작 그 혜택을 누려야 할 우리 국민들의 생활체육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7월26일 발간한 ‘2010회계연도 결산 중점분석’ 자료를 보면 국민체육진흥기금 지원비 중 ‘생활체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08년 58.9%, 09년 53.5%,10년 35%, 11년 32.5%로 급속히 줄고 있는 추세다. 반면 국제경기대회 개최 지원을 포함한 ‘전문체육’비중은 08년 34.8%에서 꾸준히 증가하여 11년 64.2%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겉으로는 스포츠 강국으로 비쳐질지 몰라도 내실은 점점 빈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빛’이 될 것인가 ‘빚’으로 남을 것인가

 

이제 현실로 다가온 문제는 올해 세 번째 도전 만에 2011년 9, 10월호 43유치에 성공한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과 인프라건설비만 7조원이 넘게 들어가는, 대구 세계육상대회나 전남 F1 대회와는 규모가 차원이 다른 대회다. 하지만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보면 앞서 이야기했던 국제경기대회 유치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에서 교훈을 얻기는커녕 그 부작용들이 극대화되어 나타날 공산이 커 보인다. 

  

특히 경제효과라는 장밋빛 환상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과정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4조9,000억 원, 삼성경제연구소는 40조원으로 추정하였다. 그리고 올림픽 이후 평창이 세계적관광명소로 부상하여 향후 10년간 32조2,000억 원의 추가 관광효과가 발생한다는 내용도 덧붙여졌다. 그동안의 국내외 사례를 봤을 때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언론을 통해 아무런 여과 없이 절대불변의 진리처럼 전달되었다.

 

게다가 평창은 이미 동계올림픽 준비과정에서 알펜시아리조트가 부실에 빠지면서 강원도개발공사가 부채 6,730억 원을 떠안아 매일 이자만 1억 원씩 부담하고 있는 아찔한 상황에 놓여있다. 재정지출 효과의 타당성이 얼마나 있는지, 혹시 이를 다른 곳에 썼을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는 없는 것인지 등등 이를 검증하고 평가하는 작업은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메운 것은 유치 외에는 어떤 반론도 허용치 않는 집단주의와 찬양 일변도의 애국주의였다.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고, 자칫 잘못될 경우 수십 년 동안 후손에게 재앙을 물려줄지도 모르는 사업에 반론의 목소리는커녕 객관적인 평가마저 실종되어버린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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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의 경쟁도시인 독일 뮌헨에서 IOC 현지실사에 맞춰 유치 반대단체인 ‘Nolympia’ 주최로 열린 집회. 주요 경기가 열리는 뮌헨주 가미쉬-파르텐키르헨시에서는 유치 찬반을 놓고 주민투표까지 가는 진통을 겪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국내언론에 의해 ‘호재’로 연일 보도되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외에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3년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 굵직굵직한 국제경기대회들이 줄줄이 개최될 예정이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이제 와서 대회 개최를 반납할 수는 없는 일. 미국의 레이크 플레시드나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처럼 국제경기대회 유치를 통해 부자도시로 탈바꿈한 사례도 분명히 있다. 이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금이라도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초기단계부터 각종 인프라 시설의 대회 후 활용계획을 세밀하게 마련하여 후대에 빚을 남기지 않는 데에 힘을 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3전4기의 집념’과 ‘위대한 승리’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치밀한 검증과 평가를 통해 국제경기대회 유치에 접근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