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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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스포츠이야기] 흥국생명에게 ‘위기’란?

흥국생명에게 ‘위기’란?
김연경 선수 사태 그리고…



 

박지호 소비자정의센터 간사
jhpark@ccej.or.kr

  흡입력이 강한 칼럼은 아니지만, 실수로 자꾸 <스포츠 이야기>를 펼치는 독자 분들께 죄송스런 마음이 든다. 어느새 네 번째 <스포츠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정통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없는 것 같다. 대부분 특정 기업 혹은 기업인과 연관이 되어 있다. 스스로도 글을 마칠 때마다 비탄에 빠진다. 하지만 특정 기업 혹은 기업인에 대한 비판이 결국 스포츠와 우리 사회를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잊지 않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 여자 배구계 ‘메시’

  배구계 ‘사기캐릭터’ 등장!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기를 구사하는 캐릭터이다. 신장 192cm, 스파이크 높이가 307cm, 서전트 점프(제자리 높이 뛰기) 60cm에 육박한다. 그녀는 이렇게 불리운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 “여자 배구의 메시” 그렇다. 이번 <스포츠 이야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사랑하는 배구계 슈퍼스타 김연경 선수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의 굵직한 경력과 수상을 짧게 말해보겠다. 국내 V리그 데뷔 첫 해 신인왕, 득점왕, MVP 등 6개의 상을 휩쓸었다. 일본에 넘어가서는 2011년 일본 V리그 여자부 최우수선수상. 2012년 터키 페네르바체 유니버셜 소속으로 CEV(유럽배구연맹) 챔피언스리그 MVP와 최다득점상.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이 메달 획득에 실패했음에도 여자 배구 MVP에 선정. 올림픽 4위 팀에서 MVP가 나온 건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정도면 ‘여자 배구의 메시’로도 부족한 느낌이 든다. 메시에겐 호날두라는 라이벌이 있으니, 김연경 선수는 가히 세계 제일의 천재 공격수라 불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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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9일 김연경 선수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FA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

 

  ‘사기캐릭터’가 현실에서 존재하기 때문일까? 소속팀 흥국생명과 선수와의 극심한 마찰이 시작된다. 흥국생명과 김연경 선수는 한국배구연맹의 FA(자유계약) 규정에 대한 해석에 있어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며 마찰을 빚었다. 한국배구연맹의 “자유계약(FA)선수 관리규정”을 살펴보면, 제3조(FA선수의 자격취득)에서 “매 시즌 출장(경기투입)경기가 정규리그 전체 경기의 25% 이상일 경우 1시즌 경과로 인정하며 이 같은 기준조건을 6시즌 충족 시 자격을 취득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 있어 양측은 첨예한 대립을 보인다. 흥국생명측은 김연경 선수가 국내에서 4시즌 밖에 뛰지 않았기 때문에 FA선수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김연경 선수측은 흥국생명 소속으로 국내리그 4시즌을뛰었고, 임대로 해외리그에서 3시즌을 뛰었기때문에 도합 7시즌을 뛰어 FA자격을 취득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찌 보면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분할 노릇이다. 김연경 선수를 2005년 신인 드래프트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혀 세계적인 선수로 키우기 위한 투자 차원에서 해외리그로 단 한 푼의 임대료도 받지 않은 채 팀의 간판 공격수를 임대 선수로 보냈다. 흥국생명 측은 김연경 선수 없이 국내리그에서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어려움도 감수했다며 읍소하기까지 한다. 즉, 흥국생명에게는 김연경 선수가 팀의 간판스타고, 그녀가 없음은 팀의 위기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팀 성적과 기업이미지 등의 여러 차원을 고려했을 때, 김연경은 여론의 뭇매를 맞더라도 꼭 붙잡아야 하는 선수임은 분명하다.

 

흥국생명이 생각하는 ‘그들만의 위기’

  그런데 흥국생명이 끔찍이 싫어하는 ‘위기’가 무엇인가. 간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넘어가겠다. 김연경 선수가 입단한 후 흥국생명은 2005~6시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2006~7시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2007~8 정규리그 우승,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2008~9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2010년 수원 IBK기업은행컵 프로배구대회 우승, 2010~11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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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경 선수가 떠나 국내리그 성적이 곤두박질쳤다는 흥국생명은 2010년 컵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2010년시즌 챔피언결정전에까지 진출하여 준우승까지 한 것이다. 전쟁과 같은 스포츠 세계에서 1등과 우승이 아니면 무조건 패배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하더라도 김연경 선수가 있을 때 매번 우승하던 팀이 한번 우승을 빼앗겼다 해서 절체절명의 위기인 것인가?
  여기서 잠깐, 흥국생명의 ‘위기’에 관한 한 가지 이야기를 늘어놓고자 한다. 흥국생명이라는 기업은 ‘업계’에서 정리해고 악용의 아이콘으로 통하고 있다. 정리해고는 파산 위기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서만 시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행에 앞서 회사 측은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제도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2005년 1월, 매년 수백억원의 흑자가 나고 있는 기업이 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기업 경영 악화의 가능성에 따라 정리해고를 단행한다.

  이 2005년 정리해고가 문제가 되는 것은 흥국생명의 2003년 세후 당기순이익은 550억인데 반해, 2004년 세후 당기순이익이 263억으로 줄게 되자, 적자가 아니라 흑자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전년에 비해 흑자 폭이 줄어들었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당기 순이익이 그토록 갑자기 줄어들었을까. 그해 흥국생명은 부동산 취득, 희망퇴직위로금(73억), 전산장비구입(212억) 등에 400억여 원을 지출했다. 이는 곧 기업 스스로 사원들을 퇴직시키고 위로금을 지급하고, 회사를 위한 장비구입에 비용을 지출하고 ‘위기 상황이다’라는 코미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흥국생명과 스포츠팀인 흥국생명 핑크 스파이더를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도 있지만, 당신은 분리에 동의 할 수 있는가?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스포츠팀을 운영한다는 사실은 오래된 진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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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0월 29일 흥국생명 해고노동자들이 흥국생명 건물 앞에서 정치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십만배를 올리고 있다.

 

 

‘진짜’ 위기 타파를 위해

 

  김연경 선수의 부재에 따른 흥국생명의 ‘위기’는 여론과 국회의 압박 등의 이유로 피고용
인에게 유리하고 흥국생명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법원의 판결과 국회의 무관심 속에서 피고용인에게 불리하고 흥국생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며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가 현실보다 더 아름답기 때문인가? 눈에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 세상과, 해고 노동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면 ‘급진 좌파’라고 낙인찍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국회와, 개혁의 대상을 뽑으라고 하면 세 손가락 안에 꼭 포함 되는 사법계의 문제가 결합되어 현실의 흥국생명이 말하는 ‘위기’를 정당화해주며 지속시키고 있다.
  김연경은 모두의 관심 속에 벤치에서 일어나 터키리그에서 날고 있다. 이젠 그녀에게 보내줬던 관심을 조금이나마 흥국생명 부당 해고노동자들에게 보내줘야 할 것이다. 현실에서 ‘위기’는 흥국생명이 맞은 게 아니라 해고노동자들이 맞았고 여전히 그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 그들도 김연경 선수처럼 날고 싶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스포츠와 달리 현실세계에서는 9회말 투아웃 역전 만루홈런도,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선수도 없기 때문에 그냥 이렇게 마무리 짓고자 한다. 이 정도 글과 어떤 한 단체, 어떤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희망이 현실화 될 수 없다. 스포츠와 현실은 비통하리만큼 달라서 슬픈 이야기를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