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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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시대의 소리-빈곤 자살 느는시대, 제도유감






<월간경실련 9월호-시대의 소리>



빈곤 자살 느는 시대, 제도 유감    



위 정 희 경실련 사무처 국장



  “2003년 7월 말까지 가난에 따른 자살이 전체 자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로 2000년 3%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 7월 말 현재 자살자 6005명 중 빈곤으로 인해 자살한 사람은 408명으로 월 평균 58명(하루 2명 꼴)이 가난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다”, “…아이를 혼자 남겨 둘 수 없어 함께 죽습니다…” “…부부, 자녀 함께 자살-빚 독촉…”



월평균 58명, 하루에 2명 꼴로 빈곤 자살이 발생



 최근 연일 ‘가난을 이유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8년의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곤궁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율이 늘어났고, 개인적 자살이 아닌 가족전체의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어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특히, 빈곤 자살이 늘어나는 데에는 신용카드 남발에 따른 카드채무 급증과 개인신용불량자 급증에 따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2003년 7월말 현재 개인신용불량자는 3백 35만 명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는데, 경제활동인구 7명중 1명이 금융거래를 할 수 없으며, 용이하게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한계와 이것이 악순환 되어 우리사회에서 스스로 낙오되는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는 ‘대를 이은 빈곤’에 따른 빈곤 계층의 개념이나, 빈곤계층 지원정책이 아닌, ‘사회변화’와 ‘산업경제의 흐름’에 따른 ‘신 발생 빈곤’을 담을 수 있는 탄력적 제도여야 한다. 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수급대상만으로 정책적 ‘빈곤대상’을 삼고, 제도 운용의 잣대로만 빈곤대책을 마련하기에는 지금의 우리 사회, 경제 상황이 낙관적이지 만은 않아 보인다.



실질적 ‘사회적 안전 망(social safety net)’ 구축 절실하다.  


 빈곤 자살은 제도적인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타살’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이는 정책 시행 전반을 점검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지난 김대중 정부에서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고, 지난 5년 간 일반예산 증가율보다 2.5배나 빠른 속도로 복지예산이 증가돼 왔다는 보고가 있음에도 빈곤층이 늘고, 이로 인해 자살이 급증하는 것은 바로 정부 정책의 제도적인 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제도는 지난 IMF 이후 대량실업 사태와 빈곤층 양산 가속화, 소득의 양극화 속에서 사회적 불안해소라는 시급함과 함께, 지속될 구조조정, 노동 유연화 과정을 원활하게 시행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 망의 필요를 역설하던 시기에 제정되었다.


그러나 시행 3년이 다가오는 지금 제도의 실질적인 운용에 있어서 수급자 선정기준의 강화(소득평가액기준, 재산기준, 부양의무자기준 등), 낮은 생계급여, 자활사업의 한계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수급대상자는 135만 명인데, 이는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조사를 실시한 바가 없어 민간단체의 추정치에 이의를 얘기한다고 하더라도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2001년)에 따른 한국사회 빈곤계층의 규모는 370만 명 정도로 현재 정책대상자는 36% 정도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생계급여를 포함한 각종 급여가 비현실적으로 책정되어 그나마 받는 생계급여는 실제 수급자들이 손에 쥐어 본 적도 없는 추정소득과 부양비 간주 등으로 삭감 당하고 있다.


 여기에서 추정소득이란 ‘근로능력 있는 자로서 취업 및 근로여부가 불분명하여 소득을 조사할 수 없으나 주거 및 생활실태로 보아 소득이 없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수급자가 생계비지원 이외에 적은 소득이라도 있을 경우가 예상된다면 실제 소득이 없을지라도 미리 생계비에서 삭감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부양비 간주는 자녀, 며느리, 사위, 조부모, 손자녀, 생계를 같이하는 2촌 이내의 혈족(형제, 자매)이 있을 경우 실제 부양능력이 없거나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가 부양비를 주는 것으로 간주하여 소득으로 산정 되는 것이다. 더구나 교육급여는 실질적 운영에 있어서도, 고교 졸업 자녀의 취업을 상정하고 있는데, 상업고, 공업고교를 졸업하고도 취업할 수도 없는 시대상황은 이들을 예정된 실업 군으로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2002년 실업계 취업률 40%수준) 빈곤가정에 예비 된 타격으로 돌아오고 있다. 


빈곤가정의 가장 큰 복병은 질병이다. 이를 보호 지원하는 의료급여는 감기나 기침 같은 가벼운 증상에는 지원을 하면서도 만성질환이나 고액의 장기치료가 요구되는 질병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빈곤층의 질병 발생은 일반가정보다 3배, 빈곤가정의 만성질환은 34.6%로 보고 된 바도 있다. 여기 몇 가지만 보아도 제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데, 기초 수급자 선정법규를 바꾸거나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이상 기존의 불합리한 선정기준이 그대로 답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보완대책이 시급하게 마련 될 필요가 있다. ‘신 빈곤계층’에의 지원정책도 여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인 시대인식 아쉽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빈곤가구 대상 조사에서도(2002년) ‘가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로 ‘실업‘과 ‘질병‘이 각각 39.5%, 35.6%로 나타난 바 있다. 이렇듯 실질적인 운영의 현장에서는 정책적인 한계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최소한의 보호’를 기다리는 극한 상황의 빈곤 계층들에게 예산부족과 전달체계에의 행정인프라 미비, 전문인력의 부족 등의 이유가 한가로워 보이기만 하다.


특히 빈곤자살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기획예산처에 의해 마련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비 증액에 밀려 사회 안전 망 비용은 고려되지 않고 있음이 아쉽다. 기획예산처는 올해보다 2.7% 늘어난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했는데, 올해의 3% 이하 성장을 상정함에 따른 초 긴축 예산 편성이었다. 그러나 이 예산편성에 있어서 문제는 이 정도 소폭 늘어나는 예산의 60%가 국방비 증액으로 편성됨으로써 사회안전 망 구축 예산은 뒷전이라는 점이다.


예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직성 경비인 공무원 임금은 내년도 4.5% 인상으로 잡고 있어, 이러다가 빈곤층에 대한 사회복지 예산은 반대로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물론 초 긴축 예산 편성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빈곤가정’의 ‘사회 안전망’은 ‘생명의 안전장치’로 보아야 한다.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것이다. 


2003년도 우리나라 4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02만원이다. 즉 4인 가족 기준으로 소득이 없거나 102만원 이하인 가구에 대해 국가가 부족분을 보충해 준다는 것이다. 본인의 임금이 60만원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국가가 100만원을 보장해 준다니 정말 꿈 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기초법의 명제는 가난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수는 없지만 최저생계는 보장 받을 수 있으니 ‘살 만 하다’고 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법의 명제가 아닌 현실에서 살고 있는 빈곤계층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