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재벌/중소기업] 시장개혁에 역행하는 재정경제부 행태에 대한 경실련 입장


재벌 금융계열사 지분 의결권 유지와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등 재벌 주장에 부화뇌동하는 재정경제부는 각성하라


 


   최근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온 재벌계 금융회사의 계열사 지분 의결권 축소가 재계와 재경부의 반대로 논란이 되고 있다. 재벌 금융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제한은 금융회사의 고객자산이 재벌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및 출자 등에 이용되는 심각한 폐해를 차단하는 것으로 만약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재벌 총수 중심의 소유지배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와 같은 중요한 재벌개혁 정책에 대해 재정경제부가 재계의 주장에 부화뇌동하여 반대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재경부는 이 사안 뿐 아니라, 이전에 기업투자활성화 차원에서 출자총액제한제의 대폭적인 완화나 폐지를 주장했으며, 재벌의 부당내부거래를 감시하는 차원에서 유지가 필요한 공정위의 계좌추적권의 연장에도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단기적, 일시적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통해서 경제체질을 강화시키고 이안에서 경기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의 주무부서인 재정경제부가 주요한 재벌개혁 정책에 대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며 반개혁적 행태를 보이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재벌 금융회사의 계열사 지분 의결권 축소는 재벌 집단 계열 금융회사가 사금고 및 재벌 총수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이용되는 폐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재벌집단이 총수 1인 중심의 제왕적 소유지배 시스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이 제도는 그동안 전면 금지해 오다 2002년부터 정관변경, 임원 임면, 합병, 중요한 영업 양·수도 등에 한해 30%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이번에 이를 다시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보험·증권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가 점차 심화되는 추세이며, 실제 대기업집단의 자산 중 금융회사 비중을 보면 생명보험사는 1998년 42%였다가 2002년에는 52%로, 손해보험사는 45%에서 56%로, 증권사는 44%에서 52%로 각각 증가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국내기업들이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무리한 축소는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재벌계열 금융사의 사금고와 재벌 체제의 강화 등의 폐해를 직시하지 않은 채 재계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써 재경부가 과연 시장개혁에 분명한 의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현재와 같은 금융감독 시스템과 행태 하에서는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며, 재벌들의 사금고로 이용되는 현재의 감독상황 하에서는 의결권 인정이 가져올 병폐가 훨씬 더 크다. 따라서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감독시스템의 정상화(정치중립화, 전문화, 유연화)를 통해 재경부로부터 금융감독당국이 독립되어야 하며, 현재와 같은 재경부에 예속되어 있고 비전문적이고 공룡화되어 있는 감독구조 하에서는 의결권 행사가 오히려 기업지배구조 선진화와 투명화에 걸림돌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출자총액제 역시 재계는 올 초부터 기업투자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국내기업에만 역차별이 된다는 이유로 이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의 출자총액제한제는 이미 재계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여 형상만 남아 있는 꼴이다.


 


  출자와 투자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며, 투자로 연결될 수 있는 신설회사 출자는 대부분 출자총액규제의 적용 제외나 예외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재계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런데도 재경부는 재계의 입장과 같이 하며 이 제도의 대폭적인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재벌계열사들의 순환출자식의 상호출자행태 하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철폐할 경우, 순환출자에 의한 가공자본의 양산으로 실질적인 재벌들의 기업지배구조가 훨씬 더 후퇴할 것이며 재벌들의 체제적 위기가 증대되어 결국에는 국가적 위기로 연결될 위험이 증대될 것이다. 그러므로 순환출자에 의한 가공자본의 정리 없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철폐가 갖는 모순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제도가 대폭완화 또는 폐지될 경우 재벌의 총수 1인 지배체제는 더욱 공고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근본적 개혁 없는 재벌체계의 구축은 제2의 IMF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두 제도는 작년에 정부내부의 토론을 거쳐 작성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부작용 방지를 위한 로드맵’과 ‘시장개혁 로드맵’에 근거해서 재벌정책에 대한 면밀하고 충분한 검토를 통해 재벌의 소유지배구조개선을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재별부가 경기침체를 빌미로 이 제도들의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이미 로드맵에 동의했으면서도 스스로 이를 부정하는 것이며, 정부 역시도 무원칙한 운용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만약 정부가 이같이 스스로 원칙을 훼손하며 자의적으로 제도를 운용한다면 이는 시장에 또 다시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기업의 생산적 활동과 재벌의 지배구조개선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재경부는 시장개혁의 분명한 원칙을 갖고, 현재 우리경제에 필요한 것은 단기적, 일시적 처방이 아닌,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것임을 다시금 인식하여 정부가 제시한 개혁 로드맵에 근거한 철저한 시장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