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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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신도시로 투기 잡은 나라가 어딨나

홍종학 경실련 정책위원장(경원대 경제학과)


한국에 단 두 채의 아파트만 있다고 하자. 그리고 타워팰리스의 한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에서 15억원으로 50% 상승했고, 강원도 탄광촌의 한 아파트 가격이 2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50% 하락했다고 하자. 이 경우 한국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 얼마나 오른 것일까?


한국에서 공식 부동산 통계로 사용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통계산출방식에 의하면,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전혀 오르지 않은 것이 된다. 통계학적으로 말하자면 가중치를 모든 주택에 동일하게 부여한 것이다. 반면 많은 경제통계를 만들 때 이용되는 가격 가중치를 이용하여, 상승률을 계산하면 아파트 가격 총액이 10억2000만원에서 15억1000만원이 되었으므로 50% 가까이 상승한 게 된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덜 올랐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경실련이 사용했고, 일부 부동산 포털에서 이용하는 방식이다.


변변한 부동산 통계 하나 없는 나라


어떤 통계방식이 맞을까? 사실은 통계에 마치 답이 있는 것처럼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우문이다. 통계는 현실을 보기 위해 만드는 도구일 뿐이다.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계산한 통계가 유사한 값을 보인다면 통계의 신뢰도는 높아지지만, 두 방식이 다른 수치를 내놓는다면 그것 자체가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새로운 정보가 된다. 그런데도 한 가지 방식이 맞다고 우기는 것은 통계를 잘 모르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대한민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청와대가 그런 한심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필자가 조사해 본 결과 영국의 경우 많이 쓰이는 부동산 통계 7개 중에서 국민은행 방식은 두 개뿐이었다. 나머지 다섯 개는 가격 가중치를 사용해서 계산했다. 이론적으로도 주택담보대출액과의 상관관계를 계산하거나 거시 변수들과의 연관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가격 가중치를 사용한 통계가 더 적합하다. 그래서 국가간 비교를 할 때는 가격 가중치를 사용한 통계를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기왕 통계문제를 거론했으니 한 가지 더 부가한다면, 어떤 방식이든 고분양되는 신규아파트의 가격으로 인한 아파트 가격 상승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평당 500만원대이던 한 지방에 대규모로 평당 1000만원짜리 아파트가 지어졌다고 하자. 물론 아파트 품질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가 힘들다는 부동산 통계의 속성이 여기서도 문제가 되긴 하지만, 이 아파트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는 심리적 충격을 부동산 통계는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의 아파트 가격은 별로 오르지 않았다거나 과거보다 덜 올랐다고 주장하는 정부 관계자들이 난무하는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부동산 문제로 몇 년을 그리 들끓었음에도 부동산 통계를 제대로 갖추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든데, 갑자기 건설교통부는 주택보급률 통계를 개선하겠다고 한다. 물론 신도시 건설을 주장하기에 자신들이 보기에도 현재의 주택보급률이 너무 높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비겁한 대통령으로 전락한 희망대통령


“광복절에 투기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합니다. 건실한 근로소득자에게 싼 값에 최고급 아파트가 몇 년 후에 공급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겁니다. 근로소득자들이 다시는 부동산 투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항구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하는 겁니다.”


2005년 6월, 판교분양을 중단시킨 대통령께서 공식석상에서 경실련 관계자들을 만나겠다고 했다. 드디어 한국에서 부동산 투기를 종식시킬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 제시할 대책들을 그리며 ‘투기로부터 해방된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리며 가슴벅찬 며칠을 보냈다. 정말 행복한 며칠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보좌진을 만나서 사전조율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대통령을 만나서 경실련의 부동산 대책을 건의하는데 보좌진을 사전에 왜 만나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의전상 필요한 모양이다 생각했다. 사전 모임에 필자는 나가지 않았는데, 그 사전 모임 이후 대통령과의 면담은 취소되었다. 아, 그건 사전조율이 아니라 사전검열이었구나!


8·31 대책이 발표되던 날, 필자는 8·31 대책이 엉터리라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킬 수 없다는 경실련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시민단체로서는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국가의 전 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 해서 수개월간 만들어낸 대책을 일언지하에 엉터리로 선언하기까지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오랜 논의 끝에 8·31대책이 국민들이 염원하는 부동산대책이 아니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냥 있기에는 너무도 억울했다. 또 다시 우리 선량한 국민들이 받을 피해가 너무 크게 다가왔다.



▲ 2005년 8월31일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8.31 부동산 대책 관련 경실련 기자회견’


8·31대책을 만들기 위해 고생했다며 많은 관료들이 훈장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의 예상이 틀리길 바랐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다시 부동산 가격은 뛰었고, 3·30대책으로 잠시 주춤하다가, 엉터리 판교 분양 그리고 신도시 발표와 때를 맞춰 부동산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8·31대책으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고 선언하던 관료들이 어느새 시간이 필요하단다. 그들의 현란한 말바꾸기를 지켜보기도 이제는 지쳤다. 쳐다보면 화가 나는데, 안 쳐다 보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금년 봄인가 난데없이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경실련을 비난하고 나섰다. 통계를 이상하게 부풀려서 근거없이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난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부동산 통계의 실상에 대해 모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물론 그 자리에 경실련 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 주택정책과 관련한 토론회라면서 용비어천가를 불러댈 사람들만 모아놓은 토론회를 당당히 중계하는 참여정부의 뻔뻔함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대통령이 무엇이 무서워서 경실련 관계자 아무도 없는 데서 경실련 비난을 할까?


신도시로 부동산 투기를 잡은 나라를 대라


부동산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남이 열심히 조사해서 알려주는 것조차 들으려 하지 않는 참여정부의 한심함의 극치가 바로 신도시 건설이다. 아직도 참여정부에 합리적 인사가 남아있다면, 당당하게 나서서 질문에 답하라. 제발 좀 알려주기 바란다. 신도시로 부동산 투기를 잡은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말이다.


한국의 주택시장은 결코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다. 이 시장을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해 경실련은 부동산 4대 대책을 만들면서 다음의 질문을 던졌었다.


(1) 집만 사면 가리지 않고 아무에게나 대출해주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어디에 있는지 대라.
(2) 공영개발한다고 아파트지어서 채권입찰제해서 투기장 만드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대라.

(3) 짓지도 않은 아파트 분양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대라.
(4) 멋대로 용적률, 층고제한, 지구단위 계획 제한 등 풀어서 재건축하게 해서 투기수익 올리게 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대라.


세계적인 사례와 선진국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경실련의 4대 정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경실련의 4대 정책만 받아들이면 부동산 투기는 항구적으로 종식된다. 제발 알려달라. 경실련 정책의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선진국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정말 공부하고 싶다.


과거에 신도시로 아파트 가격 안정시켰다고? 제발 웃기지 좀 마라. 주택보급률이 형편없이 낮던 때, 단군 이후 최대 호황이라는 3년 연속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던 때, 대출이자율이 15%에 달하던 때, 철저히 분양가 제한을 했던 때와 비교를 하는 것이 타당하기나 한 일인가?



▲ 올해 2월6일 경실련은 판교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청와대 앞에서 연 바 있다.
사진은 ‘로또’로 변질된 판교신도시 개발을 내놓은 건설교통부를 풍자하는 퍼포먼스 모습


웃기는 여당


연이은 선거참패로 여당의 새로운 대표가 선출되고 민생회복지원위원회인가를 만든다고 해서, 또 희망을 갖고 면담을 요청했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언제든지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기만 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이기에 기대를 했던 것이다. 민생회복에 중점을 둔다고 했으니 당연히 부동산 문제를 다룰 것이고, 그렇다면 그동안 많은 자료를 축적한 경실련과 만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터였다.


그런데 역시 보좌진에서 사전 면담을 요구했다. 그리고 사전 면담 후에 대표와의 면담은 무산되었다. 아마 이게 그들의 방식인 모양이다. 부동산이라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대표적인 시민단체의 면담을 이렇게 처리할진대, 그들이 일반 국민을 어떻게 대할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국민이 철저히 외면해서 연전연패를 당해도 정신차리지 못하는 정당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건교부에서 신도시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여당에서 당정회의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느 의원 하나 나서서 신도시 건설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환영하는 의원들의 소식만 전해질 뿐이다.


야당 그리고 엉터리 시장주의자들


건교부가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니 엉뚱한데서 쌍장구를 치고 나왔다. 늦게나마 자신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였다며 환영하는 야당과 이른바 시장주의자들이 그들이다. 이들에게도 묻고 싶다. 도대체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시장이 어디에 있는 시장인가? 도대체 어떤 나라, 어떤 시장경제를 염두에 두고, 수요 공급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알려 달라. 왜냐하면 필자가 아는 한 선진 시장경제에서 주택시장을 수요와 공급에 맡겨두고 있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과거 대공황으로 주택시장의 붕괴로 인한 참상을 겪고 나서, 다들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런데도 선진 시장경제의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반(反)시장경제적이라고 매도하는 이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시장이 어떤 시장인지 필자는 매우 궁금하다. 그들이 모범으로 삼고 있는 시장이 어디에 현존하고 있는지 필자는 정말 공부하고 싶다. 그런 증거를 댈 수 없다면 공부를 더 해야 하는 것은 필자가 아닐 것이다.


참여정부 3년 반 동안, 우리는 하루도 마음 편히 살지 못했다. 날이면 날마다 치솟는 아파트 가격때문에 불안에 떨며 살아왔다. 아파트 값 폭등으로 건실한 근로소득자, 자영업자들의 실질소득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열심히 저축해서 집 한 채 마련해 보려는 봉급쟁이들에게는 멀쩡히 눈 뜬 채 월급을 도둑질 당한 것과 같다. 그럼에도 참여정부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 그 뻔뻔함에 분노를 느낀다.


필자는 이미 오래전에 재앙의 시한폭탄이 돌아가고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재앙이 밀어닥칠 것이다. 그 재앙이 두렵긴 하지만 그 재앙뒤에 반드시 희망을 쟁취할 것이다. 보라. 저 분노로 요동치는 민심의 파도를. 구중궁궐에 있는 고관대작들은 그 파도가 밀려들고 있음을, 거세지는 파도소리를 들을 수 없으리라.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