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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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이야기] 아주 오래된 미래에 대하여
201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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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미래에 대하여…


박성진 부동산·국책사업팀 간사


주자(朱子)가 사후 천년의 역사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의 고거(故居)에는 불원복(不遠復), ‘곧 머지않아 되돌아온다’는 인간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가 비록 탁본이기는 해도 주자의 육필로 찾아오는 이를 맞고 있다. 저 멀리 1,000년 전 송(宋)대의 사람도 인간에 대한 희망과 기본적인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는 못했던 듯하다. 하지만 10세기의 역사를 더 경험한 우리는 그 희망과 기대의 허무함을 경험하고 있다. 곧 머지않아 되돌아온다는 저 상식의 사회는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너무도 아득한 꿈만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주자의 바람은 우리에게 아주 오래된 미래일 뿐이다.

곧 돌아올 것만 같은 그 기대가 사람들에게 아주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우리를 위해 봉사한다며 막강한 권한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라고 주어진 그 얄팍한 권한을 이용해서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고 구차하고 더러운 욕망과 욕구를 채우는 모습은 저 오래된 희망과 미래를 무색하게 만든다.

얼마 전 국토해양부 직원들은 제주도에서 화려한 연찬회를 열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업체들로부터 향응을 제공 받았다. 그리고 국무총리실에 적발되어 문제가 발생하자 인원수별로 돈을 나누어 다시 업체에 송금했다며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소위 말하는 ‘n분의 1’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 장하다 국토부!!) 뇌물을 받고 문제가 발생하자 다시 뇌물을 돌려준 것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분노를 넘어 허무함과 허탈감을 느낀다. 그들의 윤리의식 수준이 어디에 있는지, 아니 그들에게 기본적인 상식이 존재하기는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국가기관 감사결과 현황(2010년 5월 1일~2011년 4월 30일) : 최근 잇따른 비리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도 국가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161건으로 감사 지적을 가장 많이 받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158건으로 뒤를 이었다.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은 국세청이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교과부가 26명으로 뒤를 이었다. (자료: 감사원)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며 가져간 권한을 가지고 업체들로부터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비용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어느 한적한 골목에서 중학생이 초등학생에게 자신의 작은 힘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시민들로부터 주어진 권한을 가지고, 시민들이 힘들게 모아서 마련한 돈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이 오히려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욕망의 비용을 갈취하는 것이 지금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주자가 곧 되돌아온다는 저 오래된 미래는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는 올 것 같지 않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느 국토해양부 직원의 저 어처구니없는 모습이 작은 일화가 아니고 부처 전체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업체들로부터 접대를 받고 골프대접을 받으며 막강한 권한과 인·허가권을 가지고 욕망을 채우기 위한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국토해양부의 전반적 모습이다. 작은 것을 부처 전체로 일반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땅이 가진 부패의 역사가 대부분 건설 분야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살펴보면 국토해양부가 욕망 채우기를 위한 이전투구 속에 놓여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이 국토해양부를 ‘구토해양부’라고 부르는 것이 이해가 간다.

“사후 천년의 역사를 고뇌하며 곧 희망과 상식의 사회가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한 주자의 저 오래된 미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주자가 말년에 그랬던 것처럼, 인간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저 오래된 미래가 곧 되돌아옴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현기증과 구토를 느끼는 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더군다나 얼마 전 국토부가 내놓은 쇄신안은 현기증과 구토를 넘어 역겨움을 느끼게 한다. 골프 금지와 식대 자기 부담이라는 원칙은 부패사건이 터져 나올 때 마다 등장했던 단골 메뉴이다. 권한축소나 상시적인 외부감사, 책임자 처벌 및 엄중한 인사징계 등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미봉책으로 이 순간만 모면하고 다시 욕망 채우기로 환원하겠다는 국토부의 모습은 국토해양부가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며 스스로 시민들과 업체들을 향한 저 폭력의 행위를 멈출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아! 이제 확실한 것이 하나 생겼다. 위세척이 필요할 땐 병원 가지 말고 국토부를 보라! 구토와 역겨움으로 당신의 위를 그 무엇보다 깨끗이 청소해 줄 터이니!)

사후 천년의 역사를 고뇌하며 곧 희망과 상식의 사회가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한 주자의 저 오래된 미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아주 오래된 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놓여 질 자리에 관료들의 욕망을 위한 더러움이 놓여있다. 우리는 다시 천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 유통되는 사회는 관료님들의 욕망에 눌려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상식도 통용되지 않는 사회, 오래된 미래가 소망될 수 없는 곳이 바로 지금 이곳이다. 아, 속이 메스껍다. 국토해양부를 보고 화장실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