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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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아파트가격 거품을 빼야 나라가 바로 간다(下)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또 하나의 문제점, 무분별한 재건축


그동안 우리는 아파트 선분양을 통한 공급확대로 주거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는 논리를 귀에 박히도록 들어왔다. 선분양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앞의 글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이 글에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무분별한 재건축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재원낭비와 환경파괴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지은지 20년, 30년 만에 부수고 다시 짓고를 반복하면서 자원은 자원대로 낭비되고, 가격은 가격대로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왜 부실한 주택이 공급되는가?


아파트, 주택 부실의 핵심적인 원인은 집장사 개념의 건설업자가 현행 선분양제도를 이용하여 부실공사를 일삼아 온데에 기인한다. 주택이 완성되기도 전에 이미 받을 돈을 모두 확보했으므로 품질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자는 아무도 없다. 이로 인하여 품질감리는 허술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부패한 건설관료를 이용하여 일부 공종에 대한 감리마저 없애는데 성공했던 주택건설업자들은 최근 품질강화를 위한 감리제도 보완에 반대를 하고 있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단독주택과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빌라 등은 감리와 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더욱 부실시공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건설정책과 주택정책을 다루는 행정직 공무원과 건설공사의 감독을 해야 하는 기술직 공무원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러한 공공부문에서의 관리 감독만 제대로 이루어져도 부실공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건설관련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는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끊이지 않고 있고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이다.


우리는 후손에게 무엇을 남기려는가?


우리는 후손에게 커다란 죄를 짓고 엄청난 짐을 지워주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친환경적인 건축물을 지어왔고 맑은 물과 아름다운 산과 국토를 보존하여 우리 세대에 물려주었다. 하지만 1960년 이후부터 이 땅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아파트라는 괴물이 마구 들어서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전국에 약 500만-600만가구의 아파트와 500-600만가구의 주택, 200만 개 이상의 각종 건축물이 건설되었다.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진 주택의 수명은 최소 100년 이상이 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택업자들은 주택수명을 1/5로 단축시켜 놓고 말았다. 이것도 모자라 이제는 20-30년 후에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이 당연한 순서인 것처럼  국민들을 부추기고 있다. 일반국민들은 소비재처럼 수시로 자주 구입을 하지 않고 육안으로 주택의 품질을 식별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부실공사가 횡행하여 왔고, 건설업계와 공생관계에 놓여있는 공무원들은 부실공사에 대한 감리와 감독을 포기한지 오래되었다.


공급자위주의 선분양제도를 소비자 중심의 후분양제로 전환해야 한다


후분양제도를 도입하면 금융기관이 현재와 같이 소비자개인에게 대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프로젝트의 사업성과 내용을 보고 투자자가 되거나 건설업체의 경영상태를 보고 자금을 투자하거나 대출을 할 것이다. 따라서 개인대출(가계대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또한 건설인들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일꾼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기술자들은 해외에서는 200-300년 수명의 아파트를 건설하다가 국내 건설현장에 투입이 되면 부실한 기술자로 변해야한다. 현재의 선분양제도는 우수한 기술자보다는 업주의 말 잘 듣는 평범한 기술자를 원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우수한 기술자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건설업주들의 입맛에 맞지 않고 곧이곧대로 해나가다가는 바로 건설업계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인과 이공계 출신이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고 건설기술개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품질로 다가갈 수 있는 후분양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 경우 우수한 외국건설업체도 우리 주택시장에 진입을 할 것이며 기술경쟁과 소비자 만족을 위한 경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의 선분양제도와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시장구조와 제도로 인하여 외국 건설업체는 우리 건설시장에 진입을 하지 않고 있다. 10년 전부터 시장을 개방했지만 국내에 지사만 설립을 하고 주택건설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선진국 건설업체와 당당한 경쟁을 통하여 값싸고 질 높은 주택이 공급되도록 제도를 바꾸어야한다. 건설업계가 진정으로 ‘시장에서의 자율경쟁’을 이야기한다면 이러한 과정을 비껴나가려고 해서만은 안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주택의 품질을 한 단계 올리고, 나아가 우리나라 건설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