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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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아파트 분양가심사위원회, 시민단체는 빠져라?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


지난 4월 2일, 국회는 분양가심사위원회 관련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시민단체는 빠져라’입니다.


사실 경실련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분양원가공개가 핵심 주장은 아니었습니다.  핵심 주장은 주택을 ‘완공 후 분양’하라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팔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선분양 주택공급구조를 후분양 구조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를 비롯하여 선분양에서 이익을 챙기는 건설사, 언론 등 집단들은 후분양의 ‘후’자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라면서, 곧 주택시장이 붕괴될 것처럼 엄포를 놨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정말로 주택시장의 붕괴를 걱정해서 후분양제 실시를 미룬다면 원가공개를 하라는 것 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선분양제를 유지하려면 분양원가를 공개해서, 건설사들의 10-15%의 법적 이윤은 보장하되 폭리를 막고 경영도 투명화 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소비자들은 짓지도 않은 아파트에 억대의 돈을 지불해야하는 잘못된 주택공급시스템에서 부분적이지만 원가가 얼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며, 건설사들도 건설원가가아니라 주변아파트시세에 맞춰 하던 분양가 인상 경쟁을 하기 어려워 천정부지로 뜀뛰기하는 분양가 폭등을 간접적으로나마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004년 6월 '열린우리당의 분양원가 공개 백지화' 항의 경실련 기자회견>


경실련의 분양원가공개 주장에 국민90%는 찬성을 했지만, 일부 개발관료, 국회의원, 언론, 학자, 건설사들은 ‘사회주의다’ ‘반시장적이다’ ‘집 안 짓겠다’ 등 온갖 논리로 반대를 했고, 자동차, 배추, 볼펜, 짜장면 등은 원가공개를 반대하는 집단들이 내세운 논리들이었습니다. 결국 분양원가 공개는 토지공사나 주택공사 등 공기업은 61개 항목을, 민간은 7개항목만을 수도권과 분양가 상승 우려 지역에서 공개하도록 확정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분양원가를 공개하려면 분양가심사를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주택법 개정안에서는 공무원도, 건설사도 아닌 분양가 승인기관인 시 , 군, 구 단체장의 책임하에 분양가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분양가를 검증하여 공개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분양가심의위원으로 시민단체들이 직접 참여를 못하게 막아버렸습니다. 분양가 심사위원 구성원의 자격을 ‘교수, 건설업계, 공무원, 변호사, 감정평가사 등의 전문가 10인 이내’ 제한하면서, 한마디로 ‘시민단체는 빠져라’입니다.


분양가심사위원회는 매우 중요합니다. 분양가심사위원회는 공익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위원들이 투명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통하여 건설사들의 폭리를 근절하고 집값안정과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꾀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민단체는 빠지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이것은 그동안 아파트 고분양가에서 건설사들의 분양가 담합을 감시하고, 시민들이 찾기 어려운 숨겨진 정보를 찾아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분양가의 거품의 실체를 공개했던 시민단체, 즉 소비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왔던 공익적 목소리는 들을 필요 없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분양가 심사위원회에 참여시켜놓으면 또 심사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을 하려고 달려들 것이니 아예 빼버리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한건 아닐까요? 그러면서 공급자인 주택업계는 무조건 참여시켜야한다고 명문화 했습니다. 한마디로 현재처럼 건설사들의 폭리구조를 유지시킨 채, 형식적으로 분양가를 몇푼 깍아 주겠다는 것, 분양가 조금 내려줄테니 소비자들은 그냥 주는 대로 받으라는 것입니다. 분양가 심사위원회를 아예 있으나 마나한 껍데기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분양가 심사위원회는 첫째는 심사위원회 구성에서 공정성이 중요합니다. 위원구성에서 소비자측은 배제되고 공급자인사들은 참여한다거나, 단체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위원들이 참여한다거나, 심사대상 측 인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면 이는 공정하지 못한 편향적 위원구성으로, 의사결정에서 독립성을 갖지 못할 것이고, 이러한 위원회가 내린 결정을 시민들은 수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는 투명성입니다. 분양가와 관계된, 건설업자가 사업승인권자인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출하는 최초 사업계획승인 단계, 감리자 지정 단계, 입주자모집단계 등 각 단계별 사업비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회의록도 공개해야합니다.


셋째는 위원회 운영의 민주성이 보장되어야합니다. 위원들에게 충분한 자료와 검토 기간을 주지 않거나, 위원들이 자유로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위원회가 운영된다면,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넷째는 책임성입니다. 위원회에 제출된 서류의 조작이나 위변조를 막기 위한 지방정부의 협조를 강제하고, 심사위원 및 관련 공무원의 위법행위 시 건설사들에게는 사업승인 취소 및 공무원에게는 파 면과 같은 처벌 조항을 마련하여,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도록 강제해야합니다.


위와 같은 여러 조건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때 분양가 검증이 투명하고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국회는 시민단체를 아예 배제시켜 위원 구성부터 편파적으로 만들어 버렸고, 분양가심사위원회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구조적으로 훼손하였습니다. 한마디로 껍데기 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을 기만한 것입니다. 이런 껍데기 분양가심사위원회로는 집값안정도, 분양가 인하도, 건설업자들의 폭리 근절도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공무원이 분양가를 검증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지도록 하면 어떨까요? 과거에는 공무원들이 직접 했으니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불법과 부정행위시 처벌조항을 법률에 만든다면 책임성도 보완 될 것입니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솟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고, 분양원가 공개는 상한제에서 공개되는 분양가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분양원가 공개가 제대로 되어야 분양가 상한제가 의미가 있습니다. 시작부터 잘못된 제도들이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안타까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