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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약국외판매를 둘러싼 논란, 또 다른 진실
201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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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둘러싼 논란, 또 다른 진실


김태현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허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그동안 이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나 제자리걸음만 하다가 이번에 복지부가 정장제, 파스, 박카스 등 44+4개 품목을 소매점에서 판매 가능한 의약외품으로 결정하면서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의 물꼬를 트게 됐다.

누구나 종종 늦은 시간, 공휴일에 갑자기 열이 나거나 배가 아플 때 응급실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약이 없어서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경실련은 2006년부터 꾸준히 상비약 수준의 일반약에 대한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의 판매를 요구해 왔다. 의료가 일부 전문인에 의해 독점되면서 전문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대해 가벼운 증상에는 자가치료가 가능하도록 국민이 직접 의약품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건강에 대한 자기 결정권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도 일부 일반의약품을 소비자가 소매점 등에서 자유롭게 구입하고 있다.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게 제기되는 문제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국민의 편의성 중 무엇을 우선에 둘 것인가이다. 하지만 의약품의 안전성과 접근성 그리고 비용, 이 모든 요소는 어느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행 약사법과 일반약 분류기준을 살펴보더라도 일반의약품은 오·남용의 우려가 적고 부작용이 비교적 적고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으로 주로 가벼운 의료 분야에 일반국민이 자가요법으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더욱이 경실련이 약국 외 판매를 주장하는 약은 일반의약품 전부가 아니라 이중 일부 품목인 소화제,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 상비약으로 대부분의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고 현재도 약국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팔고 있는 약들로 자가치료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박카스에 포함된 무수카페인이 콜라보다 많고 심장 등에 무리를 줄 수 있어 드링크 제품조차도 약국 외 판매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하지만 박카스 한 병에 포함된 카페인은 약 30㎎으로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커피 한 잔에 들어있는 300mg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앞으로 모든 커피도 약국에서만 팔아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주고 직접 판단해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국민의 건강을 의사와 약사 모두 약 처방이나 판매와 관련한 이권의 문제로 삼지 않도록 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추진하도록 이를 요구하는 것, 이는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국민들이 요구해 온 상비약 약국 외 판매 문제가 직역단체의 밥그릇 싸움에 휘둘려 어디로 향하게 될지 걱정스럽다. 최근엔 국민 요구를 제멋대로 해석하며 여기에 정치적인 문제를 덧입히는 과도한 논리까지 등장하고 있다. 의약품 약국 외 판매가 ‘종편 먹여 살리기와 의료민영화 시작’ 이란다.

현재 일반의약품의 방송광고는 허용되고 있다. 이번에 소매점 판매가 가능해진 품목은 이미 방송광고를 해 온 제품들이고 오히려 성분 효능이 비슷한 유명제품들이 대부분 빠져있다. 더욱이 재분류는 10년 전 의약품 분류체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의사와 약사의 팽팽한 이해관계 대립으로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또 가장 많이 소비되는 50개 일반의약품의 가격이 평균판매가격 기준으로 동일제품임에도 지역간 3배의 격차가 있다는 것은 현재 의약품 가격과 유통구조가 결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약 방송 광고시장이 기존보다 늘어난다고 해서 이를 부풀려 종편 먹여 살리기 위한 광고시장 확대로 몰아가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이미 경실련은 방통위가 방송광고시장 확대를 위해 전문의약품의 광고허용을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이를 반대하며 몰상식한 행위를 비판하였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 의료민영화 운운하는 것은 의료의 공공성과 국가책임을 강조해 온 경실련이 의료를 민간 자본이나 재벌에 맡겨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데 반대하며 확고한 태도와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더 궁색할 뿐이다. 의약품 약국 외 판매에 대한 반대명분을 찾기 위해 경실련까지 꿰맞추기식 흠집을 내고 정치적인 주장으로 포장하는 것은 정도를 벗어난 행보로 오랜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는 오만함에 다름 아니다. 대형유통자본과의 유착 운운하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억지주장으로 상비약 약국 외 판매 운동의 정당성과 경실련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반복될 경우 이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결국 정부가 갈팡질팡하며 오락가락하는 사이 이해관계자들의 이권 챙기기가 도를 넘어 섰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제공한 책임은 분명 정부에 있다. 이번 논란의 교훈은 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통한 국민선택권, 그 기본권 지키기는 결코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