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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 “억, 억 뛴다고요? 어느 나라 얘긴가요? ”
2006.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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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11. 15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에도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치솟는 가운데 월 20만원의 임대료를 내지 못한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신림동의 한 주공 임대아파트. ⓒ 오마이뉴스 남소연

서울 관악구 신림동 난곡 주변의 한 공공임대아파트에 사는 최재순(가명·71)씨는 요즘 TV를 끄고 산다. 하루가 다르게 아파트값이 ‘억, 억’ 하며 치솟는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몇 해 전까지 자신이 살았던 난곡도 최근 재개발이 끝나고 입주가 시작되면서 한두 달 사이 1억원 넘게 올랐다. 하지만 최씨는 매월 임대료를 내는 것조차 빠듯한 실정이다.

73세 남편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최씨의 한 달 수입은 50만원. 생활보호대상자인 최씨는 거동이 불편해 아무런 일을 못해 정부로부터 받는 돈이 수입의 전부다. 이 돈에서 매월 임대료 19만원과 관리비(전기세, 수도세, 연료비) 5만원 정도를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고작 20만원 남짓이다. 최씨는 “20만원 정도로 남편 약값을 대고 나면 두 식구가 겨우 풀칠을 하고 살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조윤환(가명·47)씨는 사정이 더 딱하다. 중학교 3학년 아들, 초등학교 5학년 딸과 함께 사는 조씨는 노동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꾸려나갔다. 하지만 지난 여름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친 이후로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 밖에 일을 못하고 있다. 중학생인 아들이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생계에 보탬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조씨 가정은 결국 지난 9월부터 임대료를 연체하기 시작했다.

“임대료 걱정없던 판자촌이 좋았다”

▲ 서울 신림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만난 입주민들 가운데 다수는 한결같이 “차라리 임대료 걱정은 안 하고 살았던 판자촌 시절이 더 좋았다”며 “임대아파트로 옮겨오면서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부의 11·15 부동산 안정화 방안에도 불구하고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한 달에 20만원조차 못내 거리로 쫓겨날 것을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는 이들이 있다.

이 임대아파트에서 만난 입주민들 가운데 다수는 한결같이 “차라리 임대료 걱정은 안 하고 살았던 판자촌 시절이 더 좋았다”며 “임대아파트로 옮겨오면서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우선 높은 임대료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 이들이 난곡에서 이곳으로 옮겨 온 2000년 10월 당시 16만원 가량 했던 임대료는 지난 10월 말 현재 20만원으로 올랐다. 여기에 이주 당시 입주보증금 마련을 위해 받은 대출금 이자도 만만치 않다.

조윤환씨는 “1350만원의 입주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입주자 대부분은 무담보로 1000만원 가량 대출을 받았다”며 “연리 5% 안팎의 비교적 싼 이자율이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 2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와 5만원 안팎의 관리비, 여기에 대출이자까지 쌓이면서 이들의 부담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갔다. 결국 최근 들어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하고 연체하는 가정도 크게 늘었다.

10가구 가운데 5가구 임대료 연체

주택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이 아파트의 임대료 징수율은 43%에 불과했다. 10가구 가운데 5가구 이상은 임대료를 연체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 임대아파트 징수율 65%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임대료 내기조차 버거운 이들은 하나 둘 임대아파트를 떠나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 10월 이후 5년 동안 이 아파트에 들어온 입주자 666세대 가운데 142세대가 이곳을 떠났다. 5가구당 1가구 꼴이다.

이에 대해 주택공사 관계자는 “3개월 이상 관리비와 임대료 체납이 지속될 경우 원칙적으로는 연체 세대에 대한 강제 집행에 들어가도록 돼 있지만, 이를 억제하기 위해 최대한 유예 기간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높은 임대료 부담에 못 이겨 임대아파트를 떠난 이들은 멀리 가지 못했다. 전세보증금 300만원에 전기세와 연료비를 포함해 한 달 3만~4만원이면 살기에 충분한 난곡 주변 판자촌으로 이들은 다시 흘러들어갔다. 정부가 6년 전 난곡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쫓아내듯 몰아넣은 임대아파트에서 조차 이들은 등떠 밀려난 셈이다.

관악구내 주민자치기구 가운데 하나인 신림 사랑방의 이종원 간사는 “난곡 재개발 사업의 경우 정부가 순환형 임대주택을 처음 도입해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크게 높혔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이곳 원주민의 재정착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개발이익 돌리면 공짜임대도 가능하다”

▲ 높은 임대료 부담에 못 이겨 임대아파트를 떠난 이들은 전세보증금 300만원에 전기세와 연료비를 포함해 한 달 3만~4만원이면 살기에 충분한 난곡 주변 판자촌으로 이들은 다시 흘러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관리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최근 ‘서울시 재개발지역 주민연구’라는 보고서를 내고 “재개발 사업으로 이주가 불가피한 세입자들에게 임대아파트를 주고 있지만, 높은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 때문에 입주를 포기하거나 중도에 아파트를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적고 있다.

특히 경실련은 재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기존 세입자 임대료로 대폭 돌려 이들이 임대료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의견을 내세워 전국임대아파트연합회로부터 가장 획기적인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순철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국장은 “민간과 달리 공공이 참여하는 재개발 사업은 개발이익을 기존 거주자 임대료로 돌릴 경우 이론적으로는 공짜임대도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몇십년간 살던 사람이 임대료를 못내 쫓겨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에 따른 임대료 차등 부과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참여연대와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임대아파트 소득별 임대료 차등 부과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뤄지기 있지만 주무부서인 건교부와 주택공사에서 관리의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

김남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변호사)은 “소득수준에 따른 임대료의 차등부과가 도입돼야만 저소득층의 주거권을 보장한다는 임대주택 정책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김연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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