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토지/주택] “엄마! 또 이사가?” – 사진으로 본 16년 전과 오늘

이 사진들을 기억하시나요?

부동산 투기 광풍에 절망하는 서민…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습니다.

<사진 하나. “엄마, 또 이사가?”>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전국의 땅값과 집값이 두 배로 뛰면서 맘 편히 몸 누일 곳조차 위협받던 세입자들의 주거안정 대책을 촉구하는 “경실련 세입자 주거안정대책 촉구 시민대회”에 참석했던 아기 업은 한 아주머니의 모습이 사진기자의 앵글에 잡혔습니다.

후일, 이 아주머니는 언론에 실린 이 사진을 본 집주인이 “쓸데없는 데 쫓아 다닌다”며 “방 빼!”라고 하는 바람에 아기가 들고 있는 피켓의 글귀처럼 또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사진 둘. 자살세입자 17인 합동추모제 >


당시 미친 듯이 뛰어 오르는 집값과 전세값을 감당하지 못해 17명의 세입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경실련은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런 억울하고 절망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합동추모제를 치르고 탑골공원까지 행진했습니다.

<사진 셋. 한 세입자가 남긴 유서>

 


위 17명 중 한 사람은 부인과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동반자살을 하면서 유서를 남겼습니다.

“…아버지때부터 시작되어 오고 있는 가난이 나에게 물려졌고 기적이 없는 한 자식들에게도 물려지게 될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이 끝날 조짐은 없다.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에 내집마련의 꿈은 고사하고 매년 오르는 집세도 충당할 수 없는 서민들의 비애를 자식들에게는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 집을 비워달라는 얘기를 들은 후부터 고민에 빠져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 정치하는 자들, 특히 경제담당자들이 탁상공론으로 실시하는 경제정책마다 빗나가고 실패하는 우를 범하여 가난한 서민들의 목을 더 이상 조르지 않도록 그들에게 능력과 지혜를 주시어서 없는 자들의 절망과 좌절이 더는 계속되지 않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

<사진 넷.  “5%냐, 95%냐” 당시 경실련 홍보물>

당시, 경실련은 “망국적인 부동산투기 근절 운동”에 나섰습니다. 한 달에 두세번 꼴로 이삼천명이 모이는 시민대회를 갖고, 토지공개념 제도 도입을 외쳤습니다. 경실련은 정부에게 “5%에 불과한 불로소득계층의 이익을 위할 것인가, 95%의 생산계층을 위할 것인가”를 선택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운동의 결과로 토지공개념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16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5%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땅을 소유하고 있고, 서민들은 좌절과 절망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고통은 그 때에 비해 몇 배나 커졌습니다. IMF외환위기로 인한 책임과 고통이 서민들에게 모두 전가되면서, 카드대란과 같은 연이은 정책실패의 책임과 고통이 서민들에게 모두 전가되면서, 경제적 양극화가 가속되면서, 1천만명이 넘는 서민들이 실업자로, 신용불량자로, 빈곤층으로 내몰렸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사회에 몰아치고 있는 부동산투기와 집값폭등의 광풍을 이들은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요?

한 채의 집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의 시름도 깊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보다 쾌적한 곳으로, 보다 큰 평수로 옮겨가고 싶어도 지불해야 할 차액 또한 커졌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의 삶은 또 어떠할까요?


이제 집값폭등의 문제를 현 정부와 관료들에게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지난 수년간 국민들이 그토록 원하는 정책을 철저히 무시한 반면, 기업도시, 혁신도시, 각종 개발프로젝트에 수백개의 골프장, 그리고 무한정의 신도시 공급에 이르기까지 개발업계의 요구는 즉각 실행했습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하며,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정책은 거부하고 집값을 부추기는 정책을 일관되게 실시해 왔습니다.

대규모 주택공급이 주변집값의 폭등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투기꾼들은 물론 온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데, 아무런 제도 개혁없이 “집값을 잡기 위해” 대규모 신도시 개발계획을 연이어 터뜨리는 그 무모함은 도대체 무엇을 겨냥한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난 3년간의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하게 알게 된 것은, 현정부와 관료들이 말하는 집값안정이란, (현재의 집값이 어떤 수준이던 간에) 더 이상 집값이 오르지 않는 것을 의미한 다는 것입니다. 집값을 획기적으로 낮출 의지도 계획도 능력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실련은 이제 시민들이 행동에 나서서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시민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1만명의 시민이 행동하면 그들은 긴장할 것입니다.
10만명의 시민이 행동하면 주택정책이 바뀔 것입니다.
100만명의 시민이 행동하면 우리사회가 새롭게 될 것입니다.

오늘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남아 있는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답답합니다.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