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활동가이야기] “여보세요….. 거기 전경련이죠?”
200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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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거기 전경련이죠’ 로 시작하는 것이 심상치 않다


“아닙니다. 경실련입니다. 전경련하고는 다릅니다.”

이런 종류의 전화는 경실련 상근자라면 수시로 받는다.

간혹 ‘여의도역 1번 출구인데 어디쯤에 있느냐’ 고 묻는 사람도 있다. 경실련은 동숭동에 있다. 전경련으로 착각하고 여의도역까지 가신게다. 

“아..아무튼…경실련….뭐 좀 물어 봅시다”
“아…네, 말씀하세요”
“왜 경실련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요? 경실련이 시민을 대표하는 그런 거라도 됩니까? ”

순간 당황스럽다. 묻는 말투가 시비조다.
머릿속에는 정리되지 않은 단어들로 혼란스럽다.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는 국회의원처럼 시민들이 선거로 뽑아서 만든 대표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경실련이 시민을 대표 하는가’ 라고 묻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요’ 라는 말 속에는 경실련이 시민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권한으로 그러냐는 것일 게다.

‘사람이 모여서 단체 만들고, 자기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것은 시민의 주요한 기본권 중에 하나다. 다만 향우회나, 종친회와 같은 이익단체와는 달리 경실련은 회원의 이익보다는 전 시민의 이익을 위해서 일한다는 점이 다르다.’

‘경실련이 사회적으로 발언권을 높이고 영향력을 발휘해온 것은 그동안 쌓아온 신뢰와 경실련을 후원하고 격려해준 시민들의 힘인 것이다.’

머릿속에서는 이런 설명들이 맴돌지만, 이럴 때는 일단 잘 들어줘야 하는게 먼저다. 

“선생님, 무슨 일이신데 그러시죠?
“무슨 일이고 아니고 간에…내가 집을 한 채 갖고 있고….자식들을 위해서 한 채 더 사 놓고… 또 필요해서 집 몇 채 갖고 있는데…..분양원가를 공개하라, 세금을 더 거둬라…..집 가진 게 무슨 죄냐?

이젠 거의 반말 투다.

“선생님..그게 아니고 사실은 그게….”
“아니긴 뭐가 아냐…경실련이 뭐간데..정부에서 돈도 받는다면서”

내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경실련이 정부 돈을 받아서 운영하는 관변단체 쯤으로 생각하는 시민을 만나면 참담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실련이 뭐하는 곳이고, 왜 부동산 거품을 빼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애당초 글러먹은 게다.

이렇게 시민들이 오해하는 이유는 사실 일부 언론이 악의적으로 매도한 탓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잘못이 더 큰 것 같다. 가끔 시민들에게 경실련이 실수하는 모습도 보여 줬고, 경실련에 대해 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려고 노력을 하지 않은 탓도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 경실련 회원이신가요”
“………………”
“경실련 회원도 아니면서 말도 함부로 하시고….”

평소에는 잘 써먹지도 않는 말이 튀어 나왔다. 물론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사실 경실련 회원이든 아니든 누구나 의견을 말 할 수 있고, 회원이 아니라고 차별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로서는 마지막 방어수단이다.

태도가 약간 누그러진다. 여기서 잘 마무리해야 한다.

“선생님께서 오해가 있으시네요….다음에 연락한번 더 주세요”  

이렇게 전화를 끊지만, 뒷머리가 묵직하다.

시민단체가 점차 분화되면서 사회정의 실현, 공평 분배, 환경보존 등 거대담론과 정치적 주장 일색이었던 우리의 시민운동문화가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다원화된 시민문화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실련 뿐만 아니라 주요 메이저 단체들의 회원 수가 점차로 줄어들고 있다.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점차로 시민들의 관심이 소외계층과 사회복지단체에  많이 쏠리고 있고, 지역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시민운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란다.

경실련에서 시민운동을 시작한지도 횟수로 8년째 접어들었다. 올해부터 회원사업과 온라인사업을 하게 되는 커뮤니케이션 국장을 맡게 되어 상당한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회원, 나아가서 시민과의 의사소통을 더 잘하기 위해서 어떻게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여보세요, 회원으로 가입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옆자리의 노 간사의 상냥한 목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박정식 커뮤니케이션국장